■ 우리 국민들도 이런 정직한 참군인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하고 군을 존중해야 한다
지난 3월9일 대선에 맞춰 정치에 몸 던진 예비역 장군들 뒤편에서 조용히 빛나는 별이 있었는데 그들 중에 한명이 바로 박한기(학군21기) 전 합참의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임기를 다한 합참의장, 참모총장, 군사령관 중에서 어떤 캠프에도 발 들이지 않은 육군대장이다.
박한기 전 합참의장은 남북 정상회담이 벌어지던 2018년 9월에 의장으로 임명됐으나 남북미 대화가 잇따라 열리면서 연대급 이상 한미연합 실기동 훈련이 중단됐다.
게다가 코로나19가 확산되자 여권은 연합 지휘소 훈련마저 취소하라고 압박했지만 박 의장은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과 협력하며 버텼다. 이번 문재인 정부에서 그나마 최소한의 연합 지휘소 훈련이라도 할 수 있었던 데는 박 의장의 공이 컸다.
또한 훈련 기피로 미군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때 박한기 의장의 군사 외교력이 돋보였다. 합참의 한 장교는 "박 의장은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을 비롯한 주한미군 지휘부를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나면서 한반도 상황을 공유하고 이해를 구했다"라고 말했다.
사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공격적인 군인인데 결국 박 의장의 1등 팬이 됐는데 그이유는 박 의장 재임기간 동안 놀랍게도 연합사령관과 무려 170여회의 직접 소통의 시간을 가지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박 의장은 2019년 10월 국감에서 북한이 파괴했다는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 "3, 4번 갱도는 보수해서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복구에 수주, 수개월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풍계리는 폐기됐다"며 북한의 진심을 대변했으나, 박한기 의장은 북한 핵실험장 폐기의 기만된 의도를 국민에게 알렸고,“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다”라고도 명확히 했다. 또한 그의 임기말에는 장관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2020년 5월 수도방위사령관에 당시의 9.19군사합의를 주도했던 국방부 대북정책관인 김도균(육사44기) 육군소장이 발탁됐고, 청와대 국방개혁비서관에 파격적으로 5군단장을 마친 안준석(육사43기) 육군중장이 임명됐다.
그런데 당시 수방사령관 김선호 육군중장은 이보다 먼저 국방개혁비서관 보직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했다.
그 이유는 의전상 차관급인 현역중장이 1급인 청와대 비서관으로 가면 일반공무원들은 장군의 직급과 권위를 전보다 낮춰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참모총장에게 보고하고 정상적으로 인사가 이루어지길 건의했으나 관철되지 않아 전역을 선택했다.
또한 2018년 100기무부대장 민병삼 대령은 “송영무 장관은 계엄검토문건이 수사를 할만한 사안이 아니라 해놓고 그런말 한 적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국회에서 팩트를 증언했다.
그는 “진실이 진실되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권력이 말하는게 곧 진실이 될까봐 우려스럽다”는 말을 남기고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다.
이러한 사실을 비추어 볼 때, 비록 문재인 정부에서 상급 명령에 의해 근무했지만 박한기 전 의장, 김선호 수방사령관, 민병삼 기무부대장 등을 비롯한 많은 군인들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소신껏 국가안보를 위해 역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숨은 인재들이 국방분야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할 때, 군은 존중받아야 한다.
우리 국민들도 이런 정직한 참군인들이 아직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있다고 믿으며, 이런 인재들이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국가 발전을 위해 헌신하길 기대한다.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