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3.13 23:32 ㅣ 수정 : 2025.03.13 23:32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이어 생산자물가지수(PPI)까지 시장전망치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자 뉴욕증시 다소 안정 되찾아, 하지만 일각에선 관세정책이 시간적 격차를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트럼프발 인플레 우려 여전히 경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보잉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조립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물가를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세정책이 통상 수개월의 간격을 두고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의 관세정책 효과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공개한 2월 PPI는 전월 대비 변동이 없었고, 전년 동월 대비로는 3.2% 상승하여 전문가 예상치(3.3%)를 소폭 하회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최종수요 재화 가격이 0.3% 상승했지만, 이는 식품 가격(1.7% 상승)과 에너지 가격(1.2% 하락)의 상쇄 효과로 인한 결과였다.
특히 계란 가격이 전월 대비 53.6% 급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물가 상승률은 크지 않았다. 이러한 현상은 일부 품목에서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억제했음을 시사한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최근 원유 시장의 안정과 공급망 회복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여 2021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한, 근원 PPI 역시 전월 대비 0.2% 상승하여 예상치(0.3%)를 밑돌았다. 이는 물가 상승의 기조적인 압력이 점차 둔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2월 지표에서 주거비 상승(0.3%)이 전체 물가 상승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항공 요금(-4.0%)과 휘발유 가격(-1.0%) 하락이 이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전에 나타난 지표로, 향후 영향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최근 임금 상승률이 둔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구매력 증가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 지출이 둔화되면서 기업들은 가격 인상 압박을 크게 받지 않게 되며, 이는 CPI와 PPI의 상승폭을 제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체이스의 수석 경제학자 마이클 페롤리는 "임금 상승 속도가 둔화되면서 소비 지출이 이전보다 신중해졌고, 이는 기업들의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쳐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발 인플레 우려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대중국 관세 정책은 본격적인 시행 이전이기 때문에, 이번 CPI와 PPI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낮았던 것은 이러한 정책적 요인이 아직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보고서를 통해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물가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회복과 글로벌 원자재 가격 안정으로 인해 물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물가지표 발표 이후, 뉴욕증시는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2월 CPI 발표 이후 S&P 500 선물은 1.1% 상승했으며,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5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이 68%로 상승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관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반영될 경우를 가정하여, 2025년 4분기 근원 CPI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9%로 상향 조정했다"며 중장기적인 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결과적으로, 2월 물가지표는 시장의 예상보다 낮아 인플레이션 재급등 우려를 일부 완화시켰지만, 향후 관세 정책과 공급망 동향에 따라 물가 흐름이 다시 변동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