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3.04 01:14 ㅣ 수정 : 2025.03.04 01:1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오는 7일 가상화폐 서밋 앞두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알트코인 포함 가상화폐 전략적 비축 선언 언급에 가상화폐 시장 시가총액 하루만에 3000억달러 회복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통해 가상화폐에 대한 전략적 비축을 선언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의 가상자산 전략적 비축"을 전격 선언하면서 가라앉던 가상화폐 시장이 급격히 반등했다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비트코인은 9만4000달러선을 회복한 후 9만달러 선까지 밀렸고, 이더리움과 리플, 솔라나, 카르다노 등 주요 알트코인도 두 자릿수 이상 급등했다가 하루만에 10% 이상 하락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 전체가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2일 오후 5시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9.4% 오른 9만4062달러에 거래됐고, 이더리움은 13.4% 상승한 2527달러에 도달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리플과 솔라나는 각각 32.2%, 23.1% 폭등했고, 카르다노(ADA)는 한때 65% 넘게 치솟기도 했다.
이번 급등의 도화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SNS 플랫폼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이었다. 그는 "미국의 가상자산 비축은 바이든 행정부의 부패한 공격으로 위기에 처한 산업을 다시 상승시킬 것"이라며, "리플, 솔라나, 카르다노를 포함한 전략적 비축을 실무그룹을 통해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한 시간뒤 다시 올린 글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역시 비축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며 "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사랑한다"고 덧붙이며 시장의 기대감을 극대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는 기존의 정부 보유 자산을 처분하지 않고 단순히 보관한다는 수준을 넘어, 정기적으로 시장에서 적극 매수하는 '전략적 비축(Strategic Reserve)'으로 방향성을 제시한 첫 공식 언급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CNBC는 "이번 발언은 미국 정부가 가상화폐를 주기적으로 사들이는 정책적 의지를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단순 보유(stockpile)에서 비축(reserve)으로 진화한 개념"이라고 평가했다.
가상자산 투자회사 GSR의 스펜서 할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시장 참여자들을 단숨에 매수 포지션으로 전환하게 했다"며 "이번 반등의 가장 강력한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특히 비트코인의 경우, 최근 급락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 발언이 더욱 강력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에피션트 프론티어의 앤드루 투는 "트럼프가 리플과 카르다노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정치적 수사 이상의 정책적 실행으로 이어질 경우, 특정 알트코인에 대한 강세장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그는 "아직 구체적인 비축 정책이나 실행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기대에 비해 발표 내용이 부실할 경우 다시 매도세로 전환될 위험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검토하는 실무그룹을 구성하고, 6개월 내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했으나, 당시에는 가상자산 비축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빠지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안긴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발언은 그 연장선에서 '비축'이라는 용어를 명확히 사용하며 한층 구체화된 정책 방향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번 반등을 계기로 미국 내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기대도 다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세계 최대 가상화폐 행사인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미국이 지구의 가상화폐 수도이자 비트코인 슈퍼파워가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첫 행보로 국가 비축 전략을 꺼내 들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편, 백악관은 오는 7일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이 참석하는 첫 '가상화폐 서밋'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서밋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인 비축 계획과 가상자산 진흥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따라 시장의 방향성이 다시 결정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실제 정책적 실행 로드맵까지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가상화폐 투자사 판테라 캐피털의 댄 모어헤드는 "만약 미국 정부가 정기적이고 대규모로 비트코인을 매입하기 시작한다면, 시장은 지금껏 본 적 없는 강세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의 발언이 단순한 정치적 레토릭이 아닌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화폐 부활 선언'에 환호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정책의 실체와 실행 여부에 따라 시장이 다시 급격히 요동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시장의 다음 행보는 이제 7일 열릴 백악관 가상화폐 서밋 이후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