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달러 공포 ②] 12년전 테이퍼 탠트럼 악몽 되살아나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3.10 00:49 ㅣ 수정 : 2025.03.10 00:49

달러가치 강세는 신흥국 통화가치를 끌어내리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발표로 신흥국 통화 폭락했던 테이퍼 탠트럼 당시 인도 루피, 인도네시아 루피아, 브라질 헤알화 등 줄줄이 급락했던 악몽 생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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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거의 전세계를 상대로 대대적인 관세전쟁을 일으키면서 글로벌 경제에 또 한 번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달러패권’을 지키기 위해 관세카드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킹달러 공포’에 휩싸일 전망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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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가치가 다른 통화 대비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촉발한 킹달러 현상으로 신흥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미 달러화 강세가 본격화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는 곳은 신흥국 통화와 금융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발 보호무역 강화, 글로벌 공급망 충격, 그리고 달러 강세가 맞물리면서 신흥국 경제는 12년 전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 악몽과 2022년 킹달러 공포를 다시 떠올리고 있다.

 

실제로 달러 강세는 신흥국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가장 강력한 요인 중 하나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투자자들은 위험 회피 심리로 신흥국 자산에서 이탈해 미국으로 돈을 옮긴다. 동시에 신흥국 기업과 정부가 갚아야 할 외화 부채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발표로 신흥국 통화가 폭락했던 테이퍼 탠트럼 당시, 인도 루피와 인도네시아 루피아, 브라질 헤알화 등이 줄줄이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신흥국 채권과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며 금융시장 혼란이 가중됐다.

 

2022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글로벌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고, 여기에 달러화 강세까지 겹치며 신흥국들은 극심한 외환 위기를 겪었다. 아르헨티나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재요청했고, 튀르키에는 리라화 가치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40%까지 인상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022년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면서 수입 물가가 급등했고, 에너지·식료품 가격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3% 이상으로 급격히 올리는 긴축에 나서야 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수석연구원인 데이비드 맥그리거는 “킹달러의 진짜 피해자는 미국이 아닌 외부 세계다. 특히 신흥국들은 외화 부채와 무역적자 문제로 이중고를 겪는다”며 “트럼프의 보호무역 강화와 킹달러 현상이 동시에 발생하면 글로벌 금융위기급 충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일부 신흥국은 선제 대응에 나섰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지난해부터 금리를 13% 이상으로 유지하며 물가와 환율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멕시코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11.25%로 높이며 자국 통화 방어에 나섰다. 한국은행 역시 올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며, 외환보유액 확대, 통화스와프 체결 등 복합적 안전판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책에도 한계는 있다. 금리를 올리면 외화 유출을 막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내수 경기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특히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침체, 기업 투자 위축 등이 이어지면서 성장률 둔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킹달러의 역습은 단순한 환율 문제를 넘어 신흥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외화 부채 의존도가 높고, 수입 원자재 비중이 큰 국가들은 달러 강세에 속수무책으로 휘청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 전쟁으로 달러 초강세가 시작된다면, 그 피해는 신흥국 곳곳에서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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