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3.13 23:37 ㅣ 수정 : 2025.03.13 23:37
부유한 사립 고등학교에 지원은 불필요 vs 납세와 혜택은 모두가 평등하게
일본의 파격적인 교육정책이 논란을 낳고 있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일본 제1여당인 자민당을 필두로 공명당과 일본유신회가 함께 사립 고등학교의 무상화를 추진하자 일본 내 유명 경제학자들이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시행 중인 취학지원금은 자녀가 사립고등학교에 다니는 연 수입 590만 엔 미만의 세대에 최대 39만 6000엔을 지급하고 있지만 자민당은 소득 기준을 없애고 지원금 상한액도 대폭 끌어올리는 협의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경제신문이 경제학자 47명에게 취학지원금의 상한액을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묻는 질문에 70%에 해당하는 33명이 반대의견을 냈다. 상한액 인상을 반대하는 경제학자들은 사립고등학교에 대한 지원금을 인상할 경우 필연적으로 학비가 따라오를 것을 제일 우려한다.
도쿄대학의 와타나베 야스토라(渡辺 安虎) 교수는 사립 고등학교가 학비를 올려도 인상된 지원금이 이를 상쇄하기 때문에 지원자는 줄지 않을 것이고 결론적으로 학비 인상의 계기만 만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이오대학의 코니시 야스후미(小西 祥文) 교수 역시 ‘고등학교 무상화는 사립 고등학교와 학원의 수업료를 끌어올리고 수험경쟁을 과열시킬 위험성이 있는데 지원금까지 인상할 경우 그 효과가 증폭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실제로 지원액을 인상했던 오사카에서는 학생들이 더욱 사립 고등학교에 몰리면서 공립 고등학교의 신입생 부족현상이 계속되고 있는데 와세다대학의 노구치 하루코(野口 晴子) 교수는 고등학교 무상화로 인해 사립 고등학교에 학생들이 집중되고 원래도 피폐해진 공립 고등학교의 교육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제한 자체를 없애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이 갈렸다. 제한철폐를 반대하는 경제학자들은 취학지원금이 고소득층에게까지 지급되면 교육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을 우려한다.
도쿄대학의 시게오카 히토시(重岡 仁) 교수는 ‘소득제한을 철폐하면 고소득층에게 불필요한 지원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정적인 재원을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중점적으로 배분하는 쪽이 교육격차를 바로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반해 게이오대학의 나카무로 마키코(中室 牧子) 교수는 연 수입 하나만으로 그 사람의 생활수준과 곤란함을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제한 철폐를 지지했다.
같은 대학의 사카이 토요타카(坂井 豊貴) 교수도 ‘납세를 통한 사회공헌이 많을수록 오히려 사회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면서 ‘소득제한을 두는 것은 세금이 모두가 아닌 일부만을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버린다.’는 논리로 소득제한 철폐에 찬성했다.
참고로 고등학교 무상화 확대에는 매년 수천억 엔의 재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애초에 고등학교 무상화는 교육정책으로서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고 오히려 교육의 질 향상과 유아교육의 확충 쪽이 더욱 급하다는 의견에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동의했다.
이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대학의 제임스 조셉 헤크먼 교수의 연구서도 확인되어 유아교육 투자는 아이들의 미래소득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히토츠바시대학의 모리구치 치아키(森口 千晶) 교수는 ‘교육격차를 없애기 위해서는 조기 교육투자가 중요한 만큼 (사립 고등학교의 무상화보다는) 유아교육과 의무교육에 대한 지원책 확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