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명종 NH농협은행 준법감시인 “내부통제 발전 중…사회 기대엔 미치지 못해”
홍명종 NH농협은행 부행장 인터뷰
“금융사고 이슈화되며 부각되는 측면”
“책무구조도 도입, 성공 가능성 50%”
“지배구조, ‘전문성’에 바탕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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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NH농협은행 준법감시인 홍명종 선임부행장은 “우리 사회는 내부통제 측면에서 과거에 비해 굉장히 발전하고 있다”며 “사회가 기대하는 속도에 미치진 못하고 있지만 각 분야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신경 쓰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5대 은행과 금융지주 준법감시인 가운데 유일한 외부 출신인 홍 부행장은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공직자와 법조인 등을 거친 홍 부행장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NH농협은행 준법감시인을 맡아 전방위적인 내부통제 시스템 강화를 주도해왔다.
홍 부행장은 “디지털 시스템 구축, 예산 증액, 인력 확보를 통해 금융사고를 걸러 내거나 적발하는 건수도 늘고 있는 것”이라며 “최근 내부통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언론 등에서 관심을 받으며 이전보다 크게 부각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최근 은행권에서 연이어 터진 지인 연루 금융사고 등에 대해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개인의 일탈로 벌어지는 ‘금융사고(횡령‧배임)’와 ‘금융법 위반 사고’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금융사고는 100% 고의 범죄인 반면 법규 위반 사고는 대부분 관련 법을 잘 모르거나 부주의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자는 모니터링이나 초동 대처 등 초기 단계가 중요하고, 후자는 철저한 교육과 예방 활동을 통해 줄여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금융법 위반 사고를 막으려면 은행원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와 관련된 법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명확하게 습득해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은행은 직원 각자의 노력에 맡기는 것으로 안다”며 “회사 차원의 내부 교육이 필수로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NH농협은행은 업무 관련 내부통제 지식을 각 담당 직원이 의무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홍 부행장은 금융회사 내부통제는 이번 책무구조도 도입을 계기로 더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에서의 책무구조도 도입은 절반의 성공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책무구조도는 횡령이나 배임 등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금융사 임원 개개인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할지 구체적인 범위를 정해두고, 내부통제가 미흡할 시 제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올해 1월부터 금융지주와 은행을 대상으로 시행됐으며, CEO와 임원들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 있어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불린다.
홍 부행장은 책무구조도 도입과 관련 “성공, 실패 가능성을 각 50%로 본다”며 “정책 운용이 잘못될 경우 금융권의 경영을 보수화 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이 더 도전하고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경영진이 반복적으로 처벌받게 되면 금융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것에 집중하면서 창조 정신은 사라지고 직원들도 소극적으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홍 부행장은 “동전의 앞뒤 같은 것인데 책무구조도 도입의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제도가 제재 중심으로 가면 부작용이 생길 것이고, 금융권 전체의 내부통제 수준이 상향 평준화 되도록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건전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에서 좋은 내부통제도 가능하다”며 “지배구조는 무엇보다 전문성에 바탕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지배구조가 조직 내 권력 관계를 의미한다면 내부통제는 내부 구성원 사이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는 경영 활동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NH농협은행은 지배구조법 시행령에 포함된 금융관계법령 76개를 모니터링해 농협은행 업무와 직접 관련된 법률을 추려내고 그중 법적 책임과 관련된 조항만을 묶어 책무구조도를 만드는 등 다른 금융회사와 차별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준법감시인력 확대, 상시감시시스템 고도화, 준법감시 업무 자동화, 윤리자격증 도입 등 금융사고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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