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훈의 광고썰전 (231)] 가장 싼 광고 모델로 가장 폼 나는 광고를 만든 아이폰 16e의 비밀
신재훈 입력 : 2025.04.09 05:15 ㅣ 수정 : 2025.04.09 05:15
브랜드 가치 + 제품 특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크리에이티브
[뉴스투데이=신재훈 칼럼니스트] 신장 개업한 호프집 앞이나 길거리 이벤트 현장에서 춤을 추듯 관절을 꺾는 일명 바람 인형을 자주 볼 수 있다.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우습고 기괴한 동작으로 제법 시선을 끌었었지만 이제는 자주 보다 보니 식상함 마저 든다.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과 관심을 끌어보겠다는 의도로 설치한 것이지만 대부분 낮은 퀄리티의 싼티 나는 제품들이라 별로 좋아 보이지도 않고 오히려 행사를 주최하는 기업이나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만 낮아지고 이미지 제고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이것이 지금까지 바람 인형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과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소비자들의 생각을 180도 바꾼 광고가 등장했다. 바람과 공기량에 따라 이리저리 춤추는 똑 같은 바람 인형이지만 달라도 너무 다르다.
바람 인형이 광고 모델로 출연하는 아이폰 16e 광고다.
[Meet iPhone 16e I Apple]
넓고 하얀 공간에 전선과 몇 개의 기계 장치들이 보인다
그 중앙에는 뭔가 알 수 없는 천이 뭉쳐져 있고 경쾌한 음악과 함께 알 수 없던 천의 정체가 드러 난다
공기를 주입하자 점점 부풀어 오르더니 결국 바람 인형이 된다
음악에 맞춰 마치 아이돌 걸그룹처럼 춤을 춘다
평소 동네에서 봐오던 바람 인형들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완전 다른 감각적인 춤 동작이다
춤추는 중간중간 제품을 들고 보여주는 센스도 발휘한다
Introducing iPhone 16e
at a price you can’t ignore 라는 자막으로 광고는 마무리된다
만약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지닌, 최고로 소비자에게 선호되는 애플의 아이폰 광고가 아니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돈 안 들이고 대충 만든 싸구려 광고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실제 가격을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겉보기에도 우리가 익히 봐왔던 바람 인형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되어 보인다. 아마도 명품 바람 인형, 소위 바람 인형계의 에루샤(?)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비교를 위해 세개의 영상을 더 첨부하였다. (첨부 영상 참고)
하나는 진짜 동네 식당 앞 싼 티 나는 바람인형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아이폰 16e 광고에 출연한 모델처럼 나름 세련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줄 아는 유튜브 조회수가 제법 높은 댄서 바람 인형들이다. 마지막은 그냥 한 번 웃자고 바람 인형 동작을 패러디한 인간 바람 인형들을 추가했다.
같은 바람 인형이라도 아이폰 광고에 나오면 더 좋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이렇다.
감각과 감성 측면에서 볼 때 똑 같은 바람 인형이라도 화려한 색상과 퍼포먼스를 보이도록 연출된 비주얼과 고급스럽고 감각적인 카메라 테크닉 그리고 춤동작과 어울리는 다이나믹한 음악이 추가되어 시너지를 이룬다. 모든 것이 합쳐져 완성된 광고는 소비자들의 오감을 자극하며 더 세련되고 고급스럽게 보인다.
심리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도 후광 효과(Halo effect)로 인해 아무리 촌스럽고 우스꽝스러운 광고를 해도 애플(아이폰) 로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멋져 보일 것이다. 사실 그저 그런 평범한, 아니 정말 수준 이하의 광고를 보더라도 소비자 스스로가 애써 멋있게 느끼려고 노력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애플과 아이폰에 대한 고급스러운 인식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저급한 광고에 대한 인상이 양립할 수 없는 상태, 즉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이루며 이를해소시킬 유일한 방법은 광고가 좋다고 합리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No. 1 브랜드의 특권이자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신재훈 프로필 ▶ (현)BMA 전략컨설팅 대표(Branding, Marketing, Advertising 전략 및 실행 종합컨설팅) / 현대자동차 마케팅 / LG애드 광고기획 국장 / ISMG코리아 광고 총괄 임원 / 블랙야크 CMO(마케팅 총괄 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