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3부>, 초현실 비상계엄 (41)] 음모론의 생산자들, 맹신자들 그리고 중국 혐오
민병두 입력 : 2025.04.14 15:13 ㅣ 수정 : 2025.04.15 21:10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사진=JTBC 캡처]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2025년 4월 12일 봄비가 내리면서 벚꽃이 떨어지고 있었다. 광화문에서 덕수궁까지 전광훈의 집회가 열렸다. 한 청년이 올라왔다. 북한 인민군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우리 사회가 공산화되고 있다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헌법 재판소가 5대3이나 7대1로 기각을 했다면 그래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8대0이 무업니까. 이거야말로 우리 사회가 공산화됐다는 증거입니다.”
“맨 앞 줄에 앉아있는 예쁜 젊은 여성, 그리고 셋째줄에 있는 섹시해보이는 여성.
여러분들은 이제 고위층을 위해 봉사하게 될 것입니다.”
이 밑도 끝도 없는 선동을 하는 사람이나, 이것을 듣고 박수치는 사람들. 윤석열이 벌여놓은 음모론의 신도들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북한과 손잡고 공산화되고, 홍콩처럼 중국 공산당이 지배할 것이라는 두려움증을 갖고 있다. ‘부족주의 음모론’이다. 자신들이 속한 부족이 믿는 음모론에 빠져서 심리적인 위안을 얻고, 나아가 자신들만이 나라를 위한다는 애국주의적 우월감에 빠져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해도, 나라를 지킨다는 우월주의 자기 만족 의식을 갖고 집회 현장에 나와있다.
스카이데일리가 만든 산불, 전국에 번져
윤석열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네 번째 담화(2024년 12월 12일 “중국인이 드론으로 국정원을 촬영하다 붙잡혔다”)에서 불을 붙인 중국간첩론은 2025년 1월 16일 스카이데일리의 기사로 커다란 산불이 되었다. 이 산불은 거의 두 달간 전국을 불태우고, 아직도 잔불이 남아있는 상태이다.
“비상계엄 당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선거연수원에 있던 중국인 99명이 주일 미군 기지로 압송됐고, 검거된 이들은 미군 측에 인계돼 평택항을 거쳐 일본 오키나와 미군 기지로 이송됐다” 기존 미디어는 아무 곳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윤석열이 맹신하는 유튜브만 실어날랐다. 학력도 높고, 각 분야의 정상에 오르면서 평생 조선일보만 믿고 살았던 이들도 스카이데일리가 유일한 진짜 정론지라고 믿는 상황이 됐다.
KBS 추적 60분 ‘극단주의와 그 추종자들 : 계엄의 기원 2부’가 2025년 3월 7일 방영됐다. KBS는 방송에서 캪틴 아메리카 복장을 하고 다니는 안병희(1983년생)씨를 인터뷰했다. 스카이데일리가 쓴 문제의 기사 취재원이다. 안병희는 캡틴아메리카 복장을 한 채 중국대사관과 경찰서를 난입하려고 한 혐의로 구속됐다.
KBS 인터뷰는 구속 전에 이뤄졌다. 안병희씨는 CIA 출신 블랙 요원이라고 주장하고 다녔다. 안병희는 자신을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활동한 블랙 요원”이라고 주장했다. 미 육군 예비역인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복귀하지 않아 행방불명자 처리돼 신분이 말소됐다”고 했다. CIA 신분증도 보여주었는데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눈썰미가 있으면 금방 가짜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다. 신분을 감춰야 하는 블랙요원은 신분증을 소지하지 않는다.
[사진=JTBC 캡처]
안병희는 누구인가
서울에 있는 한 신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대한애국당 후보로 2018년 서울 강남구의원 선거에 나온 적이 있는데 선거 공보물에 육군 병장 만기 제대라고 기재했다. 경찰 수사 결과 안병희는 미국 입국 기록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 육군 2사단은 안병희의 복무 사실이 없다고 했다. 주한미군은 입장문을 내어 “한국 언론 기사에 언급된 미군에 대한 묘사와 주장(중국인 99명 오키나와 미군 기지 억류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entirely false)”라고 밝혔다. 그런데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자칭 미국 블랙요원에게 제대로 당했다.
스카이데일리 허겸 기자가 안병희에게 먼저 물어봤다. “혹시 계엄령 때 중국 간첩 90명 정도가 잡힌 것 알고 있냐”, “어디로 간 것 같냐’고 질문을 하자 그때부터 소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는 거짓말을 하게 된 동기를 이렇게 얘기했다. “정보기관 사람까지 속을 정도면 오히려 저한테는 좋은 그림 아닌가요. 그만큼 더 똑똑하다는 얘기니까. 거짓말을 해서 속일 수 있을 정도의 능력치라면 어디 정보기관 바로 데려갈 수 있을 정도의 인재가 된다는 거잖아요”
안병희=6개월 단위로 실업급여 받고 이러면서 그 사람들 직업 훈련시킨다고 해놓고 결국 간첩교육시키고.(중국의 간첩들이 한국의 선관위 연수원 제2생활관에 기숙하면서 6개월 주기로 교체했고, 목인(木人)이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사용해 한국과 미국의 내정에 간섭해왔다는 보도)
안병희=그러면 이제 반중감정을 확 일으키는 거지. 국민 혈세로 간첩을 양성했다고 하면.
안병희=그거로 바꾸시고 서양인 대신에 코카시안이라고 쓰면. 약간 전문적인 표현을 쓰죠. 미싱 인 액션(missing in action).
안병희=부정선거라고 해요. 부정선거를 밝히기 위해 한국에서 줄곧 첩보 활동을 해왔다.
안병희=블랙요원이 아니라 블랙옵스(Black Ops. 흑색작전). 하나님도 넣어버릴까요 그냥.
안병희=하나님은 미국을 통해 중국의 간첩들을 상대하기 위해 영웅을 한국에 보내 도왔다. 이런 식으로
안병희=그런 식으로 바꾸시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교정 본 걸 저한테 보내주세요.
스카이데일리는 관련 후속 보도를 이어가다가 중앙선관위로부터 고발당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했다. 허겸 기자는 출국금지를 당했다. 그는 "안병희씨가 여러 소스 가운데 한 명은 맞지만 백악관을 포함한 미국 현재 취재원과 국내외 정보기관 취재원들의 첩보를 종합했다"고 해명했다.
[사진=JTBC 캡처]
믿고싶은 것만 믿는 사회심리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칼럼을 보면 우리나라 기득권층이 음모론에 얼마나 취약한지, 확증편향에 얼마나 깊게 빠져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이 매달리는 희망이 있다. 자신이 믿은 종교가 사이비가 아니기를 바란다. 신앙처럼 되어버린 부정선거론, 공산화 위기론이 사실은 사기에 불과한데 이를 진실인양 믿고 있다. 이 믿음이 사기로 판명되지 않기를 바라는 가느다랗고 간절한 희망의 일단을 여기에서 볼 수 있다. 명문학교 동창회, 개신교 단톡방(일명 카톡교)에 그토록 돌고 돌던 경전들이 거짓이 아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칼럼에서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지난 1월 어느 자리에서 놀라운 얘기를 들었다. 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 중국 간첩 99명을 체포해 주일 미군 기지로 압송했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한 사람은 전문직에 계신 분이었다. 그분께 뉴스의 출처를 물었더니 무슨 유튜브라고 했다. 그러면서 “요새 진짜 뉴스는 신문·방송에 안 나오고 유튜브에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 ‘뉴스’가 너무 놀라워서 ‘그 유튜브에서 사실 확인 과정을 밝히고 있느냐’고 했더니 그분은 “그 유튜브를 하는 사람은 정의롭고 옳은 말만 하기 때문에 다 사실일 것”이라고 했다....
그 후 필자는 이 괴담을 사실로 믿고 있는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는 이름을 들으면 모두가 깜짝 놀랄 만한 사람들도 있다. 이분들은 ‘관계 당국이 모두 허위라고 발표했고, 조선일보 취재진의 현장 사실 확인에서도 아무런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필자 설명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상당수는 필자의 설명을 믿지 않는 듯했다. 믿고 싶어 하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런데도 그 매체의 송년회에 전직 국무총리가 나와 “지금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언론”이라고 칭송했다. 이 매체 대표는 “우리가 옳았고, 우리가 이겼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측 변호인이 ‘중국인 99명 체포’를 확인하기 위해 계엄을 했다고 변론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진=JTBC 캡처]
가짜뉴스, 가짜뉴스, 가짜뉴스
이제 윤석열 신도, 전광훈 성도들의 사고 방식대로 한다면 우리는 늘 우리 옆에 누가 중국인인지 확인하고 살아야 한다. 주민센터나 은행 창구에 갔을 때 혹시 이 사람이 중국인이 아닐까. 내 주치의가 화교는 아닐까? 우리 집 아이의 배우자가 중국인은 아닐까? 조금있으면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중국인 때문에 망하고, 우리나라 대학은 중국인 특례입학으로 중국인 대학이 되고, 대한민국은 중국 사람들 땅이 되고, 탄핵 찬성 집회에 나오는 사람들은 중국인들뿐이고...믿어야 한다.
선관위 직원이 중국인이라는 가짜 뉴스도 범람했다. 사실은 선관위 정규직 직원 가운데 외국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선관위에 ‘계약직 공무원’을 외국인으로 채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한겨레21 취재 결과, 2013년 오스트레일리아인 1명(약 2년), 2016년 영국인 1명(약 4년)이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것이 전부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서울 은평구 개표 사무원 가운데 6명이 중국인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지역 의용소방대원들로 5명은 한국 국적, 1명은 중국 국적의 영주권자였다. 개표 장비가 중국산이어서 중국이 데이터를 조작했다는 거짓말까지 돌았다.
헌법재판이 진행되면서 헌법연구관이 중국인이라는 가짜뉴스도 돌았다. 헌법연구관은 판사와 마찬가지로 특정직 국가공무원으로 분류돼, 외국인 채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 헌법재판소 공보관의 ㄹ 발음에 중국인 억양이 묻어난다며 중국인(화교)이 헌재까지 침투해 대통령 탄핵을 유도하고 있다는 숏츠까지 돌았다. 동조 댓글이 1000여개에 달했다. 버전도 여러개다. 이 역시 가짜뉴스다.
친구를 생각하며 쓴 칼럼
광주고등법원의 차기현 판사는 친구 손덕중을 위한 변론을 썼다. 손덕중의 조부모는 중국 공산당을 피해 바다 건너 한국에 왔다. 그는 화교 3세로 대한민국에 귀화한 한국 국민이다. 2013년 법원 재판연구원이 되었을 때, ‘화교 출신 재판연구원 탄생’이라는 기사가 실린 적이 있다. 지금은 민간일을 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헌법재판소 연구관의 이름이 이상하다’, ‘누구누구가 중국인 같다’는 등의 공격이 시작됐다. 그가 마치 ‘우리 사법부에 침투한 중국인 중 하나’인 것처럼 저격하는 유튜브 영상이 등장했다. 악플, 혐오표현이 뒤따랐다, 상처 입었을 그의 영혼을 생각하면 친구로서 정말 마음이 아려온다고 썼다.
차기현 판사는 ‘중국인이 뭐 어때서’(법률신문)라는 칼럼에서 우리 사회의 중국인 혐오를 일본에서 만연한 재일조선인 혐오와 비교했다.
<혐한단체의 얼간이들이 일본에 잘 정착해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의 면전에서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막말을 던질 때, 일본 내 양심세력과 함께 다 같이 분노했던 우리였다...그중 대표적 인물인 간바라 하지메(神原元) 변호사에게 술자리에서 “변호사님도 이런 활동하면서 ‘알고 보면 한국인, 조선인’이라는 식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지 않나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간바라 변호사는 “그런 적 꽤 있죠. 그 땐 ‘그래, 한국인이면 뭐가 잘못됐냐(韓国人なら何が悪いの)?’라고 응수했지요”라고 답했다. 나 역시 차별과 혐오 앞에 놓인 내 친구 손덕중을 위해, 그의 옆에 함께 서서 똑같이 말해주고 싶다. “그래, 중국인이면 뭐가 잘못됐냐?”
사실 ‘우리 사회 곳곳에 침투한 중국인이 그 정체를 감추고 암약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사회를 좀먹고 중국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다’, ‘누구누구도 알고보면 중국인이라더라’ 등의 언사들은, 그 ‘중국인’ 자리에 ‘한국인, 조선인’을 집어넣으면 일본에서 우리 민족을 피해자로 했던 혐오와 배제의 언어들과 판박이처럼 닮았다는 것이다.>
일본 재특회를 닮은 한국 극우
일본의 극우 단체 재특회(재일 조선인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모임)은 재일 조선인들이 일본인에 비해 특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혐오 시위를 조장한다. 한국의 극우들도 재특회처럼 선동을 했다 .“중국 화교에게 국민 세금으로 장학금 지원, 비행기표, 생활비, 화교 전형 지원으로 6등급만 돼도 법대, 의대 입학” 다 가짜다. 정작 당사자인 의대생 법대생들은 그런 얘기를 하지 않는다. 의대생 휴학, 전공의 파업에서도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헌법재판소 주변에서는 CHINA OUT, NO CHINA, CCP(중국공산당) OUT' 등 문구가 적힌 시위용품이 팔렸다. 윤석열 지지자들이 한남동에서 중국 국적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임신했음을 호소하는데 욕설하며 폭행을 가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는 공간에서는 “한국인 아니냐, 한국말 해보라”, “말 안 하는 것을 보니 화교다”라는 등 검열 행위가 있었다. 서울 명동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집회에 참석한 이들이 멸공! 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멸공 페스티벌’도 있었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발전해도 국민의힘에서는 수수방관했다. 윤석열이 파면되자 ‘우리의 승리'로 표현한 중국발 전단이 서울 도심에 무더기로 뿌려졌다는 가짜뉴스도 돌았다.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온라인에 떠도는 중국에 관한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혐중을 퍼뜨리기 위해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생산하는 자가 있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그는 뉴시스 인터뷰에서 "혐중 시위가 조직적으로 과격화, 인종주의화하고 있다. 법과 상식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찰과 검찰을 비롯해 이 같은 현상이 인종주의 국가를 만들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일부 법관의 책임이 크다. 정치인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중감정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탄핵 끝나자 일상 범람한 혐중정서···‘인종주의화’ 우려도. 뉴시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반북 보다는 반중이 장사가 잘돼
혐중 반중 정서는 미국에서 생산하고 한국에서 수입한 것이다. 트럼프가 조장하고 세계화로 피해를 봤다고 생각하는 백인들이 그 혐오를 즐겼다. 일본의 반중정서와 결합하면서 한국에서 증폭되었다.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들의 소득이나 직업, 연령에 관계없이 공통으로 갖고있는 정서다.
사회가 불안하면 사람들은 악마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들이 불행해진 책임을 악마에게 돌린다. 복잡한 사회현상을 설명하고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세상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동성애 때문이다, 하나님이 벌을 주시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가 나서야 한다 - 개신교 극우의 논법이다. 북한 공산당과 중국 태양광, 드론 때문에 우리나라가 경제 정치적으로 어렵다. 민주당이 여기에 동조하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이 계엄으로 이를 일깨워 주었다 – 아스팔트 우파의 논리다. 개신교는 반동성애에서 반공으로 비즈니스를 확대했고, 윤석열은 유튜브와 온라인을 보면서 반북에서 반중으로 정치비즈니스를 넓혔다.
한겨레21은 탄핵반대, 부정선거 지지자들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분석했다. 2024년 12월 27일부터 2025년 2월 26일까지 두 달 동안 채팅방 5곳에서 언급된 문장을 집계했다. 이 문장들을 살펴보면, 북한보다 중국이라는 단어가 훨씬 많이 언급됐다고 한다. 중국(1만2650회), 중국인(3185회), 중공(2282회) 등 중국 관련 키워드는 북한을 나타내는 종북(4273회), 북한(4421회) 등을 압도했다. 그러니 유튜브도 정치인도 반중 비즈니스로 갈아타고 있고, 이들이 갈아타니까 반중 정서가 더 확산되고 있다.
”청년층이 많이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중국 혐오 영상이 인기다. 이승만 대통령을 비판하는 주장을 반박하는 영상으로 유명세를 탄 '그라운드씨'와 반페미니즘을 표방해 2030 남성들이 즐겨 보는 '신남성연대'가 대표적이다. 그라운드씨가 2024년 초부터 2월 13일까지 올린 영상 29개 가운데 중국을 언급한 영상은 2개인데 중국 관련 영상의 평균 조회수(76만5,000회)는 전체 영상 평균(39만3,000회)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신남성연대에서도 39개 영상 중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이?' 등을 다룬 영상 4개의 평균 조회수는 다른 영상보다 8만 회 더 많았다.“ (청년층 스며든 반중 정서 자극해 '혐중 몰이'…보수의 위험한 도박.한국일보)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음모론, 끈질긴 생명력
내란의 행동대장 김용현은 옥중 편지에서 "악의 무리들은 오직 권력욕에 매몰돼 중국 북한과 결탁해 여론조작과 부정선거로 국회를 장악하고, 의회 독재를 이용해 행정 사법을 마비시킴으로써 무정부 상태를 만들어 나라를 통째로 북한, 중국에 갖다 바치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윤석열 측 차기환 변호사는 “(한국에서) 중국과 북한에 의한 하이브리드전이 진행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초한전이라고 부른다”라고 말했다. 중국이 일으킨 초한전이라는 국가비상사태에 맞서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했다는 논리 전개다.
“이지용 계명대 교수가 쓴 〈중국의 초한전: 새로운 전쟁의 도래〉라는 책이 2023년 출판됐다. ‘초한전’은 한계와 경계를 초월한 전쟁이라는 뜻으로, 중국과 같은 후발 국가가 미국 등 선진국을 어떻게 물리쳐야 하는지 다룬 내용이다. 친중국 서적 같지만 사실은 중국의 테러전, 생화학전, 심리전, 여론전 등에 맞서 국가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취지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포문을 열었다. 그는 2월 22일 탄핵 반대 집회에서 “중국의 ‘초한전’이 시작됐다”라며 그 시나리오를 열거했다. 중국 댓글 부대 4000만명을 통한 한국 내 여론전 전개, 한국 내 중국 비밀경찰 운용, 중국공산당의 선전기구인 ‘공자학원’ 23개 운용 등이 그것이다.“ (‘만들어진 혐중’ 그 진원지를 찾아서. 시사IN) 정말 한도 끝도 없다. 음모론에 바진 이들을 심리적으로 구원해주는 책과 유튜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 에모리대학 연구팀이 미국·영국·폴란드에서 15만 8473명이 참가한 170개 연구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음모론적 사고에 관한 이 메타분석 연구는 2023년 미국심리학회 학술지 ‘심리학회보(Psychological Bulletin)’에 발표됐다. 음모적 사고와 가장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는 첫째, 자신이 위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인식, 둘째 이성보다는 직관에 의존하면서 이상한 믿음과 경험을 갖는 경향, 셋째 타인에 대한 적대감이나 우월감이 꼽혔다. 많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통해 박탈된 동기 부여를 다시 충족하려는 욕구를 실현한다. 음모론으로 인해 이제 할 일이 생겼고 소명의식이 싹 튼다. 자신이 겪는 고통과 장애 등을 이해하게 된다.
일단 여기에 의존하고 편입되게 되면 심리적 위협에서 벗어나 안전함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다른 공동체 집단은 부도덕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개인적 사회적 책임을 다른 집단에게 돌림으로써 소속 집단의 우월감을 유지한다.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서 자신들의 이론이 깨져도 세계관과 믿음의 체계를 고수하려는 경향을 갖고 있다.
2016년 12월 4일 소총으로 무장한 20대 남성이 미국 워싱턴의 피자가게에 들어와 총기를 난사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이끄는 조직이 워싱턴의 코멧 핑퐁 피자가게 지하실에서 아동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음모론에 빠져 있었다. 정의감이라는 동기가 부여됐다.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이른바 ‘피자 게이트’다. 다행히 피자 게이트에선 인명 피해가 없었다.
지금의 중국음모론은 위험하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30% 가량이 중국인이다.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 중에서도 중국인(36%)이 가장 많았다. 한국 땅에 있는 외국인 3명 중 1명은 중국인인 셈이다. 한국과 중국의 무역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숙명이다. 혐중이 대안이 될 수 없다. 독버섯처럼 퍼지는 혐중을 방관할 경우, 우리가 치러야 할 댓가가 크다. 혐중은 필연적으로 중국인들의 혐한을 초래한다. 극우와 연결된 인종주의는 인종 차별, 이주민 차별로도 발전한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국가가 되었고, 이민국가가 되지 않으면 생존하기 힘든 인구학적 위기를 겪고 있다.
극우가 중국혐오에 빠진 만큼 반대진영에서는 이들을 어리석고 비합리적인 사람이라며 경멸한다. ‘음모론이란 무엇인가’(바다출판사)의 저자 마이클 셔머는 음모론에 빠지는 경로를 세가지로 분류한다. 대리 음모주의, 부족 음모주의, 건설적 음모주의. 이중에서 정치적 발전경로인 부족 음모주의는 해당 음모론을 믿는다고 공개하며 집단에게 충성심을 표현하고 유대감을 얻는다. 그 유대감은 웬만한 공격으로는 와해되지 않는다. 공격을 가할수록 사회분열과 증오가 커진다며, 그들을 포용해야 한다고 한다. 정확한 지식을 공유하고 음모론의 생산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켜야 건강한 민주주의가 가능하다.
*아래는 필자가 2025년 2월 뉴스투데이에 게재한 ‘우리안의 미중전쟁’
-빨강부족의 숭미혐중(崇美嫌中) vs 파랑부족의 연미협중(聯美協中)
윤석열은 2024년 내란을 일으키면서 중국의 주권침해행위 때문이라고 선동을 했다. 급기야 탄핵반대집회 현장에서는 중국인 혐오가 일상화되었다.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CCP(중국공산당) 아웃’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극우유튜브에서 생성하는 온갖 혐중뉴스가 국민의힘을 통해 미디어에 전달되고 있다.
1992년 수교 이후 반중 혐중의 역사는 몇가지 사건을 거쳐 발전했다. 맨 먼저 중국의 동북공정(2002-2007)이다. 이때의 반중은 역사전쟁이었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었던 시기였다. 따라서 반중정서도 제한적이었다. 2단계는 사드 배치로 인한 경제제재(2016-)와 한한령이다. 반중은 경제 문화이슈였다. 중국의 부상에 대한 위기의식이 생겼다. 경쟁에서 경계로, 경계에서 위기의식으로 반중정서가 발전했다.
3단계는 팬데믹(2020)과 베이징동계올림픽(2022)이다. 이때부터 반중은 혐중이 되었고, 진영논리에 편승하면서 정치화되었다. 청년층의 혐중정서가 게임 및 인터넷 공간을 통해 확산되었다. 2020년 총선거, 2021년 보궐선거,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적지 않은 비중의 선거 이슈가 되었다. 2024계엄령으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이른바 ‘애국보수세력’이 결집하는 정치적 자원이 되었다. 대한민국을 중국공산당에 바쳐서는 안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정치적 부족주의' 등에 따르면 부족사회는 사라졌지만 부족본능은 인간에게 남아있다. 고독한 개인은 집단에 대한 소속으로 행복감을 느낀다. 부족은 신앙 가치 정서 이념 등으로 세력을 키운다.
빨강부족은 급격히 극우화하고 있다. 6.25세대의 반공주의, 박정희 전두환시대의 기득권 지역주의, 정치세력화된 개신교 보수주의(+번영신학), 20대 30대 남성들에게 퍼진 안티페미니즘이 이들의 이념이다. 여기에 혐중이 MSG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민주평화를 내세우는 파랑부족은 40대 50대의 민주주의, 독재정권하에서 핍박을 받으면서 형성된 저항적 지역주의, 20대 30대 여성들의 페미니즘, 강남좌파를 포함한 자유주의를 구성요소로 하고 있다. 지금은 빨강부족과 파랑부족이 정치적으로는 대등한 기반을 갖고있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SNS와 유튜브가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강력한 중독미디어가 되면서 두 개의 부족이 공고해졌다.
극우화된 애국보수는 애국을 표방하지만 민족주의와는 거리를 두었다. 그들에게 미국은 ’신‘이고 힘의 원천이다. 미국은 신의 은혜로 선택된 국가이고, 그 나라와 동맹을 맺은 것은 그에 버금가는 은혜이다. 기독국가 건설을 표방한 이승만의 국부 만들기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그들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종속하면서,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들었다. 미국을 숭상하면서 자연스럽게 친일적인 부족이 되어버렸다.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 중심으로 하여 중국포위전략을 수립해왔다.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1951)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 기간을 제외하고 일관된 입장이다. 그래서 박정희는 굴욕적인 한일협정(1965)를 맺었고, 박근혜는 한·일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2016)를 체결했고, 윤석열은 한·미·일 삼각동맹에 합의했다. 이런 맥락에서 식민사관의 뉴라이트가 등장했고, 거리에서는 성조기와 함께 일장기도 흔드는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파랑부족으로부터 ’토착왜구‘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찝찝하던 차에 혐중을 발견하면서 중국을 악마화하여 우파민족주의적인 요소를 보충하게 되었다. 우리나라가 공산화될 것이라며 공포를 확산시켰다. 새로운 애국의 소재를 만든 것이다. 공포가 강할수록 대중은 더 결집하게 되어있고, 경멸이 심할수록 대중의 뇌는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빨강부족의 혐중은 20대 키보드워리어(컴퓨터 자판 전사)들이 가세하면서 힘을 키웠다. 이들은 생래적으로 반중이다. 기성세대의 반일이 역사적 경험이라면, 이들의 반중은 현실적 경험이다. 어릴 적부터 게임을 하면서 부딪힌 중국 게이머들의 비 매너(불법 프로그램인 핵을 이용한 반칙. 이들을 핵쟁이라고 멸칭한다), 중국 유학생들과 수업을 함께 하면서 느끼는 피해의식, 중국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가고 있다는 위기의식 등이 그들의 감정을 만들었다.
이들에게 혐중은 놀이문화가 되었다. 초기 단계에서는 대륙에서는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는 식의 대륙시리즈가 유행했다. 수만명이 함께 모여 미대 입시를 치르는 밈 등이 중국 희화화의 소재였다. 한·중관계가 악화되면서 더 감정적인 유희로 발전했다. “짝한 짱깨는 죽은 짱깨”(중국인 중에 착한 중국인은 없다는 말)이라는 인터넷 언어가 일반화되었고 “중국인 발작 버튼 눌러보았습니다” “중국인 앞에서 시진핑 욕하면 생기는 일” 등의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모았다.
극우유튜버의 혐중컨텐츠는 산업이 되었다. 혐중정서를 자극할수록 조회수가 늘어나고 돈벌이가 되었다. 극우유튜브에서 동북공정은 북한에 중국이 진주하기 위한 것이고, 타이완 병진은 남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 되었다.
국민의힘도 여기에 가세했다. 중국인 영주권, 중국인 투표권, 중국인 의료보험, 중국인 토지 소유 등등을 선거 이슈로 만들었다. 윤석열은 여기에 더해서 중국인 간첩, 중국인 드론, 중국인 해커, 중국인 부정투표까지… ‘중국인’만 붙이면 되었다.
혐중포퓰리즘이 정치화된 이상, 단기간의 유행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꿈꾸는 중국과 이에 맞서는 미국의 대중봉쇄정책, G-2의 대결이 계속되면서 장기화될 자원을 갖게되었다. 냉전시대에 종북빨갱이 공격이 빨강부족의 최고 전략자산이었다면 신냉전시대에 접어들어서는 ’민주당 집권 = 친중공산정권 수립‘이라는 프레임을 전략무기화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봉쇄 전략의 관점에서 우리 안의 반중 정서가 나쁘지 않다. 그래서 빨강부족의 혐중포퓰리즘이 미국 일본 보수세력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의도적으로 조직화된 정서라고 보는 것이다.
중국은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시작한 경제제재와 한한령을 너무 오래 끌었다. 그리고 너무 강해졌다. 파랑부족이 더 이상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노선을 선택할 수 없게 되었다. 굴종을 강요하면 반발하게 마련이다.
그러는 사이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에서 일본을 제치고 1위가 되어버렸다. 진보 보수에 차이가 없었다. 20대의 반중 정서는 다른 어떤 연령대보다 높다. 이렇게 될수록 빨강부족은 반중정서를 정치화하고, 장기적인 국가 이익 대신에 단기적인 정치 이익(선거)에 탐닉하게 된다.
윤석열의 잘못된 내란범죄로 파랑부족의 입지가 우세해졌다. 하지만 중국이슈는 정서의 문제가 되어버려서 파랑부족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한중 수교 이후 지난 30여년간 반중 정서가 어떤 계기로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보면 국제화 조직화되고 있는 측면이 있다. 미국과 일본의 보수세력이 전세계적으로 반중 정서를 기획했고, 여기에 한국의 빨강부족이 편승한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 반중정서를 자초한 것인지, 혹은 우리의 선택이 만든 결과인지 등등 여러 요소가 섞여있다.
서울하계올림픽(1988)에서 동북공정(2007) 까지
지금까지 한중 관계에서 가장 평화로웠던 기간이다. 한·중수교(1992)는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와 이에 맞물린 세계화가 시작되는 시기에 이뤄졌다. 이미 키신저 체제가 출범하여 일본, 미국이 중국과 수교를 했기에 한국도 그 시기를 노렸다. 88서울올림픽에 참가하는 대가로 중국은 86서울아시안게임에 이어 90중국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북한이 집요하게 중국의 서울올림픽 불참을 설득했지만 실패했다. 한국은 중국민항기가 우리 영토에 불시착했을 때 환대하는 등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해왔다.
한·중수교로 양국 간의 경제교역은 급속도로 증가했고, 우리 경제도 그 혜택을 보았다. 섬유 의류 신발 등 저임금에 의존하던 제조업 분야가 중국으로 이전했다. 그 결과로 이 분야의 노동자들이 실직을 했지만 미국의 러스트벨트처럼 되지는 않았다. 경제가 계속하여 성장을 해서 저임금 제조업 분야의 노동자들이 다른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중국은 아직 우리의 경계 대상이 아니었다. 반대로 한국은 중국의 발전모델 중의 하나였다. 동북 3성에 흝어져 있던 조선족 동포들이 조상의 나라, 번영된 한국을 찾아 이동했다. 한국은 선망의 대상이 됐다.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2000년)이 열렸다. 중국은 1인당 GDP가 채 1000달러가 되지 않던 시기였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이때 시작되었다. 만약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고 한다면 배후에 강력한 동일민족의 국가가 등장하게 되고, 중국에 위협이 된다고 보았다는 것이다.
1994년에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라는 노래가 나왔다. “진정 나에겐 단 한가지 내가 소망하는게 있어 갈려진 땅에 친구들을 언제쯤 볼 수가 있을까…” 1980년대에 발해 고구려를 포함하여 통일신라와 함께 ’남북국시대‘로 역사를 보는 사관이 확산됐다. 만주가 우리의 고토(잃어버린 땅)이라는 입장이다. 민간 차원의 영유권 주장, 개신교의 동북 지역을 대상으로 한 공격적 선교가 이어졌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경험했고 탈북자들이 대거 중국에 유입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재외동포법을 제정하여 투표권을 부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 부터 만주 몽골 돌궐 고구려 시베리아의 역사를 독립된 것으로 보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는 이론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소수민족의 이탈을 방지하고 조선족과 남북한의 유대를 차단하며, 훗날 분리독립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차원에서 동북공정이 기획되었다고 한다. 고구려인 발해인의 후예가 중국 민족에 대부분 흡수되었고, 그들이 중국에 살고 있으니 중국 역사라는 것이다. 청나라의 영토를 경계로 하여 그 안에 있었던 역사는 중국 역사라는 속지주의적 역사관이다. 우리의 혈통주의 역사관과는 접근 방법이 다르다.
비슷한 시기에 서남공정(티벳) 서북공정(신장-위그루)도 시작되었다. 소련의 붕괴를 목도한 중국이 개혁 개방과 함께 소수민족의 이탈을 방지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탄압과 함께 역사공정을 하고 한족을 이주시키고 있다. 동북공정은 2007년에 종료됐지만 여전히 그때 생성한 자료를 유포하고 있다. 그 후에 조선족 자치구에 한족을 이주시키고 조선족 언어와 역사교육을 축소하고 있다.
동북공정이 남긴 충격은 여러 형태로 발전을 했다. 압록강 두만강에 중국군 수십만명이 주둔해 있는데 아무 때나 마음만 먹으면 북한에 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북한 병합과 진주를 위한 정지작업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김치와 한복의 원조가 중국이라는 중국네티즌들의 주장도 모두 김치공정 한복공정이라고 할 정도로 동북공정에 대한 의구심은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이 시기 한국인의 대중정서는 대체로 우호적이었다. 한국전쟁을 일으키고 분단을 고착화한 책임의 한 쪽 당사자인 중국에 대한 적개심이 수교 이후의 경제적 성과로 눈 녹듯이 사라졌다. 1997년 한류의 원조가 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의 대발이 아빠 붐으로 조성된 한국열풍도 한국인들에게 대국을 넘어섰다는 자부심을 갖게 했다. 이 당시의 중국인에 대한 정서는 ‘큰 나라, 작은 인민’ 나라는 크지만 사람은 못살고 낙후하다는 무시가 지배적 정서였다
베이징하계올림픽(2008)에서 사드 보복(2016)까지
2008년 베이징하계올림픽은 중국이 대국으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세레머니였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했을 때만 해도 미국과 유럽의 계산은 중국을 서구 민주체제에 흡수하는 것이었다. 서방세계의 의도와 달리 중국은 이때부터 비약적으로 성장을 했고, 정치적으로 공산주의 체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한국도 중국의 등에 올라탔다. 수출주도의 대기업이 세계적 기업이 된 것도 이 때부터이다. 동전의 양측면처럼 중국의 부상이 현실화되면서 한국의 제조업은 추월을 당할 위기에 부딪혔다.
2010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2012년 시진핑이 중국몽을 선언했다. 중국공산당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21년에 전면적인 샤오캉(小康:기초복지가 보장된 사회)를 건설하고,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 민주, 문명의 사회주의 현대화에 기초한 부국강병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민주는 대의제민주주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뜻한다.
중국은 세계화의 승자가 되었다. 미국은 다급해졌다. 오바마가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을 선언했다. 중국의 부상을 경계해야 했다. 중국을 견제하는데에 힘을 집중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신대국관계를 제안했다. 빅2가 공존하자는 취지였다. 하와이 서쪽으로는 미국, 동쪽으로는 중국이라는 경계를 제안했다. 미국은 ‘항해의 자유’(해군의 자유로운 해양지배)를 외치며 중국을 바다로 못나오게 했고, 중국은 남중국해로 나오는 한편 일대일로라는 전략적 대체재를 만들었다. 미국은 이에맞서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중국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동서화해의 키신저 시대가 끝나고 신냉전시대가 열리기 시작했다.
2010년 남북관계에서 중요한 사건이 발발했다. 천안함 피격사건(2010.3.26.), 연평도 포격사건(2010.11.23.)이다. 이 두가지 중요한 사건에서 중국은 중립을 지키거나, 중립을 지킴으로써 북한의 편을 들었다. 2006년 북한의 첫번째 핵실험 이후에 중국이 보인 일련의 태도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중국이 남북대결과 남북통일에서 미국 만큼 키를 쥐고 있는데 중국의 태도는 우리 국민의 기대와는 상반됐다.
2012년 집권한 박근혜은 어떤 근거에서인지 ‘통일대박론’에 빠졌다. 북한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정세판단과 믿음에 빠졌다. 박근혜는 중국의 전승 7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 푸틴보다 더 환대를 받았다. 박근혜가 무슨 의도로 이 행사에 참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통일대박론에 기대하여 중국의 역할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대한 환상에 잠시 빠졌던 것이다.
댓가는 크고, 결과는 참혹했다. 미국은 한국이 중국에 경사된 것인지를 의심했다. 사드 배치를 요구하고 밀어부쳤다. 결국 박근혜는 그 요구를 수용했다. 사드는 북한의 핵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방어용 무기라고 했으나, 중국의 미사일 공격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다를 탑재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 시스템에 편입된 것이고, 중국을 적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은 경제제재와 한한령으로 보복을 했다. 한중관계로 보면 ‘잃어버린 10년’의 시작이었다. 시진핑의 중국몽은 중화주의의 현대판이다. 중화주의 세계관에서는 모든 나라가 중국을 중심으로 수직화한다. 다른 나라의 입지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불분명하다. 중국은 경제제재와 한한령으로 한국이 수직계열화될 것을 압박했다. 수많은 전랑외교의 사례에서 보듯이 중국과 척을 지면 어떤 결과가 올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한국 경제와 문화 수출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2002년-2007년 세계경제 전체에 대한 한국수출은 연평균 17.6% 성장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연평균 29.2%씩 성장했다. 한국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 안팎이던 시기이다. 그런데 2012년-2018년 사이에는 세계경제 전체에 대한 한국 수출은 연평균 1.2% 성장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연평균 2.1% 성장했다. 한국경제 연평균 성장은 3% 안팎이던 시기이다.(최병천 ‘좋은 불평등’)
두 개의 시기 중간에 세계경제와 중국경제가 고성장을 끝내고 중성장이 정상적 상태가 되는 전환점이 있었다. 시진핑은 이를 신창타이(新常態 new normal 2014년5월)라고 규정했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세계경제위기에 취약하다는 판단을 하게되었다. 그리해서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고 대외의존도를 줄이는 경제체제를 구축했다. 속도에서 안정으로의 전환이었다. 앞에 열거한 두 시기의 결정적 차이는 뉴노멀과 이에따른 중국의 경제구조전환이 있었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러한 구조전환기에 경제제재와 한한령이 발동된 것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었다. 수출 주도의 한국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등이 중국을 통해서 일자리를 얻은 번영의 시대에 살았다면, 한국의 MZ세대들은 중국으로 인해 얻은 것은 없고 잃은 것은 많다는 정서를 갖게 되었다.
이 시기는 중국의 애국주의 MZ세대인 샤오펀홍(小粉紅) 세대가 성장을 하고, 인터넷 등에서 맹위를 떨치던 시기이다. 중국이 G-2로 부상하면서 애국, 애국민족주의로 무장한 세대이다. 시진핑 키즈들은 각종 인터넷 커뮤너티와 플랫폼에서 활동한다.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정서를 조성하고 김치 한복 원조론을 공격적으로 펼쳤다. 당연히 한국의 MZ세대들도 키보드 전쟁으로 맞대응했다.
다카하라 모토아키는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에서 “미래의 불안을 외부의 사이버 적 탓으로 돌리는 것”을 그 이유로 들었다. 그의 분석대로 경제적 요인이 기저에 깔려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하여 게임이라는 가상의 세계에서, 플랫폼에서 전투를 벌이면서 누적된 감정이 현실세계의 감정으로 전이된 점도 있다.
제1시기(88올림픽-동북공정)의 반중 정서는 한중간의 관계에서 형성되었다. 제2시기(베이징올림픽-한한령)의 반중정서는 우리 밖의 미중간의 대결이라는 기본 구도위에서 사드를 매개로 하여 형성되었다. 제3시기(코로나-윤석열 계엄)는 빨강부족의 정치적 기획으로 발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안의 미중전쟁으로 전환되었다. 또 반중정서는 국제적인 연결 관계를 갖게 되었다.
코로나(2020) 이후
이 시기 부터는 반중에서 혐중 정서로 발전한다. 그리고 매 계기마다 정치가 작동한다. 선거와 연동된다. 2020년 총선거때는 코로나가 발생하자 국민의힘이 국경봉쇄와 중국인 입국금지를 총선의 이슈로 삼았다. 마스크대란으로 민심이 흉흉하던 때였다. 문재인 탄핵 청원에 100만명이 서명했지만 정부가 방역에 성공하면서 K-방역이 세계로 알려지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대승으로 끝났다.
2021년에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문재인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최저였다. 드라마 빈센조, 조선구마사가 이슈가 되었다. 2022년 대선때에는 베이징동계올림픽 편파판정이 문제가 되었다. “눈 뜨고 코베이징”이라는 풍자가 대중정서를 압도했다. 조선족이 올림픽 개막식에 입고 나온 한복 이슈 등이 대중 정서를 자극했다. 윤석열은 20년이 지난 동북공정을 소환했고, 사드배재치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도 올림픽이 동네잔치가 되었다며 서해안 불법조업어선을 격침시켜야 한다고 가세했디.
이를 전후해 많은 사건이 있었다. 이효리와 BTS의 수난, 중국 게임 샤이닝니키의 한국 출시 기념 한복캐릭터 삭제, 오징어게임과 지옥의 불법 유통, 중국 피오차이 국제표준화기구(ISO)등록,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발언(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한다)는 사건은 한국인의 혐중 정서를 조성하기에 충분했다.
정용진 같은 재벌2세도 “끝까지 살아남을테다. 멸공!!!”이라고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올리는가 하면, 황해 청년경찰 범죄도시 같은 극우적 문화코드의 영화가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기성세대는조선족을 여전히 동포로 생각하지만, 청년층은 그들을 외국인 노동자로 본다. 한중 수교 40년사이에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런 정황에 기대어 국민의힘은 중국 중국인 이슈를 체계적 조직적으로 유포했다. 외국인 영주권자 투표권을 이슈화했다. 캐나다 선거에서 보듯이 중국이 내정에 개입할 수 있다며 영주권을 없애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했다. 외국인이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갖는 것은 생활민주주의적 관점, 그리고 재일동포의 투표권 확보라는 관점에서 2006년 여야 합의로 추진된 것이다.
지금 외국인 투표권자는 12만명이고 그 중에 10만명이 중국계이다. 이들의 투표율은 10%를 약간 웃도는 정도여서 실제로 지방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데, 빨강부족은 중국이 투표를 통해 우리나라를 공산화할 수 있다고 공포를 극대화한다. 이 문제는 영주권자의 3년 실제 거주를 확인하는 등의 보완 조치를 하면 해결될 문제이다.
중국인 해커가 2020년 총선에서 해킹을 한 후에 “Follow the Party”라는 지문을 남겼다, 중국인이 선거 개표원으로 종사했다는 주장은 다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런데도. 심지어 12월3일 계엄령 발동 시에 중국인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다는 유언비어까지 조직적으로 유포되고 있다.
“중국인 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시대가 온다”는 등의 자극적인 선전도 문제다. 우리나라에 외국인 주택 소유는 0.49%이고 그나마 미국인 교포가 주를 이룬다. 외국인 토지 소유는 전체 국토면적의 0.26%이다. 그런데 제주도 하늘이 중국 하늘이 되어버렸다는 등의 온갖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화교 특별전형이 있어서 서울대 의대가 중국의대가 되어버렸다는 엉터리 같은 얘기들이 유포되고 있다. 다만 의료보험 재정 수지는 중국인의 경우 피부양자의 과다 등록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맞다. 이는 부정수급을 감시하고 제도적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다.
대부분은 보통의 정상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믿을 수가 없는 사안인데 일단 부족 속에 편입이 되면 맹신자가 되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극단이 힘을 얻게 된다. 정치적 기획으로 인한 혐중정서의 유포 시기로 접어들면서 미국의 보수세력간의 조직적 연계가 눈에 띈다. 미국의 보수적 싱크탱크에서 중국의 선거개입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던 트럼프의 옛 참모가 한국을 방문한다.
정치는, 넓은 의미의 전쟁과 국가간 대결은 국민의 의지를 바탕으로 하여 치러진다. 빨강부족의 정치권이 반중정서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면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경직된다. 이런 정서는 우리의 국력이 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나 일본의 무기가 된다. 윤석열의 의지대로 혐중을 정치이슈로 한다고 해서 헌정주의 대 반헌정주의라는 이번 선거의 큰 구도가 바뀌지 않는다. 혐중의 정치화는 장기적 국익을 생각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를 볼 때 결코 어느 일방에 포섭되어서는 안된다.
파랑부족을 대표하는 민주당의 균형외교론은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어떻게 균형을 취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혐중정서를 두려워하여 갈수록 중국과의 협력 얘기를 꺼내지도 못하고 있다. 중장기적 국익은 숭미혐중(崇美嫌中)이 아니라 연미협중(聯美協中) 연미화중(聯美和中)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의 전랑외교와 한한령은 한국인을 보수, 진보할 것 없이 반중으로 몰고 있다. 중국의 이와같은 외교는 한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상대 국민을 적대시해서는 근린 국가간의 화평을 기대하기 힘들다. 중국의 전략적 오류이다. 경제제재와 혐한령의 지난 10년은 한국에게만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중국에게도 잃어버린 10년임을 알아야 한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내야 할 것은 미세먼지가 아니라 따듯한 훈풍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것이 중국에게도 이롭고 한국에게도 이롭다. 파랑부족은 이런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중국에게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