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3.12 00:48 ㅣ 수정 : 2025.03.12 00:48
트럼프 취임후 2개월간 보여준 즉흥적이고 좌충우돌식 정책들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 커지면서 글로벌 증시 심각한 조정양상 지속, 일각에선 금리인하 유도 위해 일부러 경기침체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전에는 누구보다 경제를 잘 살릴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었다. 오랜기간 기업가로서 활동하며 경제를 잘 이해하고, 경제정책만큼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자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임 2개월이 지나면서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즉흥적이고, 좌충우돌식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트럼프는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가 트럼프의 관세부과에 맞서 미국으로 향하는 전력 요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히자 즉각 보복조치로 관세를 기존에 예고한 것보다 2배로 올린 것이다.
미국 내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즉흥적인 관세 정책이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에머슨 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관세 정책이 경제 성장에 해가 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46%는 트럼프의 경제 정책이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글로벌 공급망을 교란시키고 기업들의 투자 결정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캐나다와의 무역 갈등이 미국 제조업에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무역 전문가들은 특히 자동차 산업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만약 4월 2일부로 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가 부과된다면, 미국 내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고 소비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경고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미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런던정경대(LSE) 국제경제학 교수인 리처드 볼드윈은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단기적인 정치적 목적을 위한 것이며,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럽연합(EU)과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이 자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필요시 대응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캐나다 측에서도 트럼프의 관세 인상 조치에 대한 강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캐나다 통상부 관계자는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의 정신을 위반하는 것이며, 캐나다는 이에 대해 보복 관세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장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글로벌 증시다.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금융 시장에서도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 증시는 트럼프의 관세 발표 이후 철강 및 자동차 관련 주식이 하락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기업들이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얽혀 있는 철강 및 자동차 산업은 추가적인 비용 부담으로 인해 가격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제만큼은 잘 이끌 것으로 믿었던 트럼프가 즉흥적 경제정책을 쏟아내면서 투자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만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단기적인 정치적 이득을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것은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단순한 무역 보복을 넘어, 의도적으로 경기침체를 유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의 제프리 손더스 교수는 “트럼프는 경제적 충격을 인위적으로 조성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정책을 뒤흔들려는 의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다가오면 연준은 금리 인하를 고려할 것이고, 이는 트럼프가 원하는 약달러 환경을 조성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트럼프는 과거에도 연준의 금리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한 연준이 금리를 급격히 인하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트럼프가 경기 둔화를 유도해 연준이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석 연구원인 마이클 스펜서 박사는 “트럼프는 경제 문제를 정치적 지렛대로 삼는 전략을 자주 활용해 왔다”며 “그가 경기침체를 유도하는 것은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정치적 도박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경기침체를 통한 ‘충격 효과’를 유권자들에게 강조하려는 목적일 수도 있다. 경기 침체가 발생하면 트럼프는 이를 자신의 보호주의 정책을 더욱 강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외국이 미국을 착취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며 관세 정책을 추진해왔으며, 경제가 악화될 경우 “중국과 캐나다 같은 국가가 미국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