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1.31 03:08 ㅣ 수정 : 2025.01.31 03:08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값싼 반도체 칩으로 신모델 개발하며 화제를 불러일으키자 트럼프 정부 새로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강화 카드 만지작
딥시크 쇼크로 재산이 30조원 가까이 줄어든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세계 최대 AI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저비용 새 모델 개발로 인해 미국 정부의 새로운 규제를 받을 위기에 놓여 있다. 미국 정부는 딥시크를 비롯한 중국 AI 기술에 대해 더 강도 높은 규제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엔비디아의 대중국 수출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개장초 전장보다 4% 이상 하락하며 120달러 선이 재차 무너졌다. 지난 27일 딥시크 쇼크로 인해 17% 가량 떨어지며 120달러 선이 무너졌던 엔비디아는 다음날 곧바로 반등에 성공했지만 연이틀 하락하며 다시 반등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말았다.
엔비디아의 대중국 매출은 2021년만 해도 25%에 달했는데, 계속된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로 인해 현재는 10% 선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수출의 고삐를 더 죌 경우 이마저 지키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딥시크는 기존 AI 모델보다 값싸고, 훨씬 적은 수의 칩을 사용하면서도 높은 성능을 자랑하는 AI 모델을 출시했다.
특히, 딥시크의 무료 AI 어플리케이션 서비스가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오픈AI의 챗GPT를 추월하는 등 급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어 엔비디아와 같은 고급 AI 칩 제조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딥시크의 모델은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하는 GPU(그래픽처리장치)의 수를 크게 줄일 수 있어 비용 절감과 에너지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많은 기업들이 기존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보다 값싼 저비용 칩에 의존하는 딥시크의 솔루션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AI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센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즉각 반응했다. 딥시크의 부상 소식이 전해지자 엔비디아의 주가는 급락세를 나타냈고, 데이터 센터 시장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다른 업체들의 주가도 타격을 입었다. 딥시크로 인해 엔비디아를 비롯해 AI 반도체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엔비디아가 처한 또 다른 위기는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 강화 가능성이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시장용 엔비디아 H20 칩 판매에 대한 규제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H20 칩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마련된 기존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를 준수하도록 설계된 제품이지만, 미국 정부가 이를 더욱 강화할 경우 엔비디아의 중국 내 판매량은 추가로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국 시장의 비중은 최근 몇 년간 계속된 미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떨어지고는 있지만, 엔비디아에게 여전히 중요한 수익원이다. 엔비디아는 전체 매출의 10%를 중국시장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은 엔비디아가 중국 내 수익을 유지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는 "AI에 대한 자체적인 접근 방식을 추구하면서 행정부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으나,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내 시장점유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엔비디아는 현재 딥시크와 같은 중국 AI 스타트업의 약진과 미국 정부의 강력한 규제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사의 저렴하고 효율적인 AI 모델로 인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길 위험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의 규제가 강화될 경우 중국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엔비디아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AI 반도체의 성능을 더욱 개선하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한, 딥시크와 같은 저비용 AI 모델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당장은 엔비디아가 직면한 도전 과제를 해결할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하지만 그동안 숱한 위기를 겪으면서도 매 분기 서프라이즈 실적을 기록한 엔비디아의 저력을 고려한다면, 어떻게든 위기를 타개할 것이란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