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한국인도 많이 신청하는 H1B 비자 놓고 트럼프 지지자와 머스크가 싸우는 이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1.06 00:28 ㅣ 수정 : 2025.01.06 08:22

도널드 트럼프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 더 강력한 이민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외국인 노동자 채용을 위한 H1B 비자 프로그램 축소 내지 폐지 주장이 제기되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H1B 비자는 미국경제와 기술개발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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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1B 비자를 둘러싸고 트럼프 강성지지자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간에 논쟁이 격해지고 있다. [유투브캡처]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외국인 취업비자인 H1B 비자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강성지지자들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사이에 정치적 논쟁이 벌어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머스크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당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인물인데, 그가 H1B 비자 프로그램에 반대하는 강성지지들과 한치 양보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H1B 비자 프로그램은 미국 기업들이 특정 분야에서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비자다. 특히 IT, 의학, 엔지니어링 등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산업에서 여기에 특화된 기술을 갖고 있는 외국인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에서 1년에 H1B 비자는 대략 8만5000개의 쿼터가 적용된다. 학사 인력에 6만5000개, 대학원 이상의 학력 소지자에게 2만개의 쿼터가 각각 주어진다.

 

하지만 H1B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연간 지원자는 30만명이 넘어 평균경쟁률이 3.5대 1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 취업하려는 한국인들도 매년 수 천명 이상이 지원하고, 이 중에서 대략 1200명 정도가 H1B 비자 취득에 성공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H1B 비자가 미국인들 사이에서 임금 억제, 미국 노동자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트럼프 강성 지지들을 중심으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트럼프 지지자들은 H1B 비자 쿼터를 대폭 줄이거나, 아예 없애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의 남자’ 일론 머스크가 강하게 반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H1B 비자 프로그램의 강력한 지지자로, 그가 소유하고 있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역시 H1B 비자를 통해 유능한 외국인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남아공 출신의 일론 머스크 자신이 미국에서 사업을 일으키기 전에, H1B 비자를 직접 취득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남아공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이주하며, H1B 비자를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할 기회를 잡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이는 단순히 개인적인 성공담이 아니라, 미국이 세계적인 인재를 끌어들여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 잡는 데 H1B 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머스크는 강조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등 미국의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H1B 프로그램이 전 세계 최고의 인재를 미국으로 유치하는 데 중요한 도구라는데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는 미국 내에서는 기술 및 항공우주 산업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한 숙련된 엔지니어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를 보완하는 방법으로 H1B 비자만큼, 좋은 제도가 없다고 주장했다.

 

머스크는 한걸음 더 나아가, H1B 비자 프로그램이 단순한 이민 정책이 아니라, 미국 경제를 지탱하고 기술 발전을 지속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프로그램이 전 세계의 최고 인재를 끌어들여 미국 내 혁신을 촉진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균형 잡힌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간과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H1B 비자가 값싼 외국인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용이 국내 노동자를 고용하는 비용보다 높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미국 기업들이 미국 내 인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지속되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H1B 비자에 대해 "미국은 고도로 숙련된 사람들이 필요하다"며 H1B 비자 프로그램에 대한 지지를 분명하게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지지자들 중 일부는 더 엄격한 이민 정책을 요구하며, H1B 비자가 미국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트럼프가 2기 정부 출범후에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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