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원 기자 입력 : 2025.01.12 23:29 ㅣ 수정 : 2025.01.12 23:29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덴마크령 그린란드 구매의사 내비치자 덴마크 비롯 유럽연합(EU) 화들짝, 트럼프 단순히 말에 그치지 않고 군대동원 가능성까지 밝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연합뉴스]
[뉴스투데이=정승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천연자원이 풍부한 그린란드에 대한 ‘구매 의사’를 다시한번 밝혀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1기 행정부 때 진지하게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을 검토했던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방법이 더 노골적이어서 현재 그린란드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덴마크를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트럼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미국이 다시 관리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해 전세계적으로 미국의 팽창주의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린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으로, 현재 덴마크의 자치령이다. 약 5만 6000명의 주민 대부분이 이누이트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천연자원(희토류, 석유 등)이 풍부하고 전략적 위치에 있어 군사 및 경제적 가치가 높다.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트럼프가 처음은 아니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미국은 그린란드에서 군사 기지를 건설해 독일의 북대서양 진출을 견제했다. 전쟁이 끝나고 트루먼 행정부는 그린란드의 전략적 중요성을 이유로 1억 달러에 매입을 제안했으나, 덴마크는 이를 단칼에 거부했다.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다시 밝힌 것은 트럼프다. 트럼프는 2019년, 그린란드 매입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대규모 부동산 거래”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러나 덴마크와 그린란드 정부 모두 트럼프 제안을 강력히 거부하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9년 당시 취임 두 달을 넘겼던 메테 프레데릭슨 총리는 “멍청한 소리”라고 일축했고, 다른 정치인들 또한 “만우절 농담이냐”고 비아냥거렸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미국에 그런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고 덴마크의 예의없음을 지적했고, 이미 수락했던 자신의 덴마크 국빈 방문 일정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며 덴마크에 대한 적대감을 여과없이 표현했다.
2기 집행부 출범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는 이번에는 더 구체적이고, 과감한 편입 의사를 밝혔다. 여의치 않으면 군대를 동원해서라도 편입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이렇게 집요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린란드가 갖고 있는 지정학적, 전략적 중요성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증명됐듯이 그린란드는 북극항로를 통한 국제 무역로와 에너지 개발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와는 북극권 안보와 관련해 군사적 요충지로 그 중요성이 더해가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새로운 천연자원 탐사 가능성이 거론되며, 그린란드가 새로운 에너지 개발의 신천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도 트럼프의 구매 의욕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덴마크는 2019년 당시나 지금이나, 트럼프의 제안을 거절하는 분위기지만,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주민투표다. 주민투표 가능성에 기름을 부은 것은 러시아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피력한 것에 대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그란란드 주민의 여론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주민투표 가능성을 내세우는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명분과도 직결된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쟁을 개시하면서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와 남부의 돈바스(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합병에 찬성했다는 것을 근거로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덴마크가 끝까지 그린란드 매각을 반대할 경우, 실제 트럼프가 군을 동원해 강제 점령에 나설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예측을 불허하는 트럼프의 성격을 고려하면 덴마크가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게 현실이다.
트럼프는 그린란드에 이어 파나마 운하에 대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더욱이 파나마 운하는 미국이 건설하고, 처음부터 관리책임을 갖고 있다가 지미 카터 행정부 시절 맺은 조약에 근거해 1999년 12월 31일 파나마 정부에 이양된 역사가 있어 그린란드 보다는 미국의 주장에 더 명분이 크다.
앞으로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출범도 전에 팽창주의 욕심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는 트럼프의 행보에 세계는 놀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