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2.13 07:58 ㅣ 수정 : 2025.02.13 07:58
인니 이어 태국 금융시장 진출 초읽기 디지털 경쟁력 앞세워 사업 범위 확대 'AI 네이티브 은행‘ 선언...신기술 도입 고객 기반 확대로 성장·수익성 높이나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이사 [사진=카카오뱅크 / 사진편집=뉴스투데이 이가민]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출범 9년차에 접어든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본격적인 금융 영토 확장에 돌입했다. 그동안 여·수신 상품과 플랫폼 사업에서 증명한 ‘혁신 DNA’를 더 넓은 분야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과 인공지능(AI) 신사업 발굴 등의 성과를 내겠다는 계획인데, 카카오뱅크 성장세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13일 은행권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Bank of Thailand)은 카카오뱅크와 태국 금융지주사 SCBx, 중국 위뱅크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의 ‘가상은행’ 인가 신청 결과를 올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 ‘가상은행’은 영업점 없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과 유사한 사업 모델이다. 현재 태국에는 비대면 체제로 영업하는 은행이 없는 상태다.
태국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계 은행 진출 사례가 없어 ‘K-금융 불모지’로 꼽힌다. 다만 현지에서는 카카오뱅크가 포함된 컨소시엄이 ‘가상은행’의 유력한 인가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중앙은행은 최조 3곳에 인가를 내릴 예정인데 ‘가상은행’이 포함돼 설립될 경우 카카오뱅크는 지분 2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현지 법인 설립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을 공략하고 있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서 출범한 디지털은행 ‘슈퍼뱅크’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10%의 지분을 확보했다. ‘슈퍼뱅크’는 동남아시아 플랫폼 기업 그랩과 싱가포르텔레콤이 최대주주로 있는 컨소시엄 주도로 만들어진 은행이다.
카카오뱅크는 국내에서 증명한 플랫폼 경쟁력이 해외에서도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경우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의 비중이 높은 만큼 디지털 금융 확장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가상은행’ 컨소시엄서 인프라 구축과 상품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중이다.
2017년 출범한 카카오뱅크가 본격적인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금융권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중 최초로 내수 시장 밖으로 나가는 시도인 데다, 흥행 여부에 따라 카카오뱅크 외형 확장도 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플랫폼 경쟁력과 신용평가 노하우, 연계 금융상품 등은 해외 시장 공략에 강력한 무기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한 관계자는 “해외 진출국은 대내외적 환경을 많이 판단해 결정했는데, 세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이 이렇게 빨리 성장한 사례가 없어 해외 쪽에서 많이 접촉을 해왔다”며 “해외 진출을 통해 카카오뱅크가 가진 디지털 역량을 잘 이식하고, 해외 금융시장과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또 카카오뱅크가 공 들이고 있는 건 AI 기술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뱅크는 올해 4분기 중 자연어 기반의 ‘대화형 AI 금융 계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고객이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예상 원리금(원금+이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총부채상환비율(DTI) 한도, 환율 확인 등의 금융 업무를 대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 핵심이다.
최근 카카오그룹이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AI 동맹’을 맺은 점도 카카오뱅크 신사업 행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은행인 동시에 플랫폼 기업인 만큼 AI 등 신기술 접목에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카카오와 함께 혁신적인 기술과 금융 전문성을 결합해 ‘AI 네이티브 뱅크’로 협력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대화형 AI 금융 계산기’ 이후 선보일 AI 서비스 계획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궁극적으로 AI 등 신기술 적용을 통한 ‘고객 경험’ 향상에 나서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뱅크로 유입되는 고객 기반 확대를 통해 성장성과 수익성 제고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고객 수는 2490만명으로 전년동기(2280만명) 대비 9.2% 증가했다. 월간활성이용자수(MAU) 역시 지난해 12월 말 1890만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MAU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한 고객 수로, 디지털·플랫폼 경쟁력을 측정하는 데 활용되는 지표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4410억원으로 전년(3549억원) 대비 24% 증가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별도 기준 플랫폼 수익은 298억원으로 전분기(218억원) 대비 36.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4분기(180억원)와 비교하면 65.6% 확대된 규모다.
시장에선 카카오뱅크의 사업·수익 다각화 성과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기준 수수료와 플랫폼 등을 포함한 비이자 수익은 8891억원으로 전체 영업 수익(2조9456억원)의 30.2%를 차지했다. 대출을 통해 유입되는 이자 수익 의존도가 줄어든다는 건 그만큼 실적 성장의 기반이 확대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그간 플랫폼 등 수수료 사업 부문에서 매출 성장이 가팔랐지만 수반되는 비용 또한 크게 증가하면서 손익에는 기여하지 못했는데, 지난해 수수료 수익이 비용을 상화하는 증가세를 나타냈다”며 “수수료 사업의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