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LG에너지솔루션, 10년 내 448조원 미국 ESS시장 공략해 '캐즘 파고' 넘는다
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3.31 05:00 ㅣ 수정 : 2025.03.31 07:11
LG에너지솔루션, ESS 배터리 계약 잇따라 체결해 전기차 캐즘 해법 마련 미국 내 40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주택용 ESS '전략적 파트너십' 맺어 LG엔솔, 급성장하는 미국 주택용 ESS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등 경쟁력 강화 트럼프 정부, 中 배터리 제재 강화...한국 업체 거대 미국 시장 공략 기회 잡아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해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S는 장기화 되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속에서 배터리 업체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분야다. 특히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급증으로 ESS의 향후 성장 가능성은 큰 편이다.
여기에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사용 금지 법안을 통과해 중국에 대한 견제와 압박에 나서며 국내 배터리사들이 미국 등 북미 ESS 시장을 장악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 현지 생산 기반 등을 앞세워 ESS 시장 선점에 나섰다.
■ 폴란드·미국에서 ESS 공급 계약…현지 생산 기반 수주 성과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과 폴란드에서 ESS 관련 수주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5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미국 주택용 ESS 시장 진출을 위한 '전락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30년까지 5년간 주택용 ESS 배터리를 공급하게 됐다. 공급량은 총 4기가와트시(GWh)로 4인 기준 약 40만 가구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공급되는 배터리는 미국 현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州) 홀랜드 공장에 ESS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북미 ESS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하반기부터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 돌입한다.
김형식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사업부장(왼쪽)과 마이크 왕 델타 일렉트로닉스 PVI 사업부 총괄 책임자 마이크 왕이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미국 현지 생산 역량은 이번 델타 일렉트로닉스와 협력뿐만 아니라 향후 미국 ESS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포석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현지 생산 배터리에 대한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은 관세다.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ESS 배터리에 대한 수입 관세가 내년부터 더 커질 예정인데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델타 일렉트로닉스는 오는 하반기 내 하이브리드 인버터를 탑재한 차세대 주택용 LFP 올인원 제품을 공개해 본격적으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하이브리드 인버터는 ESS와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합쳐 전력을 효율적으로 저장·관리하는 시스템이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LG에너지솔루션은 자사 '기술 리더십과 현지 생산 역량’을 갖췄고 델타 일렉트로닉스는 ‘전자, 전력 및 에너지 관리 시스템 기술’에 특화돼 두 회사 간 협력으로 시너지 효과가 생겨 급성장하는 미국 주택용 ESS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4일(현지시간) 폴란드 국영전력공사 PGE와 ESS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PGE는 2027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폴란드 현지 북부 자르노비에츠 지역에 약 1GWh 규모 ESS 시설을 건설 중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고 지역 전력망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공급할 예정이다.
폴란드 계약이 성사된 것은 현지 생산 역량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최대 규모 배터리 시설을 운영하며 유럽 내 주요 기업과 긴밀하게 파트너십을 맺어 신뢰를 쌓아온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지역 또한 북미와 같이 에너지 공급 안정 등을 이유로 자국이나 유럽 내 생산 제품을 우선 채택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라며 "특히 유럽은 ESS 시장에서 단순한 에너지 자원 확보 차원을 넘어 에너지 안보를 위해 이런 추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 미국 ESS 시장 2034년 3055억달러 성장 전망…'황금시장' 공략 뜨거워
ESS는 에너지를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이 장치는 생산된 전기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도록 돕고 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최소화한다. 특히 태양, 바람 등 기상 여건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신재생에너지 특성을 감안하면 ESS 역할은 갈수록 중요하다.
향후 시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ESS 시장 규모는 789억 달러(약 116조원)에 그쳤지만 향후 10년간 연평균 13.4% 성장해 2034년에는 3055억 달러(약 44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 성장 전망이 밝은 만큼 ESS는 배터리 업체가 놓쳐서는 안될 '황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중국산 배터리 제재를 강화해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미국 하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해외 적대적 배터리 의존도 감소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플로리다주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미 국토안보부(DHS)가 승인하거나 자금을 제공한 프로젝트에 중국 배터리 기업 제품을 쓸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중국 기업이 ESS 프로젝트에서도 미국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기업은 현재 미국 ESS 배터리 시장의 80%를 장악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정부 제재가 가해지면 국내 배터리 기업에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미국 NEC에너지솔루션을 인수해 ESS 시스템통합(SI) 전문 미국 법인 LG엔솔버테크를 출범했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내 사업기반을 마련해 지난해에도 ESS 프로젝트 3건 수주했다.
올해에도 연이은 수주 낭보를 전하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가운데 구광모 LG회장이 배터리 산업에 대한 혁신을 언급해 눈길을 끈다.
구광모 회장은 지난 26일 열린 LG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터리와 같은 산업은 미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시장과 기술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공정기술 등에서 혁신 방안을 계속 만들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