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한화에어로 3.6조 유증에 개미들 눈물…"상법개정 즉시 공포해야"
한화그룹株 시가총액 6조원 증발
"아쉬운 결정" 증권가도 한목소리
한투연 "K증시 개혁은 시대의 요구"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총수 일가를 위해 개미들이 총알받이가 된 느낌이다."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개정안을 빨리 통과시켜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조6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계획이 알려진 21일, 포털과 증권사 등의 종목토론방에는 투자자들의 이같은 성토가 쏟아졌다.
유증의 주인공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뿐 아니라 한화그룹주 전반의 주가가 급락하자,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상법개정안'의 필요성이 다시 강조되는 모습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1일 코스피시장에서 전장 대비 9만4000원(13.02%) 내린 62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화(12.53%)를 비롯해 한화시스템(6.19%), 한화솔루션(5.78%), 한화비전(4.28%), 한화갤러리아(3.40%), 한화오션(2.27%) 등 한화그룹주도 대거 고꾸라졌다. 이에 한화그룹의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6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일 장 마감 후 3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유증 계획을 공시한 점이 한화그룹주 전반에 악재로 작용했다.
유증은 기업의 신규 자금 조달 방법 중 하나지만,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면서 주가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증 발행 예정가는 60만5000원으로, 기존 주주들의 희석률은 약 13%로 추산된다.
투자자들은 특히 유증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실망매물을 쏟아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향후 2년간 6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기업이 굳이 3조6000억원의 유증이 왜 필요하냐는 의구심이다.
증권가의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재호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앞으로 2년간 약 5조원의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낼 것으로 전망되는데, 그럼에도 유상증자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 역시 보고서를 통해 "2024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조4000억원 수준에 달하는데, 3~4년에 걸쳐 집행될 필요 자금을 굳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점에서 아쉬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손익과 현금흐름이 최근 개선됐음에도 이번 유상증자는 예기치 못한 결정"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나아가 일부 투자자들은 '예기치 못한' 이번 유증을 두고 경영승계를 위해 주주들을 희생시켰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13일 현금 1조3000억원을 들여 한화에너지·한화임팩트가 보유한 한화오션 보통주 7.3%를 매입했다. 그 결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오션 지분율을 연결 기준 42.0%로 끌어올렸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의 방산 부문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졌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익도 많이 나고 외부 조달도 가능한데 주주를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했다는 것은 명백한 주주가치 훼손"이라며 "일각에서는 승계 문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의 필요성도 힘을 얻고 있다.
투자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와 종목토론방에서 "재벌이 주주들에게 하는 걸 보고도 상법개정안을 반대한다면 매국노나 다름 없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례를 보고도 상법 개정을 안 한다면 국장에 있을 필요가 없다" "이번 기회에 꼭 (상법) 개정을 해서 더이상 재벌이 나쁜 짓을 못하게 해야 한다" 등 주장을 폈다.
법제처에 따르면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개정안은 21일 정부로 이송됐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다음달 5일까지 상법개정안을 공포하거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앞서 한투연은 지난 12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과 면담을 가진 데 이어 18일에는 최 권한대행 앞으로 서한을 보내 상법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투연은 최 권한대행에게 보낸 서신에서 "후진국 수준의 K증시 환경을 하루라도 빨리 개혁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며, 상법 이사충실의무 개정이 그 시발점이 되리라 믿는다"면서 "시행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있는 만큼 찬반양론에 의해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는 거부권 행사가 아닌, 재계의 우려를 일부 해소하는 중재 방안 마련을 국회에 촉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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