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의 실록, 초현실 비상계엄 (21)] 대통령에 충성을 맹서한 장군들, 6월17일 삼청동 내란 모의

민병두 입력 : 2025.03.11 06:47 ㅣ 수정 : 2025.03.11 17:49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12월3일 윤석열의 비상계엄선포를 실록으로 엮어본다. 윤석열은 언제부터 쿠데타를 계획했을까? 윤석열은 무슨 일을 계기로 확신범이 되었을까? 12월3일은 우리나라가 처한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최고권력자 1인의 독단으로 나라가 형편없이 흔들렸는가 하면 국회와 시민들의 용기있는 대처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위대한 서사시였다. 12월3일을 전후해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이 역사적 순간에 무슨 역할을 했는지 초현실적 계엄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image
(왼쪽부터)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윤석열 대통령,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민병두 회장] 김용현은 장군들을 엄선하기 시작했다. 2024년 3월말 삼청동 회동에서 필을 받는 그는 4월 중순쯤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을 불러모았다. “사회적으로 노동계, 언론계, 이런 반국가세력들 때문에 나라가 어려움이 있다”며 의기투합할 것을 촉구했다. 3인의 사령관은 서울 강남에서 식사를 하면서 윤석열과 김용현이 말하는 계엄이 현실성있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이후 10여차례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4월에는 충암파 박종선 소장이 777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대북 선제타격이나 남침유도를 위해서는 북한 감청정보가 절대적이다.

 

6월 17일 윤석열이 삼청동 안가로 김용현과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 그리고 강호필 지상작전사령관을 불러 모았다. 김용현은 “이 4명이 각하께 충성을 다하는 장군들”이라고 소개했다. 충암파 여인형은 충성심이 검증된 인물이다. 곽종근 이진우는 진급이 늦어져 전역될 처지에 놓여있는 인물인데 발탁했다. 대신에 김용현에 대한 충성을 반대급부로 바쳐야 했다. 김용현이 말하는 충성은 거사를 같이할 수 있는 충신들이라는 뜻이다. 평생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조직에 충성했다던 윤석열. 그는 장군들을 나라에 충성하게 하지 않고 윤석열이라는 사람에게 충성하도록 했다

 

이에앞서 이들 계엄 3인방은 2023년 11월 6일 3성장군으로 진급했다. 국방장관 위에 국방상관이라는 김용현 경호처장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 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수여식이 열렸다. 윤석열은 취임 이후 10번의 진급 보직 신고를 받으면서, 간단한 담소를 나누는 정도였다.

 

이날 이례적으로 7분간 연설을 했다. “국가의 안보는 값비싼 무기와 첨단 전력을 갖춰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장병들의 훈련과 대적관 그리고 정신 자세”라며 “여러분이 지휘관으로 나가면 우리 장병들이 이런 첨단 전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을 잘 시켜주고 아울러 확고한 국가관과 대적관, 안보 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정신교육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강조했다.(세계일보 2024년 12월 11일. ‘尹, 2023년 계엄 3인방 승진 때만 대적관 국가관 이례적 연설’) 

 

윤석열이 보기에 Z세대 군인들은 안보관, 대적관이 투철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교육이 있어야 비상대권 발동시에 군인들이 반국가세력을 응징할텐테 그렇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리었다. ‘윤석열의 장군들’의 삼정검에 수치를 수여하면서 특별히 정신 자세를 7분간 강조했던 배경이다. 이들 장군들은 2024년 후반기 인사에서 보직 이동을 하지 않고 모두 유임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이게 이상하게 보일 수가 있어서 2024년 11월 이뤄진 중장 진급 인사는 해군 공군만을 상대로 이뤄졌다.

 

12.3 비상계엄에서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박안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19일 강원 양양의 8군단장으로 취임했다. 3군단으로 통합되는 8군단의 해체 작업을 맡았다. 승진이 보장되지 않는 마지막 보직같아 보였다. 2023년 국군의날 75주년 행사기획단장을 맡았다. 통상 이 보직은 예편을 앞둔 장군이 맡았다. 윤석열이 탄 열병차에 동승하여 안내를 맡았다. 

 

건군 75주년 행사는 시가행진이었다. 국군의날 행사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 국군의날 행사가 끝난 후 박안수는 대장 승진을 하면서 곧바로 육군참모총장이 되었다. 그리고 12.3 비상계엄에서 바지사장(계엄사령관)의 역할을 맡았다. 박안수는 포고령 작성자가 누군지도 모른 채 포고령 1호에 서명했다. 만년 비주류였던 그를 육군참모총장으로 발탁한 윤석열에게 충성했다.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이다. 박안수와 계엄 4인방은 ‘헌법’이라는 방향을 타지 않고 ‘내란’이라는 방향에 올라탔다. 승진은 빨랐지만 몰락도 빨랐다. 모두 직위해제되었고 기소되었다. 김용현은 기소 전에 군인연금을 신청해 연금수령자가 되었으나, 나머지 장군들은 유죄가 확정되면 본인 기여분만 받게 된다. 계급도 강등되고 불명예 전역하게 된다.

 

윤석열은 2024년 8월 여름휴가를 ‘안보휴가’로 활용했다. 4박5일 간의 휴가 대부분을 충남 계룡대 3군 본부 등 군부대 일정으로 채우고 군 수뇌부 및 장병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김용현 경호처장은 휴가 중에도 밀착 경호를 했다. 세계일보는 언론 취재가 허용된 윤석열의 공개 행사 1114건을 전수 분석했다. 그 중에 김용현은 이도운 홍보수석(393회)과 비슷한 387회를 수행했다. 김용현의 밀착 수행은 심기 경호로 이어졌고, 김용현은 차지철 장세동 이상의 인물이 되어갔다.

 

윤석열은 8월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구룡대에서 운동을 했다. 부사관들과 영관급하고 라운딩을 했다. 이들은 특전사 707특수임무단 소속이었다. 707특임단은 대테러전 및 대북 특수작전을 수행한다. 12월 3일 비상계엄 때 국회에 투입된 부대였다. 특임단의 국회의사당 투입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다. 윤석열과 함께 할 골프 멤버는 김현태 707특임단장이 골랐다. 김현태는 대통령과 골프를 치면서 대화할 소재가 있는 인물들을 엄선했다. 부모가 6.25 참전 용사거나 부부 군인 등이다. 운동을 마치고는 특전사 간부 등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들은 군 재직 중에 더없는 영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명령만 내리면 언제든지 돌진할 수 있는 심리적 장전을 하게 했다. 

 

윤석열은 안보휴가를 마친 뒤 휴가 구상을 발표했다. 8월 12일 김용현 경호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이 인사로 2023년 10월 7일 부임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임기 1년도 못 채우고 갑자기 국가안보실장으로 이동했다. 신원식은 미리 통보를 받지 못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사를 발표하면서 “우리 정부 초대 경호처장으로 군 통수권자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기에 국방부 장관으로서 적임자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장관 인선 기준이 윤석열의 의중을 누구 보다 잘 아는 것이었다. 윤석열의 의중은 후보 시절부터 대북 선제타격과 비상계엄이었다. 정진석은 인사의 내막을 알고 있었을까?

 

비밀스럽게 진행되던 계엄은 김용현의 발탁으로 공공연해졌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8월17일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교체와 뜬금없는 반국가세력 발언으로 이어지는 최근 정권 흐름의 핵심은 북풍 조성을 염두에 둔 계엄령 준비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이 무렵, 윤석열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검은 선동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고 국무회의에선 “반국가세력이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9월 1일 한동훈과 가진 여야 대표 회담에서 계엄령 준비 의혹을 공식 제기했다. 이재명은 모두 발언을 통해 “최근 계엄 이야기가 자꾸 나온다”며 “종전에 만들어졌던 계엄(문건)을 보면 계엄 선포와 동시에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겠다는 계획을 꾸몄다는 이야기가 있다. 완벽한 독재국가 아닌가”라고 문제 제기했다. 다음 날 예정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계엄 준비 의혹을 극대화해서 국민여론을 환기시키려는 의도였다.

 

이날은 듣기만 했던 한동훈은 다음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이가 없다는 듯이 반박을 했다. “우리나라 얘기 맞느냐. 알고 계신 분 있느냐. 우리 모르게 계엄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냐. 알려달라. 근거를 제시해달라. 만약에 그렇다면 우리도 막을거다. 사실이 아니라면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것이다” 한동훈은 그가 공언한대로 계엄을 막을 운명에 처해지게 되리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수거대상에 포함되어있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대통령실도 가세했다. 고위관계자는 비상식적인 정치공세라고 맞받았다. 그는 “국회 (의석) 구조를 보면 선포해도 바로 해제될 게 뻔한데, 엄청난 비난과 역풍이 불텐데 계엄령을 왜 하겠냐”고 주장했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는 계엄 준비 의혹을 두고 불꽃 공방을 벌어졌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대부분의 언론과 시민들은 민주당이 "오버한다"고 생각했다. 김용현은 청문회 신속대응팀까지 가동하면서 예행연습을 했고 훌륭하게 연기를 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한남동 경호처장 공관으로 장군들을 부른 것에 대해서 물었다. 여인형 이진우 등은 기록을 남기지 않는 방식으로 출입을 했다. 이러한 비밀성은 계엄을 모의하기 위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계엄령 발동을 위한 친정체제 구축 용도로 후보자가 임명된 것이라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김용현은 거칠게 부인했다. 부인의 강도가 너무 지나쳐서 군 관계자들도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느냐”, “우리 군에서도 따르겠냐. 저는 안 따를 것 같다”, “대부분이 사실이 아닌 것을 갖고 여러 가지 선동적인 말씀을 하시는데 이 자리는 선동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부인했다. 심지어 “말 조심하라”고 까지 했다.

 

9월 6일 국방부 장관에 임명된 김용현은 대통령에게 충성을 바치는 장군으로 문상호를 추가했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대북 블랙요원 신상 유출 사건으로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를 받고 있었다. 방첩사는 정보사 직원들을 상대로 4주간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문상호는 또 공작 파트 수장인 부하 여단장과 갈등이 있었다. 신원식은 문상호를 문책하려고 했는데, 김용현이 장관이 되면서 그를 구했고 문상호는 충성파에 합류했다. 계엄의 전체 조감도를 그리고 있었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문상호, 그리고 김용현의  삼각구조가 완성되었다. 정보사 산하에는 북파공작원 HID 부대와 대북 감청 조직인 777사령부가 있다. 정보사는 12.3 비상계엄에서 중앙선관위에 침투했다.

 

이에 민주당은 계엄법 개정안을 발의하여 계엄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강구에 나섰다. 9월 20일 김민석 김병주 박선원 부승찬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다. 전시가 아닌 경우에 정부가 계엄을 선포하려면 국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이 체포 또는 구금됐더라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민주당이 오버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윤석열은 10월1일 국군의날 행사에 2년 연속 행진에 합류했다. 유난히 군사 퍼레이드를 사랑한 윤석열은 광화문 일대에서 열병을 하면서 극도의 자기 만족감에 빠졌다. 행사가 끝나고서는 윤석열이 김용현과 여인형 곽종근 이진우를 관저로 불러 직접 준비한 음식으로 대접을 했다.  삼국지에 역사를 바꾼 도원결의가 있었다면, 2024년 대한민국을 나락에 빠트린 한남결의가 있었다. 이날은 엄밀하게 말하면 계엄의 시작이다. (2부 계엄 막전 막후에서 후술) 이에 감읍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은 10월 7일 낮 12시 5분께 “충성! 존경하는 국방부 장관님, 이번 국군의날 행사는 보수층의 결집에 마중물이 되었다고 평가합니다”는 메모를 보냈다. 정치중립을 지켜야 하는 군인이 보수층 결집이라니? 이들은 이처럼 세뇌가 되어갔다. 윤석열의 망상이 장군들의 망상이 되었다.

 

국방위 국정감사(10월 8일)에서는 계엄을 준비하는 군인들의 독기가 느껴지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국정감사를 지켜 본 이들은 후일, 계엄의 예고편을 보는 것 같았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충암파 모임의 부적절성을 추궁하자 김용현은 강하게 대응했다.

 

김민석 의원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3월에 당시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모르게 방첩사를 방문한 사실을 캐물었다. 이 과정에서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굳이 대답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했다. 김민석 의원은 “오만하게 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부승찬 의원의 질의하면서 큰 소리를 냈는데 여인형은 “왜 고함을 칩니까”라고 맞받았다. 피감기관의 장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이런 답변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황희 민주당 의원이 답변 태도를 문제삼으며 장관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김용현은 “아무리 군복을 입어도 할 얘기는 해야 한다”며 “군복을 입었다고 할 얘기 안하고 가만히 있는 건 더 병*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장애인 비하 발언까지 동원했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이 충암파 모임을 계엄 준비와 연관지어 질의를 하자, 김용현은 “예의를 지키세요”, “정치선동 계속하신다는 겁니까”라고 맞받았다. 곧 계엄을 모의하고 있었던 그들에게는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국회의원들이 한심해 보였다. 수거대상일 뿐이었다. 곧 없어질 국회였다.  하지만 정작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은 장군들이었다.

 

민주당은 실체적 진실로 가는 문턱을 넘어설 것 같았고, 단서를 캘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민주당이 영입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4성장군 육군대장) 출신의 김병주 의원, 국방부 대변인 출신의 부승찬 의원,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의 박선원 의원의 정보력이 있었기에 계엄상황을 예비할 수 있었다. 국방위에 속한 원로 추미애 의원과 지도부인 김민석 의원이 길을 열었고 이들 3총사의 활약이 컸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