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우리금융 동양·ABL생명 인수 안갯속…보험업계 M&A 표류

김태규 기자 입력 : 2025.03.20 08:16 ㅣ 수정 : 2025.03.20 09:08

우리금융 경영실태평가 3등급…인수 불투명
메리츠화재 포기에 MG손보 매각도 원점으로
롯데손보·KDB생명 등 보험사 M&A 매물 적체
금리인상·규제 강화 등 업황 악화에 '지지부진'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동양생명 사옥(왼쪽)과 ABL생명 사옥 [사진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김태규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금융감독원 경영싱태평가 결과 3등급을 받으면서 동양·ABL생명 인수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를 포기하면서 매각이 불발된 가운데 보험업계의 인수합병(M&A) 매물 적체가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통보했다. 우리금융은 평가 결과 △자회사 M&A 등 주요 경영의사결정 시 사전검토 미흡 △자회사 리스크한도 관리 미흡 △주요 자회사의 거액·반복 부당대출 등 금융사고에 대한 관리 미흡 △자회사 등에 대한 업무지원 및 통할 미흡 △그룹 내 내부거래 관리 미흡 등을 이유로 기존 2등급에서 3등급으로 하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전 경영실태평가 대비 세부 평가항목 중 상향조정된 항목보다 하향조정된 항목이 다수 발생했다'면서 "여타 금융지주와 비교해도 리스크관리 측면에서 다소 미흡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가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통과하려면 경영실태평가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이번 평가에서 3등급을 받게 된 만큼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보험업계의 M&A 매물이 쌓여 있는 상황인데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가 무산될 경우 인수대금의 10%를 날리게 되는 점을 당국이 감안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금융이 지난해 8월 중국 다자보험그룹과 맺은 주식매매계약(SPA)에는 1년 내 인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인수가의 약 1조5500억원의 10%인 계약금을 몰취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1550억원을 허무하게 잃게 되는 것이다.

 

금감원은 올해 1월 1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의뢰받아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법령상 편입승인 요건을 확인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및 소관 검사국에 경영실태평가 등급 등 사실조회를 실시했으며, 우리금융에 대해서도 내부통제 개선계획 등 추가자료를 제출받아 심사 중이다.

 

금감원은 이달 안으로 심사의견을 금융위에 보고한다는 계획이다. 자회사 편입 신청에 대한 법률상 승인 기한은 60일로 이미 결정이 내려졌어야 하는 시점이나, 추가 자료 요청 등에 따른 기간이 더 소요될 수 있어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리는 상황이다.

 

■ KDB생명·MG손보·롯데손보 원매자 찾기 '난항'

 

이 밖에 생보업계에서는 KDB생명, 손보업계에서는 롯데손해보험과 MG손보가 매물로 나온 상황이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MG손보의 경우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메리츠화재가 MG손보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인수를 포기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금융위로부터 MG손보 매각을 위탁받아 진행 중인 예금보험공사는 청·파산은 물론 4차 공개매각, 수의계약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방안을 검토 중인 상황이다.

 

노조는 메리츠화재의 인수 포기 이후인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인수 의향자가 오록이 회사를 평가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협조를 다할 것이며, 금융당국의 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MG손보의 지급여력비율(K-ICS)이 법정 기준을 크게 밑도는 등 건전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인수에 나설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도 지속적으로 매각이 추진되고 있으나 인수의향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 JKL파트너스는 2023년부터 원매가를 찾는데 난항을 겪다 지난해 상시매각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롯데손보의 매각이 지지부진한 이유로는 과도한 매각가가 지목된다. JKL파트너스는 2조원 이상의 금액을 고수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1조원대를 적정 수준으로 보고 있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매각은 계속 지연될 전망이다.

 

KDB생명은 10년째 매각이 추진되고 있으나 답보 상태를 지속하고 있다. 매각가와 건전성 우려 등이 걸림돌로 지적되면서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을 자회사로 편입해 건전성 등 재무상태를 개선한 뒤 재매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보험업계의 M&A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보험업권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되면서 M&A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의 경우 금융당국의 허가만 남은 상황이지만, 다른 보험사의 경우 매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회계제도 변경과 금리변동 등이 겹치면서 보험업황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데다 매물들의 건전성이 좋지 않아 원매자가 나타나기까지는 많은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롯데손보, MG손보, KDB생명 모두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는 매물"이라며 "건전성 제고를 위한 비용과 인수 가격 등을 감안하면 원매자와의 협상에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