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54)] 요란한 빈 깡통 소문을 우문현답으로 극복(하-2)

김희철 칼럼니스트 입력 : 2025.03.18 11:28 ㅣ 수정 : 2025.03.18 11:28

합판(1.2m x 2.4m 크기)에 E표적을 붙여놓고 250m 사격연습, 고질적 저조자들의 자세와 클릭을 교정시켜
사단에서 비록 2등했으나 4회 연속 종합전투력측정 우수대대 저력을 인정하여 군사령부 사격측정 대표로 선정
대대 주임원사의 고질적인 사격 저조자들 중에 3명은 보직을 바꾸어 측정에 임하자는 제안을 수용하여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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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화기 사격연습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군사령부 전투지휘검열시 사단에서 2개 대대 전인원을 대상으로 개인화기 사격측정을 한다. 이때 1개 대대는 사단에서 추천하고 1개 대대는 검열단이 사단에 도착해서 무작위로 선정하여 평가하는 측정계획이었다.

 

따라서 사단은 감찰참모가 검열수검 준비단장이 되어 6월에 계획된 전투지휘검열시 사단 대표 선발 등을 위해 4월부터 대대별 사격측정을 시작했다.

 

사단 측정을 대비해 대대원들이 사격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실거리 사격장을 예약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신교대에 정규 규격의 표준사격장이 있었고, 다른 곳은 비표준 간이 사격장이라 실제 사격 측정하는 현장에서 훈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으나 각 대대가 서로 먼저 연습하려고 신청하여 쉽게 예약할 수 없었다.

 

결국 대대 예비군 훈련장에 있는 폐기된 실거리 사격장을 보수하여 연습을 시작했다. 사단에서 전투지휘검열 추천 대대 선발을 위한 사단 1차 사격 측정이 4월말에 있었는데 대대는 타 부대보다도 비교적 저조한 성적이었다. 

 

대대로 복귀하여 원인을 분석해보니 고질적인 사격 저조자들에 대한 별도 교육이 필요했다. 그들은 250미터 거리에 있는 E표적은 한발도 명중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250미터 거리에 1.2m x 2.4m 크기의 합판 전지에 E표적을 붙여놓고 사격 저조자들의 사격자세와 클릭을 교정하면서 개인별 훈련을 시켰다.

 

이를 통해 일부의 실력은 향상됐지만 소수의 고질적인 사격 저조자는 제자리 걸음으로 향상될 기미가 없었다. 또한 교탄 부족도 문제가 되었다. 할 수 없이 사격후에 탄피를 회수하여 인접 사단 동기생 대대를 찾아가 탄피와 실탄을 교환하여 대대에 할당된 교탄보다 열배 정도의 실탄 수만발을 소모하며 사격연습을 지속했다. 

 

군사령부 전투지휘검열이 6월에 시행됨을 고려하여 5월 중순이 되자 사단에서는 최종 선발측정을 했다. 필자는 사실 사단 예비측정에서 1등 하기보다는 꼴찌를 피하며 2~3등이라도 하여 그동안 지속적으로 선발된 종합전투력 우수부대조차도 요란한 빈 깡통 소문이었다는 창피만이라도 면하길 바랬다. 

 

측정 당일 인접 타연대 대대장은 전 대대원들에게 우황청심환을 먹이며 사격측정에 임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었다. 측정 후에 대대로 복귀하여 전달받은 것은 결국 바랬던 것처럼 대대는 간신히 2등을 하였고, 사단의 표준사격장과 원거리에 떨어져 있지만 대대 전원에게 청심환까지 먹이며 준비했던 타연대 대대가 1등을 했다.

 

대대 복귀후에 이런 측정 결과를 연락받은 필자는 도저히 향상시킬 수 없는 고질적인 사격 저조자들 때문에 그나마 꼴찌가 아닌 2등을 하여 다행이라 생각했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연속해서 반기 종합전투력측정 우수부대로 선정된 명예를 지키며 요란한 빈 깡통이라는 소문이 역시 사실이라는 창피한 결과만이라도 면한 것에 안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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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리 사격장의 200, 250m 거리에 있는 E표적에 사격하는 모습과 전투지휘검열 유공으로 받은 2군사령관 조영길 대장의 표창장[사진=김희철]

 

필자조차도 놀란 전투지휘검열 측정사격 결과에 요란한 빈 깡통 대대라는 소문과 오명을 완전히 탈피

 

사단 사격대표 최종 선발측정에 따른 창피한 결과만이라도 면한 것에 안심하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갑자기 대대장실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며 필자를 더욱 당황하게 만드는 소식을 들었다. 

 

검열수검 준비단장인 사단 감찰참모 권재모 중령의 전화였다. 그는 측정 결과를 놓고 참모들과 토의한 끝에 비록 2등했으나 그동안의 종합전투력측정에서 4회 연속 우수부대로 선정되도록 육성한 필자의 청원대대를 사단이 추천하는 전투지휘검열 사격측정 대표대대로 선발했으니 잘 준비하라는 당부였다.

 

사실, 필자는 대표로 선발되었다는 사단 감찰참모의 전달에 기쁘기커녕 눈앞이 깜깜해졌다. 사단 대표선발 측정 준비 과정에서 아무리 교육훈련을 시켜도 사격 결과가 늘 제자리였던 고질적인 사격 저조자들 때문에 대대가 아니라 사단을 대표하는 평가에서도 저조한 성적으로 사단 전체를 깍아 내리면 안된다는 걱정과 고민이 앞섰다.

 

전화를 받고 한참 고심하고 있을 때, 박우희 대대주임원사가 대대장실로 들어와 필자의 표정을 보면서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박 원사는 고질적인 사격 저조자 중에 3명은 보직을 바꾸어 측정에 임하자는 제안을 했다. 취사병, 운전병까지 대대전원이 사격을 하는데 측정 제외자가 바로 소총중대별로 1명씩 편성된 M60 기관총 사수 3명이었다. 다행히도 기관총 사수들의 소총 사격 실력은 고질적인 저조자들보다 월등하게 좋았다.

 

필자는 바로 짚차를 타고 사단 부관부로 달려가 고질적인 사격 저조자들 중에 3명의 보직을 M60 기관총 사수로 변경시키도록 협조했다.

 

전투지휘검열이 한달도 남지 않았지만 고질적인 사격 저조자 3명의 보직을 조정하였고, 인접 사단 동기생 대대에서 탄피와 교환해 온 충분한 실탄을 보유한 채, 사단의 표준 실거리 사격장을 독식하며 사격 훈련을 하며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다.

 

선승구전(先勝求戰)이었다. 전투지휘검열 2일차인 6월9일 화요일은 날씨도 좋았다. 군사령부 검열관들이 사선에서 감독하며 시행된 대대의 사격 결과에 필자도 놀랐다. 그동안 연습할 때보다도 더 좋은 주간 95%, 방독면 92.2%, 야간사격 100%의 측정 결과는 타 사단의 보병대대는 물론 정예부대인 기동대대보다도 더 월등한 성적이었다.

 

실제 작전훈련(FTX), 행정 및 예비군 훈련 등의 검열 수검은 관심이 없었다. 검열 결과가 타 사단과 숫자로 명확하게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사격 성적이었기 때문이다.

 

검열이 종료되고 강평도 끝난 후에 대대로 복귀하는 필자를 조영호 사단장은 다시 불러 사단장실에서 어깨를 두드려주며 특별하게 격려금까지 주었고, 군사령관 표창도 받았다. 역시 현장에 답이 있었고, 이로써 필자의 대대는 요란한 빈 깡통이라는 소문과 오명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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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철 프로필 ▶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 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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