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50)] 산 넘어 산처럼 계속 시범으로 피곤한 보람(하)
군단과 인접 사단 군수참모, 실무자가 참석하는 군단급으로 확대된 사단 급양관리시범에서 원맨쇼를 펼쳐
시범참석자들, “노후 막사안에 시내의 민간 이테리식 카페같이 분위기 좋은 식당을 어떻게 만들었어?”라며 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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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급하게 준비했던 시범을 일주일 앞두고 상급부대인 군단과 인접 사단 군수참모 및 실무자들도 참석하는 것으로 추가되어 사단 시범이 아닌 군단급 시범으로 확대되었고, 제목도 ‘급양관리’에서 ‘급양관리/환경보존’ 시범으로 추가 변경되었다.
미리 예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새롭게 착안해서 부레옥잠 정화조를 제작한 것이 다행이도 추가된 환경보존시범에 주효했다.
또한 사단 시범이 있다는 것을 인지한 책임지역의 일부 기관장들이 대대가 주관하는 급양시범에 활용하라며 롤휴지, 키친타올, 네프킨, 세제 등을 보내주어 카페식 식당에 비치하자 마치 시내 이테리식 카페에 온 것 같은 고급스런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었다.
시범은 예비군 훈련시 최대 200명을 대상으로 정신교육 등을 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강당에서 유인물로 설명하며 토론한 후에 부대 막사의 식당과 취사장 등으로 이동해서 견학하는 순서로 진행했다.
원래 계획은 사단의 시범이었기 때문에 사단장이 주관했지만 강당에 사단 독립 중대급 이상 지휘관, 참모 및 실무자와 추가로 군단과 인접 사단 군수참모 등 150여명이 자리를 메웠다.
창원의 39사단에서 개최된 군사령부 ‘급양관리향상 세미나’의 자료와 사단 군수참모가 검토해 준 덕택에 유인물 설명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토의도 이미 상급부대 지침에 거론된 내용이었고, 애매한 사항은 군단 군수참모가 명확히 설명하여 참석자들은 더 이상의 의문점 없이 시범에 제시된 내용을 그대로 실천하도록 결론을 맺었다.
그러나 사실, 진짜 시범은 설명 및 토의 후에 이루어진 현장 견학이었다. 시범에 참석한 군수관련 지휘관, 참모 및 실무자들이 유인물로 설명한 지침을 주부식·유류창고와 취사장 및 식당에 어떻게 적용하여 제시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그동안 대대원들이 밤잠을 설치며 준비한 시범결과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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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양관리/환경보존’ 시범을 주관한 조영호 사단장, “부관, 이것 말고 더 많이 넣은 봉투로 바꿔...”
상급 보급부대에서 추진되는 주부식을 정확하게 수령하기 위해 준비된 저울과 확인용 받침대, 이를 보관하는 주부식 창고에는 구서대책이 강구된 상태에서 혹서기간에도 손상되지 않도록 통풍을 유지한 가운데 정리정돈하는 요령 그리고 취사장에서 하계 위생관리가 철저히 되어 식중독이 발생을 예방하는 조리 방법 등을 제시했다.
추가로 취사를 위한 유류 보관과 바닥에 기름이 흐르지 않도록 정확하게 주유한 상태에서 취사가 이루어져 음식에서 기름냄새가 전혀 없이 정결하도록 준비했다. 이를 위해 유류창고에서 취사도구까지의 연결부위에 허점이 없도록 덮개 등을 보완했다.
동시에 취사장에서 유출되는 오폐수가 하수구로 연결되어 부대를 벗어나기 전에 부레옥잠으로 한번 더 정화시키는 정화조까지 만들어 놓아 참관자들은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계기도 제공했다.
그런데 시범의 절정은 혹서기에 상하기 쉬운 식자재 조리 방법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준 것에서 이루어졌다.
현장 견학 전에 군사령부 ‘급양관리향상 세미나’에서 제시된 사항과 상급부대 군수지침으로 하달된 하계에 손상되기 쉬운 식자재에 대한 조리요령을 이미 강당에서 설명했었다. 하지만 조리에 소홀하기 쉬운 생선에 대해서는 직접 행동시범이 필요했다.
그래서 취사장 앞 견학용 텐트에 설치한 조리대에서 시범을 책임진 필자가 앞치마를 한 채 취사용 식칼을 들고 소홀하기 쉬운 생선의 내장과 비닐을 직접 제거하며 착안사항을 설명하는 원맨쇼를 보여주었다. 이때 시범을 담당한 대대장의 행동시범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단장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특히 필자의 행동시범과 현장 견학을 마치고 추가 토의 및 의견 수렴을 위해 대대장급 이상 간부들이 사병식당으로 들어섰을 때 일부 참석자들은 “아니, 노후된 막사안에 시내의 민간 이테리식 카페같이 분위기 좋은 식당을 어떻게 만들었어?”라며 탄성을 뱉어냈다.
참석자들에게 이번에 제시된 내용같이 세심하게 준비하여 안전한 혹서기를 보내자고 강조한 군단 군수참모의 당부와 만족스런 격찬을 끝으로 ‘급양관리/환경보존’ 시범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시범을 끝까지 주관한 조영호 사단장(예비역 중장, 9군단장, 군인공제회 이사장 역임)은 수고했다는 격려와 함께 전속부관에게서 전해받은 격려금 봉투를 열어보며 “부관, 이것 말고 더 많이 넣은 봉투로 바꿔...”라며 계획된 액수보다 더많은 격려금을 필자에게 건네주자 이를 지켜보던 참석자들은 힘찬 박수를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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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한 보람이 계속되는 가운데 대대장 보직도 절반을 넘기며 후반기 내리막길을 달려...
‘급양관리/환경보존’ 시범을 주관한 사단장이나 배석한 연대장이 흐뭇한 미소를 띄우게 만들며 얻은 기대 이상의 성과는 고생한 대대원들은 밤잠을 설치면서 준비한 보람과 성취감을 만끽했다. 이런 성공은 준비를 위한 그동안의 사전 고생을 날려버리며 사기가 고양되는 마력이 있었다.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공용화기 사격 측정과 간부시험에서도 성공적인 시범이 기폭제가 되어 타부대와 명확히 비교되는 결과를 낳았고, 이러한 평가 결과를 모아 6월 말에 시행된 전반기 지휘관회의에서 또 종합전투력 측정 우수부대로 선정되었다.
이로써 대대장 취임 후에 시행된 2년 동안 4회에 걸친 사단의 전·후반기 평가에서 모두 우수부대로 장식하며 위의 사진과 같이 사단 소연병장에 비치된 ‘종합전투력 측정 우수’ 부대기에 청원대대의 깃발이 게양되어 ‘96년 선봉부대와 함께 동시에 대대기 2개가 사단 연병장에서 계속 휘날리는 영광을 누렸다.
군부대는 후라이판에서 튀는 깨나 콩같이 바쁘게 생활하고, 이것은 흐르는 물처럼 끝임없이 계속된다. 전반기 지휘관회의가 끝나자 연대장 이취임식이 있었고 후임으로 이병우 대령(육사32기)이 부임했다. 지휘관이 교체되면 또 처음으로 돌아가 초도 업무보고부터 다시 새롭게 시작된다.
하지만 기존 부대원들은 새로운 지휘관을 모시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질 틈도 없이 흘러오는 물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계속되는 시범과 UFL을지연습, 군단전투지휘검열, 육군발전목표(APP) 추진 평가회의, 그리고 연중 지속되는 예비군 훈련 등을 위해 쉴 틈 없이 부여된 임무를 수행한다.
게다가 군단장이 군단에 전입오는 연대장 및 참모요원들은 반드시 청원대대를 견학하고, 군단전투지휘검열 수검을 앞두고는 검열단장인 육본 감찰감도 청원대대로 안내하도록 꼭 집어서 지시했고, 이처럼 유명세를 감당하는 추가적인 임무 때문에 필자를 포함한 전 대대원들의 피곤한 보람이 계속되었다.
그 와중에 필자의 대대장 보직도 절반을 넘기며 후반기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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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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