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248)]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로 ‘공주는 외로워’
손자병법,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는 위태롭지 않고, 천시와 지형까지 알 수 있으면 승리는 온전
타 연대가 부러워할 정도로 청원군수를 비롯해서 지역 기관장들이 대거 사단 연병장을 찾아와 격려
사단 공용화기 사격측정 결과와 태권도 유단자 비율도 사단 1위, 연대별 노래자랑에서도 열광의 도가니
[뉴스투데이=김희철 컬럼니스트] 손자병법 지형(地形)편에는 지피지기 승내불태, 지천지지 승내가전(知彼知己 勝乃不殆, 知天知地 勝乃可全)이라는 말이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는 위태롭지 않고, 천시와 지형까지 알 수 있으면 승리는 온전할 것이라는 뜻이다.
사단 창설기념일이 있는 5월이 되자 사단에서는 연대별 체육대회를 개최했다. 군대에서 체육대회는 친선 게임이 아니고 전쟁이다. 준우승이나 2등이란 존재하지도 않았고 오직 종합우승이 각 연대의 목표였다.
연대장 신현정 대령은 작전통으로 강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갖고 있으며 업무 및 경쟁에 대한 승부욕도 대단했다. 지난 20년 가까이 연대가 종합우승을 한번도 못했다는 창피한 전통을 깨버리겠다며 대대별로 종목별 책임을 부여했다.
대대장들은 맡은 종목에서 우승을 못하면 연대장으로부터의 독기어린 질책이 우선 걱정이 되었기 때문에 무조건 승리를 위해 한달 전부터 맹훈련에 돌입했다.
필자의 담당은 축구였다. 그러나 지역내에 씨름부가 있는 학교가 많아 씨름 선수들도 대대로 집합시켜 체육대회의 두종목을 함께 준비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했는데 우선 우리 선수층을 확인했다.
두 종목을 분석해보니 씨름은 자신이 있었다. 선수 출신이 제법 있었고 마침 믿음의 집 목사님과 예비군 중대장도 씨름 전문가였다. 그래서 예비군 중대에 캠프를 차리고 연습을 시켰다.
축구는 연대 타대대를 포함하여 고교 축구선수였던 상근예비역들을 파악하니 팀을 만들 수 있는 인원이 충분하였다. 축구는 필자가 직접 관장해 조직을 편성했고 팀플레이를 연습시켰는데 역시 선수 출신이 많아서 우승을 장담했다. 물론 군 체육대회는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 축구 우승은 놓쳤지만 기타 종목을 싹쓸이하며 17년만에 종합우승한 덕분에 대대장들은 안도의 숨을 내쉬어
드디어 사단체육대회가 열렸다. 타 연대가 부러워할 정도로 청원군수를 비롯해서 지역 기관장들이 대거 사단 연병장을 찾아와 격려를 해주었다. 특히 청원군 현도에 위치한 카스맥주 전무(학군장교 출신)는 생맥주통을 대대응원팀 앞에 설치하고 타부대 인원들까지 모두 마실수 있는 양을 제공하여 풍족한 축제의 장을 만들어주었다.
카리스마 넘쳤던 연대장의 독기어린 독려와 리더십은 당연한 결과를 낳았다. 배구, 씨름 그리고 릴레이까지 모두 우승했다. 거의 종합우승이 확정된 가운데 마지막에 사단장이 관람석에 임석한 축구 결승전이 벌어졌다.
물론 고교 축구 선수 출신 상근예비역으로 구성된 우리팀에게 다른 부대의 팀은 상대가 되질 못했다. 예선전에서 큰 점수차이로 승승장구하며 이제 최종 승리의 피날레만이 남았다. 어떻게 보면 거의 모든 종목을 싹쓸이 해와서 타연대에게 미안한 분위기였다.
필자는 대퇴부의 골수정 핀을 제거했지만 아직 보행이 완벽하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경기장에서 절뚝거리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전반은 1대 0으로 이기며 휴식을 맞이했을 때 팀과 연대원 모두는 승리를 확신하며 응원을 보내왔다. 그런데 후반에 접어들면서 주공격수 스트라이커가 퇴장을 당했다.
필자는 뛰어나가 심판에게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이미 선언 상태를 번복할 수 없었고 이어진 후반전을 지키지 못하고 결국 동점골을 먹었다. 그리고 최종 페널틱 킥 승부에서 아슬아슬하게 졌다.
이미 종합우승이 확정된 연대장은 연병장에 내려와 일일이 선수들과 악수하며 심판의 일반적인 판정으로 스트라이커가 퇴장당해 상대보다 적은 인원이었지만 끝까지 전력을 다하며 지지 않고 패널티킥까지 간 것은 잘한 것이라고 칭찬을 해주었으나 필자는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반면에 우리 축구팀에게서 승리를 빼앗아간 연대는 비록 종합우승은 못했지만 마치 종합우승한 것처럼 승리에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그래서 사단 심판의 일방적인 판정에도 약간은 이해도 되었다. 체육대회에서 한 부대에 우승을 몰아주는 것보다 일정부분 타부대로 나누는 것 또한 전체적인 배려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축구는 우승을 놓쳤지만 기타 종목을 싹쓸이하며 연대는 17년만에 종합우승을 했고, 덕분에 연대장의 카리스마에 눌려있던 대대장들은 안도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일로 육사 후배였던 당시 축구 심판과는 잠시 불편했으나 나중에는 절친이 되었다.
■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와 ‘상산지사(常山之蛇)’로 경연에 대비하여 ‘공주는 외로워’로 성과를 마무리
연대별로 치열했던 사단 체육대회가 끝나자 또 각 대대별로 경쟁이 계속됐다. 곧이어 공용화기 집체교육이 있었고 바로 전반기 우수부대 선정을 위한 공용화기 사격 측정이 시행됐다.
손자병법 구지(九地)편에 ‘솔연자 상산지사야(率然者 常山之蛇也)’ 솔연이란 상산에 있는 뱀으로 머리를 치면 꼬리가 재빠르게 반격을 하고, 한 가운데를 치면 머리와 꼬리가 양쪽에서 달려든다. 이렇게 군사를 움직일 때에는 상산의 뱀처럼 대응하라는 손자의 진면목이 나타난 병법이다.
전방부대에서 박격포를 운용할 때 화기와 포탄의 성능과 목표 지형의 특징을 고려한 훈련을 강조했었다. 헌데 놀랍게도 우리 대대의 포반장은 필자가 느꼈던 것을 전입시에서 부터 이미 전역한 선임병에게 전수받아 숙지하고 있었고, 또 후임병들에게도 가르치고 있었다.
두타산에 위치한 박격포 훈련장은 비교적 협소하고 상향이어서 표적을 맞추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초탄이 우탄이 나자 포반장은 포수에게 좌측으로 포의 방향을 옮기지 않고 줄이기를 명령했다. 그리고 2탄이 발사되자 정확하게 중안에 명중했다.
표적지역이 정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비탈이다 보니 우측이 더 먼 곳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사단 공용화기 집체교육 후에 이어진 공용화기 사격 측정에서도 대대는 사단에서 1등을 했다. 무조건 교리대로 한 것이 아니라 상산지사(常山之蛇)처럼 융통성있게 현 지형을 고려한 포운용의 결과였다.
또한 소대장 및 중대장 시절과 같이 대대장 근무시에도 제대할 때에 태권도 유단자 증을 선물하겠다는 지휘 방침을 유지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스스로 태권도 연습을 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했고 필요시에는 민간 태권도장 사범을 초청해 개별교육도 시킨 덕분에 태권도 유단자 비율도 당연하게 사단에서 1위를 하였다.
뿐만아니라 사단 창설기념일 파티에서 각 연대별 노래자랑이 있었다. 신현정 연대장은 이것도 놓치지 않았다. 매주 토요일 연대장 관사에서 저녁을 하면서 노래연습을 했다. 그것도 당시 한창 유행하던 고(故) 김자옥 배우의 ‘공주가 외로워’였다.
이것도 당연하게 타연대와 비교하여 월등했다. 연대장 및 대대장과 가족들이 함께 촛불이 담긴 종이컵을 각자가 들고 ‘공주는 외로워’를 열창하자 파티장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만고의 진리인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와 ‘상산지사(常山之蛇)’로 준비한 각종 경연은 ‘공주는 외로워’로 성과를 마무리 했다......ㅎ
◀김희철 프로필▶ 방위산업공제조합 부이사장(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2024년), 군인공제회 부이사장(~2017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알에이치코리아,2016년), 제복은 영원한 애국이다(오색필통,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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