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2.04 05:00 ㅣ 수정 : 2025.02.04 05:00
고려아연 vs.영풍·MBK연합, SMC의 영풍 주식 매입 자금 출처 놓고 공방 영풍·MBK연합, 고려아연 100% 지배 SMC 동원해 회사 공금 유용 주장 고려아연 "SMC의 영풍주식 매입, 기업 가치 훼손 막기 위한 경영적 판단"
지난달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현장 [사진=금교영 기자]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법적 공방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양측은 영풍 의결권을 제한하는데 활용된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의 영풍 주식 매입 자금 출처 등을 놓고 공방을 펼쳤다.
MBK는 SMC의 영풍 지분 취득 자금 원천이 고려아연 지급보증을 통한 차입금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3년 전 채무보증 사례를 마치 최근 이뤄진 것처럼 사실관계를 짜깁기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맞섰다.
SMC는 지난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개최 하루전에 최윤범 회장 일가 등이 보유한 영풍 주식 10.33%를 취득했다. 이에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돼 영풍·MBK연합은 보유 중인 고려아연 지분 25.4%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이에 임시 주총의 주요 쟁점으로 꼽혔던 집중투표제 도입과 이사 수 19명 상한 안건 등이 통과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영풍 의결권 제한 위한 목적”…배임 혐의 주장
영풍·MBK연합은 3일 “최윤범 회장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탈법적인 출자구조를 만들어내는 등 유례없는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최윤범 회장은 물론 이에 동조한 박기덕 사장, SMC법인장인 이성채, SMC 최고재무책임자(CFO) 최주원 등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영풍·MBK 측은 오직 최 회장의 지배권 보전이라는 개인적 이익 달성을 위해 고려아연이 100% 지배하는 해외 계열사 SMC를 동원하고 회사 공금을 이용했다며 배임 혐의를 주장했다.
이들은 “SMC는 영풍 주식 매수로 연평균 설비투자(CAPEX) 투자액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대규모 현금(575억원)이 유출됐을 뿐 사업상 아무런 이득이 없다”며 “최 회장이 해외 계열사(SMC)를 불법적으로 동원해 그 공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고려아연 지배권을 유지하는 막대한 이익을 도모했다”고 비판했다.
MBK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575억원은 SMC가 2023년까지 직전 5개년간 평균 연간 CAPEX 투자액 1068억원의 약 54%에 해당하는 큰 돈”이라며 “SMC가 스스로 경영 판단해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고는 보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해 말 기준 SMC의 현금 보유액 대부분은 영업에 따른 이익이 아니라 고려아연이 지급보증을 했기 때문에 존재한 셈"이라며 "SMC 재무구조상 고려아연이 지급보증한 차입금을 활용했을 개연성이 커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이 고려아연 계산으로 이뤄졌다는 점이 명백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는 공정거래법상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영풍·MBK는 최 회장을 비롯한 이들 4명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하는 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최 회장 등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SMC가 영풍 지분을 취득하게 했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영풍→고려아연→선메탈홀딩스(SMH)→SMC→영풍'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SMH는 고려아연이 호주에 설립한 중간지주사다. 고려아연이 SMH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SMH는 SMC를 100% 지배하고 있다.
영풍·MBK 연합은 "기업집단이 지분 100% 해외 계열사를 이용해 의도적으로 상법상 의결권 제한의 외관을 만들고 상호 출자 제한 등 규제를 회피하려고 한 최초의 사례”라며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탈법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SMH 및 SMC 지분 구조도 [사진=MBK파트너스]
■고려아연 “영풍·MBK 적대적 M&A 방어 위한 불가피한 조치”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 매입은 영풍·MBK 연합의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을 방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해외 사업 축소, 구조조정, 분할 매각 등 기업 가치 훼손을 막고 사업 운영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SMC는 주식회사로서 이사회 의결을 거쳐 합리적인 재무적·사업적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영풍 주식에 취득된 자금에 대한 영풍·MBK 지적에 대해 “MBK 측이 3년 전 채무보증 사례를 마치 최근 이뤄진 것인 양 사실관계를 짜깁기하고 무리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다급함과 조급함을 드러내며 연이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맞섰다.
고려아연은 “영풍 주식 취득에 사용된 자금은 SMC 자금으로 고려아연 혹은 여타 계열사 자금이 사용된 바 없다"며 “SMC의 차입 한도에 대한 고려아연의 보증은 2022년 승인된 것으로 적대적 M&A 시도가 발생하기 훨씬 이전의 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SMC는 자체 판단과 독립적 의사결정에 따라 영풍 주식을 매입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SMC는 영풍과 같은 제련소를 운영하며 영풍 지분 취득을 목적으로 한 SPC(특수목적법인)가 아닌 독자적 사업을 하고 있는 회사”라며 “자체적으로 발생한 현금흐름 등을 활용해 합리적인 투자활동을 진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영풍 주식을 최씨 일가로부터 종가 대비 약 30% 저렴하게 매입한 만큼 투자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선택이었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SMC는 “영풍·MBK가 무차별적인 소송과 고발을 남발한 뒤 결과와 상관없이 사법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주장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려아연은 임시 주총 다음날 MBK 측에 대타협을 제시했지만 MBK는 고발전 등을 이어가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