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3.05.29 08:01 ㅣ 수정 : 2023.05.29 08:01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평균금리가 눈에 띄게 내려가고 있다. 신용대출 중심의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인뱅들이 공격적인 금리 인하로 고객 유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인뱅들은 낮은 금리에 비대면 체재 편의성까지 더해 상품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원금 자체가 큰 주담대 특성상 금리 수준에 따라 고객 수요가 좌우될 수 있는 만큼 인뱅이 가계대출 시장에 ‘블랙홀’로 자리 잡을지 주목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지난달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각각 연 3.93%와 연 3.85%로 집계됐다. 3월까지만 해도 4%대 초반을 형성하고 있었으나 한 달 만에 3%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경쟁사인 시중은행의 경우 금리가 인뱅보다 한참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준에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평균금리는 연 4.24~4.70%로 나타났다. 인뱅은 3%대, 시중은행은 4%대로 구도가 나눠졌다.
최근 인뱅들의 경영 전략은 주담대 확대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의 경우 금리 상승기 은행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단 구상이다. 인뱅의 주력 고객층이 중저신용 차주인 점도 담보 대출 확대 필요성을 더한다.
인뱅들이 선택한 전략은 금리다. 대출금리는 기준(준거)금리에 차주 신용도 등에 따라 매겨지는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하는데, 가산금리를 낮게 잡아 전체 대출금리 인하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마진을 덜 남긴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과 인뱅 2개사가 취급한 주담대의 기준금리는 연 3.61~3.91%대로 큰 차이가 없다. 다만 가산금리의 경우 시중은행들은 1~2%p대를 잡았지만, 인뱅들은 0.2~0.7%대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기준 카카오뱅크 홈페이지에 안내된 혼합형(고정형) 주담대 상품의 경우 기준금리가 연 4.03%지만, 가산금리는 -0.38~2.25%로 나타났다. 통상 은행들은 가산금리로 이익을 내는데. 마이너스(-)가 붙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한 관계자는 “가산금리의 경우 고객별로 다르게 적용되나, 특판을 받으시는 분들이 혼합금리 선택 시 마이너스 가산금리를 받으실 확률이 높다”며 “조달비용보다 낮게 내주면 역마진으로 볼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며 비대면 프로세스 구축을 통해 절감한 비용을 고객들에 금리 등의 혜택으로 돌려드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보통 ‘억’ 단위인 주담대는 소폭의 금리 차이에도 매달 상환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일례로 원리금균등 방식에 5억원을 30년으로 빌린다고 했을 때 지난달 시중은행 평균금리 하단인 4.24%를 적용하면 매월 상환액은 약 245만원이고, 인뱅(3.85%)은 약 234만원이다.
오프라인 점포 없이 영업 중인 인뱅의 비대면 체제도 주담대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도·금리 조회부터 인증서를 통한 서류 제출까지 비대면으로 가능해 고객 접근성이 제고될 것이라는 평가다.
오는 6~7월 토스뱅크도 주담대 상품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인뱅 3사의 주담대 영토 확장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토스뱅크는 현재 주담대 금리 수준이나 상품 방향 등에 대한 막판 설계를 진행 중이다.
관건은 인뱅이 언제까지 금리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는가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충성 고객층을 흡수하기 위해선 낮은 금리에 대한 입소문이 작용해야 하는데,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경우 수익성 문제와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금리 외 대출금리가 하락할 요인은 은행들 간의 경쟁인데, 인뱅 쪽은 벌써 시작된 것 같다”며 “갈수록 인뱅의 네임밸류가 확대되고 있는 건 영업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금리는 여력이기 때문에 이익 기반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인뱅은 파격 금리를 내세우기 제한적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