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관점에서 본 북한 문제 (23)]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행동
[기사요약]
북한이 공개하는 내용,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분석 어긋나곤 해.. 북한이 처한 환경, 우리와는 너무 다르기 때문
북한은 지금 자신들의 능력에 넘쳐나는 과시를 하고 있어..
핵추진 잠수함, 농축우라늄 생산시설 등 군사적 위협뿐 아니라 조선업,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 등 연이어 내놓아..
러-우크라 전쟁 이후 미국과의 협상에 대비한 능력 부풀리기 또는 협상 카드 등을 사전에 정비하는 듯한 모습
그러나 북한은 핵문제의 해결 없이는 북한이 원하는 결과 얻을 수 없다는 것 명심해야..
북한은 이해하기 힘들다. 주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허덕이는데, 연일 비싼 미사일을 공해상에 쏘아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이상 국경을 닫아걸었고 내부 소식은 알 길이 없다.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북한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경제안보적 관점에서 북한 내부, 남북관계, 국제상황 등을 살펴보기로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동용승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러-우크라 전쟁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깃은 북한으로 하려는 계산처럼 보인다. 이는 북한의 최근 행태에서 대미관계와 관련해 몇 가지 주목해 볼 사안이 있기 때문이다.
• 계속되는 북한의 미국 관심 끌기
우선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은 매번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으므로 올해에도 동일하게 반응한다고 넘길 수 있다.
그런데 김정은이 ‘적대적 2개국가론’을 주장한 이후 북한은 한국을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하며 억지로 국가 대 국가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당연히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도 이런 맥락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새로운 훈련이 시작되면 김여정 담화, 외무성 대변인 성명, 국방부 성명 등을 내놓는가 하면, 합동군사훈련의 내용을 소상히 밝히고 있다.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합동군사훈련의 완화 또는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는 듯하다.
북한은 훈련을 빌미로 위기를 고조시켜 미국이 대화를 제안하는 명분을 제공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농축우라늄 공장 공개 이후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추진한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의 결렬은 영변+α를 요구한 미국과 영변만을 고집한 북한의 의견 불일치에 기인한다.
지금 트럼프는 공공연히 ‘북한의 사실상 핵보유’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 방식이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가 아니라 핵동결과 군축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오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α를 많이 만들수록 유리하다.
이렇듯 북한은 능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군사력을 공개함으로써 동결과 군축을 위한 협상 카드를 축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이 필요로 하는 경제문제를 거론한다. 최근 김정은은 북한의 조선소를 찾았다. 군사용 선박건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이 선박건조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했다.
북한의 해양 선박 건조능력은 형편없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연안 선박 제조에도 한계를 보일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용선박 제조능력을 과시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유독 조선 협력을 강조했던 것을 북한은 주목했을 것이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직후 남북한 산업 협력 중에 가장 유력한 분야 중의 하나로 조선 협력이 언급된 적이 있다. 북한의 동해 연안 항구(원산, 함흥, 청진 등)에서는 폐선박 해체, 선박 일부 건조 등을 직접 논의하기도 했다.
북한이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설비 노후화, 전문인력의 소멸 등을 감안하면 북한의 조선 능력은 형편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조선 협력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면 미국의 투자를 통해 조선업을 강화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할 것이다. 무엇보다 트럼프의 입맛을 당기는 제안이 될 것으로 김정은은 생각하고 있을 듯하다.

그리고 포스트 러-우크라 전쟁에 대비하는 것이다.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당일치기로 갑자기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은과 회담을 했다. 쇼이구는 푸틴의 복심이라고 할 정도로 러시아의 핵심인물이다.
러시아는 전승기념일인 5월 9일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 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럼 베트남 국가주석도 참석하기로 했다. 크램린은 김정은의 방러도 공식 확인했다. 김정은의 방러와 러시아의 중재를 이용한 미-북 협상 재개를 계산하는 듯한 행보다.
북한의 최근 행동을 너무 대미관계에 맞춘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 북한의 최대 관심사는 트럼프의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미-북 대화
북한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미-북 대화 재개는 트럼프 행정부의 복잡한 계산법이 작용한다. 이 관점에서 미국의 다음 타깃은 북한이 아니지만,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의 일환으로 북한이 활용될 수 있다.
트럼프의 주요 타깃은 한국과 일본이며, 궁극적으로 중국이다. 트럼프는 한국의 탄핵사태를 주목한다. 한국에 계산서를 내밀 수 있는 상대가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계산표는 미국의 쌍둥이 적자(재정 및 무역)를 만회하기 위해 돈을 많이 내는 순으로 중요도가 매겨질 것이다. 경제규모로 볼 때 중국이 가장 클 것이며, 일본, 유럽, 한국 등이 그 순서가 될 것이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과는 대략의 윤곽을 잡은 듯하고, 유럽과는 러-우크라 전쟁을 놓고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는 듯하지만 러-우크라 전쟁이 휴전에 들어가면서 유럽과의 계산도 윤곽을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남은 것은 한국이며 이는 북한과 중국 카드를 놓고 흔들어야 하는데, 아직 한국이 불확실하다. 한국과의 계산에서 윤곽을 잡아야 본격적으로 중국을 상대할 수 있는 준비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따라서 북한의 기대와는 달리 미-북 대화는 북한이 원하는 대로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다. 반드시 한국이 중간에 개입될 수밖에 없는데 북한은 여전히 적대적 2개국가를 고집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가 돈계산을 넘어 노벨 평화상이라는 명예까지 노린다면 조금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현시점에서 트럼프가 노벨평화상만을 위해 북한에 접근할 이유는 없다.
더욱이 트럼프가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아내기 위해 북한에 한국을 통해야 한다고 요구할 경우 북한은 곤혹스러운 입장에 놓일 것이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 동용승(Dong, Yongsueng) ▶ 성균관대 경제학 박사수료 / (사)굿파머스 사무총장 /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통일북한학과 겸임교수 / (전)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경제안보팀장) / (전)대통령 통일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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