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리밸런싱 2막 (3)끝] 'AI·반도체' 그룹 리밸런싱 원동력으로 자리매김
SK텔레콤, '3대 AI 사업' 수익성 본격화하면서 실적 개선 기대감 커
SKT, 지난해 AI 관련 사업부 매출 2023년 대비 19% 늘어나는 성과 거둬
SK하이닉스, HBM 발판으로 지난해 매출액 2023년 대비 102% 증가
2013년 HBM 최초로 개발...챗GPT 등 생성형 AI 인기에 반도체 수요 급증
SKT·SK하이닉스·美펭귄 솔루션스, AI 데이터센터 사업 R&D 및 사업 추진 협약
그동안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기업을 성장을 시킨 '뚝심의 아이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돌연 구조조정의 칼을 꺼냈다. SK그룹은 219개 계열사를 거느려왔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무리한 투자와 사업 확장이 경영 비효율을 낳는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해부터 '선택과 집중' 을 위한 리밸런싱(Portfolio Rebalancing, 사업재편)을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2024년이 몸풀기 경기였다면 올해는 기업 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본경기에 들어가는 시점이다. <뉴스투데이>는 모두 만류한 하이닉스를 인수해 'AI(인공지능) 메모리' 독주 체제를 갖춘 최 회장이 추진하는 '리밸런싱' 효과와 올해 경영전략 방향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3회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리밸런싱(Rebalancing·사업재편) 시도가 올해로 2년 차를 맞았지만 구체적인 성과 등 평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이 리밸런싱을 뚝심 있게 추진하는 배경에는 그룹 캐시카우(Cash cow·핵심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한 AI(인공지능)과 반도체가 자리잡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전통적인 이동통신(이통)업체 이미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AI 컴퍼니’로 전환을 선언한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AI B2B(기업 간 거래)·AI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등 이른바 ‘3대 AI 사업’ 수익성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SK하이닉스는 AI 시대 개막과 함께 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업계 판도를 바꾸는 제품)로 등장한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두드러지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기존 이통 사업에서 포트폴리오를 넓혀 AI 기반의 다양한 산업에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2021년 6월 15일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SK텔레콤 AI 사업의 핵심 축은 ‘AI 데이터센터’, ‘AI B2B’, ‘AI B2C’ 등 3가지다.
AI 데이터센터 영역은 2023년 9월 미국 GPU(그래픽처리장치) 클라우드 전문 기업 '람다(Lambda)'와 전략적 파트너십에 토대를 둔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AI 서비스와 인프라에 필요한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려면 고성능 GPU 자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돼야 한다"라며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미국 AI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의 최신 GPU를 기반으로 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람다는 SK텔레콤에 최적의 사업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은 지난해 12월 고밀도 GPU 서버를 국내 평균 약 9배 이상 운영할 수 있는 ‘가산 AI 데이터센터(AIDC)’를 열었다.
람다는 GPU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거점 ‘람다 리전(Lambda Region)’을 아시아·태평양 최초로 AIDC에 유치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과 람다는 같은 달 엔비디아 H100 GPU 기반 구독형 AI 클라우드 서비스 'SKT GPUaaS(GPU-as-a-Service)'를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SK텔레콤은 AI로 업무 자동화·지능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클라우드 기반 AI 서비스 ‘AIX(AI 전환)’를 통해 ‘AI B2B’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존 콜센터 사업에 AI를 더해 음성인식·상담 자동화·상담 요약·감정 분석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AI 컨택센터(AICC)’와 생성형 AI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데이터 분석 도구·GPU 연산 자원 등을 제공하는 기업용 AI 모델 개발·실행 인프라 클라우드 서비스 ‘AI 클라우드’가 대표적인 AI B2B 사업이다.
이와 함께 AI B2C는 SK텔레콤이 만든 초개인화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을 중심으로 △AI 기반 IPTV(인터넷TV) 개인화 (B tv) △음성 인식 스마트 스피커 ‘누구(NUGU)’ △T맵과 NUGU가 만난 ‘AI 내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SK텔레콤은 2024년 전통적인 유·무선통신 사업과 신성장 동력 AI 사업이 고르게 성장해 연간 매출 17조9406억원과 연간 영업이익 1조823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3년 실적과 비교하면 각각
1.9%, 4.0% 증가한 성적표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 AI 관련 사업부 매출이 2023년 대비 19% 성장한 점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라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AI B2B를 담당하는 AIX 사업부 매출이 2023년과 비교해 32.0% 급증했고 AI 데이터센터를 맡는 AI DC사업부 매출은 2023년 대비 13.1%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은 그야말로 'SK하이닉스의 전성기'나 다름없었다.
SK하이닉스의 2024년 연간 실적은 매출 66조1930억원과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이다. 이는 2023년 매출 32조7657억원과 영업손실 7조7303억원과 비교해 매출은 10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2024년 이전 최고 매출은 2022년 44조6216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매출액은 이보다 21조원 늘어난 셈이다. 특히 영업이익은 '반도체 초호황기'로 불리는 2018년(20조8438억원)과 비교하면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SK하이닉스의 가치를 매출과 영업이익 등 단순히 실적만으로 평가하면 안된다고 지적한다.
SK하이닉스는 2010년대 초반부터 기존 D램으로 부족할 AI·빅데이터 등 산업 수요가 급증할 것을 예측하고 2013년 처리 속도는 늘어나지만 전력 소모는 낮춘 HBM을 최초로 개발했다.
하지만 이후 10여년간 시장의 관심 밖에 있었던 HBM는 2023년 모든 산업에 AI 도입이 시작되고 특히 AI 서비스 '챗(Chat)GPT'가 등장한 이후 생성형 AI가 주목을 받아 수요가 급증했다.
일찍부터 HBM 기술개발 기반을 다져온 SK하이닉스는 △2022년 세계 최초 HBM3 양산 △2024년 9월 세계 최초 12단 적층 HBM3E 양산 △2025년 3월 세계 최초 12단 적층 HBM4 샘플 고객사 공급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Gartner)가 최근 발표한 ‘2024년 전 세계 반도체 매출 조사’에서 HBM 시장에서 선도적인 입지에 힘입어 상위 10개 반도체 기업 가운데 2023년 대비 2단계 상승한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는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각사의 성장세도 주목할 대목이지만 양사 간 AI 데이터센터 사업 협력 소식이 전해져 그룹 핵심 계열사 간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미국 AI 데이터센터 통합 솔루션 대표 기업 ‘펭귄 솔루션스’ 등 3사는 지난 1월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공동 R&D(연구개발) 및 사업 추진’ 협약을 체결했다. 이들은 △신규 시장 개척을 통한 AI 데이터센터 글로벌 확장 △솔루션 공동 R&D·상용화 △데이터센터용 차세대 메모리 제품 개발 등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SK그룹은 계열사 실적 양극화가 뚜렷하다"라며 "반도체는 호황기를 넘어설만큼 실적 상승 폭이 크고 통신사의 AI 사업도 성과가 내고 있지만 정유, 배터리 부문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는 SK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SK그룹 모든 계열사가 성장을 일궈내면 좋겠지만 현재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장기화된다면 불투명한 사업은 축소하고 고속성장 사업은 키우는 리밸런싱이 SK그룹은 물론 모든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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