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떨어졌단 얘기 나오는데”···내 주담대는 언제 내리나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가 하락세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정부·금융당국으로부터 ‘돈 잔치’ 비판을 받은 은행들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 조치와 주요국 긴축 종료 기대감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은행권이 내세우는 대출금리의 경우 신규 계약 차주들에 적용되는 것으로, 기존 차주들의 금리 하락 체감도는 낮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은행권에선 금리 재산정 주기가 도래하는 올 하반기께 기존 차주들의 대출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8일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연 3.97~5.95% 수준이다. 주담대 변동금리 하단이 3%대로 내려온 건 지난해 7월 이후 약 10개월 만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한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변동형 주담대 금리 하단이 연 3.6%대까지 떨어졌다. 담보 대출 중심의 여신 성장세를 꾀하는 인뱅들이 금리 인하로 고객 유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역대급 순이익을 기록한 은행권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이자 장사’·‘돈 잔치’ 비판이 잇따르자 부랴부랴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주로 준거(기준)금리에 더해지는 가산금리 인하로 전체 대출금리를 끌어내리는 방식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에 시장(채권)금리가 떨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은행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줄었고, 이 부분이 대출금리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보통 은행은 고객에 대출을 내주는 자금을 예·적금이나 은행채로 조달한다. 그만큼 고객에 정기예금 금리를 높게 쳐주거나 은행채 금리가 오르면 조달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다. 하지만 5%대를 넘보던 정기예금은 3%대 중반까지 내려왔고, 은행채 금리도 완만한 하락세다.
실제 변동형 주담대 금리 산정의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는 4월 기준 3.44%로 현재 기준금리(연 3.50%)보다도 낮다. 코픽스는 해당 월 중 국내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주담대 금리도 내려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다만 최근 떨어진 대출금리는 새로 계약하는 차주들에 적용하는 수치로, 기존 차주들은 해당하지 않는다. 시장금리와 상관없이 대출 실행 당시 명시된 금리가 유지된다. 특히 대출금리가 정점이었던 지난해 말 대출을 받은 차주는 여전히 금리 하락에서 소외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선 이르면 이달 말부터 기존 차주들의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 재산정 주기가 6개월인 걸 고려해 예측한 결과다. 은행은 기존 차주의 대출금리를 재산정하는 과정에서 6개월 전보다 시장금리가 내려갔다면 이를 반영해야 한다.
일례로 이달 발표된 4월 코픽스(3.44%)는 6개월 전인 지난해 10월(3.98%) 대비 0.54%포인트(p) 낮다. 이를 기준으로 변동형 주담대 대출을 받았거나, 금리가 조정된 차주들은 이달 재산정 시점에 대출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지난해 11월과 12월 코픽스는 각각 4.34%와 4.29%로 4%대를 넘어선 바 있다. 최근 코픽스가 금리가 하락세인 걸 고려하면 6개월 뒤 코픽스(전월 기준 반영)가 나오는 6월과 7월에는 기존 차주들의 금리 인하 체감도 역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고객 기대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를 조금씩 올리고 있긴 하지만, 은행채 금리가 계속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조달 부담이 덜어진 건 사실”이라며 “앞으로 주담대 변동금리 향방은 미국이 언제 기준금리 인상을 멈추고, 이게 채권시장에 반영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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