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향후 예상되는 미·중의 안보 타협…전략적 자율성 넓혀 미국 의존 줄여야
한미동맹 유지하되 안보정책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전작권 전환 이루는 것에서 출발해야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유럽 주요국은 미국 의존을 탈피하고 군사력을 증강하겠다고 한다.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안보는 유럽 자신이 담당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80여년 간 유지돼온 미국-유럽 동맹 관계가 해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미국 없는 유럽안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국방비 증액 ▲유럽통합군 창설 ▲방위산업 육성 ▲자체 핵우산 정책 등을 검토하고 있고, 동시에 당면한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도 논의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이 장기간 투입돼야 하고, 유럽 국가별로 이견이 있어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지, 그리고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제질서의 변화는 우리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은 한반도 안보를 우리가 담당하라고 요구함은 물론 중국을 억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에 동참도 압박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정책 변경과 국제질서 변화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미동맹 유지만이 유일한 선택인지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동맹 관계는 양국의 이해가 일치할 때 유지되지만 그렇지 않으면 갈등이 발생하고 해체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 상황이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이다.
■ 미국, 러시아, 중국 모두 각자의 세력권 주장하며 상호 인정 및 진출 도모
트럼프는 취임 전후,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몇 차례 언급한 바 있으며, 파나마에 파나마 운하 운영권을 미국에 반납하라고 했고, 중동의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가자지구 주민을 인근 아랍국가로 이주시키고 관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는 이 지역이 트럼프가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의 세력권 범위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러-우 전쟁 종전 협상에서 러시아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침묵하고 NATO가 동유럽 국가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면서 러시아 안보를 자극했다는 주장에 반박하지 않았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불가능하다고 러시아에 호응하면서, 현재 러시아가 점령한 도네스크 등 4개 주와 크림반도의 러시아 영토 귀속을 수용할 태세다. 러시아 요구에 따라 이 지역을 러시아 세력권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중국은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하는 지역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대만과 남중국해, 분리독립 움직임이 있는 신장과 티베트 지역이 해당한다. 해양에서는 서태평양의 오가사와라 제도에서 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로 이어지는 제2도련선까지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중국이 이 지점까지 진출하면 미군의 아시아 전략거점은 괌에서 하와이로 철수가 불가피하며, 이는 중국이 아시아 패권국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 미국은 중국의 해양진출 억제하기 위해 ‘소다자 안보협력체제’ 구체화
미국은 중국이 요구하는 해양 세력권을 거부하고 있다. 2012년 2월 오바마 대통령은 시진핑 부주석이 “태평양은 넓어 미국과 중국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반으로 나누자”라고 하면서 제안한 ‘미-중 신형대국 관계’를 거절했다. 오바마 대통령 시대까지의 미국은 중국의 글로벌 패권 도전은 물론이고 아시아 지역 패권 장악도 용납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시진핑은 2013년 국가주석으로 취임한 이래 오늘날까지 미국과 신형대국 관계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시진핑 주석은 취임 그 해인 2013년 9월부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 전 세계에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육상과 해상 물류망을 구축 중이고, 중국이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는 2008년 설립 이래 중국의 뒷마당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유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미치는 세력권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해양진출을 억제하기 위해 트럼프 1기인 2017년 제안됐던 인도태평양 전략이 바이든 정부에서 Quad(미국, 호주, 일본, 인도), AUKUS(미국, 영국, 호주), 한·미·일 안보협력 등 ‘소다자 안보협력체제’로 구체화 됐다. 최근에는 필리핀을 포함해 Squad(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도 설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유사시 군사개입을 밝힌 바 있고,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 전개해 왔다. 이처럼 미국의 의지는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확고하다.
■ 신장과 티베트,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등 육상에선 중국 세력권 인정할 듯
해양으로 나오려는 중국과 이를 막으려는 미국의 의지가 부딪히는 지점은 대만, 남중국해, 필리핀, 베트남, 그리고 일본이다. 미국은 현상 유지를 제시할 것이고, 중국도 수용할 가능성이 커서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해양진출을 더 확대한다면 미국과 충돌할 우려가 있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중국과 인접하고 있는 대만과 남중국해 베트남은 교류가 활성화된다면 자연스럽게 중국 세력권으로 편입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듯하다.
최근 중국은 대만 청년층에게 대만과 중국은 같은 민족이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중국 연수 또는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의도이다. 필자는 미국이 해상과 육상에서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에는 국력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육상에서는 중국의 세력권을 인정해 줄 것으로 생각한다. 그 지역은 ▲신장과 티베트 일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지역 등이다.
신장과 티베트는 중국이 핵심이익으로 설정한 중국 영토이고,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지역은 중국과 육지로 연결돼 있으며, 이미 일대일로와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중국은 이들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최근 미국은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탄압 문제를 집중 보도하는 ‘미국의소리’(VOA)나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조직 축소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이 문제에 대해 개입을 줄이겠다는 의도이다.
■ 한미동맹 유지하면서 전략적 자율성 넓혀 미국 의존 줄여나가야
우리는 중국이 해양으로 진출하는 길목이 아니지만, 한미동맹이 중국의 해양진출 억제로 전환된다면,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미·중 패권경쟁에서 미국 편 첨단에 서 있는 모습이 된다. 필연적으로 중국의 반발과 보복이 뒤따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 치우친다면 미국은 그 이상의 압박을 가해 올 것이다. 비록 보안 문제이기는 하나 미국 에너지부는 우리를 민감국가로 분류했다. 한국이 미국 국익에 반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 이상의 압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우리는 미·중 패권경쟁의 와중에서 트럼프가 만들어 가는 국제질서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 국가적 과제에 정치권을 포함해 전문가 및 관련 부서가 지혜를 다듬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 트럼프한테 머니머신(money machine)이란 소리를 들어서는 안 되고 필요시에는 언제라도 우리의 카드를 꺼내야 할 것이 아닌가.
필자가 제안하는 대책은 우리 안보의 오랜 기둥이었던 한미동맹을 유지하면서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넓혀가야 할 것이다. 자율성 확대는 ▲안보정책이 한목소리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전작권 전환을 이루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한국과 중국, 대등하다’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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