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죽음으로 감당한 한 정치인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책임

심지훈 기자 입력 : 2025.04.03 18:28 ㅣ 수정 : 2025.04.0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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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장제원 전 국회의원 빈소에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조문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부산/뉴스투데이=심지훈 부산영남 취재본부장] 개인적인 친분관계 뿐 아니라 기자라는 직업상 장례식장에 자주 간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해 장례식장에 참석한 사람들은 고인의 일생을 회상하고 고인과 좋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씁쓸한 마음을 쓸어 담는다.

 

“참 좋은 사람이었어.” “내가 힘들 때 도와준 은인이었어.”

“좋은 일도 많이 하셨으니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야.”……

 

심지어 고인과 다소 좋지 못한 기억이 있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고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면 나빴던 감정보다는 짤막하게나마 고인을 기리는 게 인지상정이다.

 

언젠가 죽음을 만나야 할 인간이기에 나 아닌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저절로 숙연해지는 게 사람으로서 가지는 일반적인 감정이 아닐까……

 

지난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장제원 전 의원이 전날(31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동구 소재 한 오피스텔에서 사망한 생태로 발견됐다.

 

고인이 되기 전 장제원 의원은 지난 2015년 11월 부산 모 대학교 부총장이던 시기에 비서 A씨를 상대로 성폭력 혐의로 고소돼 경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와 관련 장 전 의원 측은 비서 A씨가 주장하는 성폭행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고, 정 전 의원 역시 지난달 28일 경찰 소환 조사 때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 측이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밝혔고, 사건 당시 강남구 호텔 방에서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 전 의원의 사망 소식은 세간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렇다고 장 전 의원의 논란이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다.

 

피해자 A씨가 겪게 될 정신적 트라우마, 우리사회가 책임지고 보다듬어줘야

 

장 전 의원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A씨에게 미칠 영향 역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건은 당사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만, 법적인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A씨가 겪게 될 정신적 트라우마 역시 우리 사회가 반드시 책임져야 하고 보다듬어 줘야만 한다.

 

지난 1일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적 있던 나종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자신의 SNS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나 교수는 “자살이 명예로운 죽음으로 포장되고 모든 것의 면죄부인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는 지양해야한다”는 글과 함께 5년 전 '그녀들에게도 공감해주세요.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 앞에서'라는 제목으로 썼던 글을 공유했다.

 

그는 또한 "정신과 의사로서 나는 걱정한다. 박 시장의 자살이 우리 사회가 그의 죽음을 기리는 방식, 그리고 고인을 고소한 피해자 여성에게, 그리고 비슷한 경험을 가졌을 한국의 수많은 성폭행·성추행 피해자들에게 미칠 영향을"이라며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서 그는 "부탁드린다. 박 시장이 느꼈을 인간적 고뇌와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피해 여성의 마음도 헤아려봐 달라고"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시민이 서울시장이라는 거대 권력을 고소하는 데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지, 얼마나 많은 밤을 잠 못 이뤘을지, 고소장이 접수되자마자 피고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했을 때 느꼈을 충격이 얼마나 클지를"이라고 언급했다.

 

정치인 장제원에 대한 평가와 추모 의견도 있어

 

“죽음으로 감당했기에 누군가는 정치인 장제원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추모를 해주어야 한다.”

 

고 장제원 의원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의힘 하태경 전 의원이 올린 글이다.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살 수도 있었으련만 모욕과 수모를 견딘다는 게 그렇게 어려웠나. 하나님은 인간이 견디지 못할 시련은 주지 않는다는데"라며 안타까움을 밝혔다.

 

정치 여정을 함께 한 동료의 죽음 앞에서 안타까움과 숙연함은 어쩌면 당연한 감정일지 모른다.

 

아울러 하태경 전 의원이 언급한 정치인으로서 정당한 평가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지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현역 국회의원인 권철현을 제치고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장 전 의원은 부산 사상구 선거구에 출마해 만 40세의 나이로 당선됐다. 이후 제20대 국회의원 (부산 사상구/무소속), 제21대 국회의원 (부산 사상구/미래통합당)을 지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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