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방순 칼럼] 트럼프의 강대국 간 거래 외교, 일본과 협력 증대로 대응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2.25 16:55 ㅣ 수정 : 2025.02.25 16:55

미국, 유럽과 달리 동북아에서 기존의 안보정책 지속 중이나 변화 가능성에 능동적 대응 필요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뉴스투데이=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국제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한 미국 우선주의와 강대국 간 거래 외교가 지금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에서 당사국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동맹국 NATO를 소외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동북아에서 ▲북한의 비핵화 원칙 ▲한·미·일 안보협력 ▲중국 억제(남중국해의 현상 변경 반대, 대만해협 안정) 등의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유럽과 동북아에 대한 대외정책은 접근 방법이 다를 뿐이지 미국 국가이익 극대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미국의 일관된 목표는 중국의 도전을 억제하면서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경제적 이익을 증대해 미국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이 얼마나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지가 핵심 문제다. 필자는 우리와 입장이 비슷하고 안보 이해를 공유하는 일본과 협력 증대가 하나의 대응책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러시아와 러-우 전쟁 종전 협상 시작하며 우크라와 NATO 패싱

 

미국의 국무장관 루비오와 백악관 안보보좌관 왈츠, 중동특사 윗코프는 2월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러시아 외무장관 라브로프, 외교보좌관 우샤코프와 미-러 장관급 회담을 했다. 미국은 회담 후에 러시아와 “러-우 전쟁 종전 협상 개시를 합의했고, 국제정세 전반에 걸쳐 의견 교환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 NATO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우크라이나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와 NATO는 미국이 러시아의 종전 방안을 수용하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서방언론도 4시간 반 동안 진행된 회담에서 미국-러시아 간 모종의 거래가 논의됐을 것이라며 러-우 전쟁 종결과 제재 해제를 대가로 다음 세 가지를 얻으려 한다고 분석한다. 첫째, 미-러 결속으로 중국 억제, 둘째, 러시아와 교역 및 투자확대로 경제적 실익 증대, 셋째,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026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지원 없이 전쟁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현실과 NATO도 우크라이나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며 전쟁을 종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여긴다. 트럼프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서두르지 않으면 나라를 잃게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종전을 압박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러 협상의 종속변수로 전락하고 NATO는 패싱 당하고 있다.

 

미국, 동북아에선 기존의 안보정책 지속 입장 밝히며 친대만 행보 이어가

 

미국은 유럽과 달리 한반도와 동북아에서는 기존의 안보정책을 지속하려는 입장이다. 미국의 루비오 국무장관은 2월 15일 뮌헨에서 개최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했으며, 대북 공조, 확장억제 등 안보 분야와 조선 및 원자력을 포함한 다양한 경제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자는 의견을 나눴다고 한다. 이어 개최된 한·미·일 3국 외교부 장관 회담에서는 3국 안보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재확인했으며, 남중국해 현상 변경에 반대하고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를 유지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밝혔다. 

 

미국과 일본은 2월 7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에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중국의 힘과 강압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하다”라고 명기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만난 최초의 G-7 국가의 수반이며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에 이은 두 번째 정상회담이었다. 미-일 관계의 돈독함을 알 수 있는 상징이다

 

미국은 기존의 동북아 대외정책을 지속하는 가운데 친대만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미 국무부 홈페이지에 게재된 ‘대만과의 관계에 관한 팩트 시트’라는 문건에서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양안(중국과 대만) 중 어느 쪽이든 현 상황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미 공화당 하원의원 24명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폐기하고 대만과 외교 관계 수립’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고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도 낮지만, 미국 정가의 중국견제 분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의미 있는 참여를 지지한다”라는 문구를 반영했고 한·미·일 외교부 장관 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 참여지지’를 표명했다. 

 

트럼프, 유럽에서 보듯 조건 충족되면 언제든지 중국 및 북한과 거래할 듯

 

미국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는 중국의 도전 억제이다. 현재는 트럼프가 이러한 정책목표를 위해서 우리 입장의 고려 없이 중국 또는 북한과 일방적으로 협상하는 상황은 아니다. 그 이유로 첫째, 동맹국 한국과 일본의 이탈 우려 때문이다. 유럽과 달리 한국과 일본은 중국과 근접해 있어 중국의 영향력이 바로 확대될 수 있다, 그 경우 한국과 일본이 흔들릴 수 있어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감소는 불가피하다. 

 

둘째, 중국과 거래할 품목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요구하는 대만과 남중국해의 중국화를 수용할 수 없다. 더욱이 태평양을 반으로 나누자는 중국의 제안은 미국의 글로벌 패권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또한, 미국이 중국에 요구하는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현상 유지도 중국이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은 통상 분야에서와 달리 안보 분야에서는 주고받고 할 수 있는 거래의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나 유럽에서 보듯이 트럼프 정부는 조건이 충족되면 언제든지 중국 및 북한과 거래할 것이다. 그 조건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중국의 도전을 억제할 수 있는 범위일 것이다. 우리는 한미동맹 75주년이라는 시각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를 보아서는 안 된다. 트럼프는 강대국 거래의 관점에서 우리를 ‘money machine’으로 보고 있다. (미국-북한 거래에 대한 필자 칼럼 참조 : 트럼프와 김정은이 향후 관계개선을 통해 얻으려는 것들, 2024.11.8)

 

안보 이해 공유하는 일본 주목하면서 미국에 내밀 중국 카드 준비해야

 

트럼프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국제질서에서 우리는 서로 입장이 비슷하고 안보 이해를 공유하는 일본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도 미국과 동맹 관계이고 미군이 주둔해 방위비 분담금도 낸다. 북한 핵 위협을 받으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부심한다. 경제적으로는 미국의 주요 교역 국가이며 반도체, AI 등 첨단기술과 조선 등 핵심 제조업의 협력 관계이며, 관세 부과 대책을 마련 중이다. 일본은 미국의 안보 공약을 재확인했고, 경제 분야도 협력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흐름이 한·미·일 협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우리가 일본과 다른 점은 중국과 관계이다. 일본은 중국과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釣魚島) 영토분쟁이 있고, ‘대만 유사는 일본 유사, 미일동맹 유사’라는 입장이나 우리는 그 정도로 중국과 적대적이지는 않다. 우리가 한·미·일 협력에 참여하지만,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나름대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이다. 중국과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는 우리가 갖고 있어야 할 대미 카드임에는 분명하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image
임방순 前 국립인천대 교수 (북중관계 전문가)

 

◀ 임방순 프로필 ▶ ‘어느 육군장교의 중국 체험 보고서’, ‘미·중 패권경쟁 승자와 손잡아라’, ‘한국과 중국, 대등하다’ 저자. 前 국립인천대 비전임교수, 前 주중 한국대사관 육군무관, 前 국방정보본부 중국담당관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