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5.03.25 13:07 ㅣ 수정 : 2025.03.25 14:54
금감원 검사 결과 발표 사건 은폐 시도도 확인
[사진=IBK기업은행]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서 발생한 부당대출 규모가 8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드러났다. 부당대출은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이 연루돼 조직적으로 이뤄졌으며 사후에는 사건 은폐 시도까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농협조합과 저축은행, 가상자산 거래소 등 금융권 전반에 걸쳐 부당거래 사례가 대거 적발됐다.
■ 기업은행서 일어난 ‘짬짜미 대출’...접대·금품 오가고 은폐 시도까지
금감원이 25일 발표한 ‘이해관계자 등과의 부당거래에 대한 검사 사례’에 따르면 기업은행서 발생한 부당대출은 총 58건, 액수로는 88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785억원(51건)은 기업은행 퇴직 직원 A씨와 연관된 부당대출로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A씨는 14년간 기업은행서 근무하다 퇴직했으며 이후 다수의 부동산업 관련 법인을 본인과 가족, 직원 등의 명의로 경영했다. A씨는 은행에 재직 중인 배우자를 비롯해 입행동기, 사모임, 거래처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임직원 등 총 28명과 공모하는 방식으로 부당대출을 일으켰다.
특히 A씨는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들로 구성된 사모임 5개에 참여하며 다수의 현직 임직원들에게 국내 및 해외 골프 접대를 제공하고, 일부 임직원의 배우자를 직원으로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 부당대출 관련자 8명은 A씨로부터 총 15억7000만원 규모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부당거래를 적발·조치할 책임이 있는 부서들은 A씨 관련 비위행위를 제보받고 자제조사를 통해 관련 금융사고를 인지했으나 금감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기업은행의 한 부서는 별도의 문건을 만들어 사고 은폐·축소를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은 다수 지점이 연루돼 있어 동시감사가 원칙인 데도 문건을 통해 다수 사고 간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순차적 분할감사를 실시하는 방안과 각 감사대상의 감사배경을 상이하게 기재하는 방안 등 사고 축소·은폐 방안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기업은행은 금감원에 보고할 때도 사고발견 경위를 허위로 기재하고 특정 지역 부당대출 사고 및 일부 금품수수 내역을 누락했다. 퇴직직원인 A씨가 드러나지 않도록 ‘지인 A씨’로 기재하기도 했다. 금감원 검사 기간 중에는 부서장 지시 등으로 270여개 파일 및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했다.
금감원은 “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등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와 절차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며 “관련 임직원 등의 범죄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기관에 고발·통보하고, 위법사항 및 관련자에 대한 명확한 사실 규명을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 농협조합서도 1000억원대 부당대출...빗썸, 고가의 사택 제공
이와 함께 농협조합에서도 1083억원에 달하는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10년 이상 조합 등기업무를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 B씨는 오랜 기간 형성한 임직원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대출 중개‧등기‧서류제출 등에 관여하면서 부당대출이 실행되도록 했다.
특히 B씨는 준공 전 30세대 미만의 분양계약은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없는 점을 악용해 매매계약서 등을 변조하는 수법을 활용했다. 조합은 매매계약서, 등기부등본상 이상 징후가 다수 존재했는데도 대출심사 시 계약서 원본·계약금 영수증·실거래가 등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은 임차 사택 제도를 운영하면서 지원 한도·기간, 보증금 회수 등과 관련된 내규 및 내부통제 절차 없이 전·현직 임원에게 고가 사택을 제공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현직 임원 4명에게 임차보증금이 총 116억원인 사택이 제공됐다.
빗썸의 한 현직 임원은 본인 사용 목적으로 30억원 수준의 사택 제공을 스스로 결정했다. 또 전직 임원은 개인적으로 분양받은 주택을 빗썸이 사택으로 임차하는 것처럼 가장해 보증금 11억원을 받은 사실도 나타났다.
이 밖에도 한 저축은행의 부장금 직원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실행을 대가로 약 2100만원의 금품을 수수하고, 여신전문금융회사 투자부서 실장 C씨가 법령상 규제 회피를 목적으로 설립한 친인척 명의의 법인을 통해 121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례도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