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삼성전자, 하반기에 SK하이닉스와 'HBM4' 진검승부 펼칠까
삼성전자, 지난해 HBM 경쟁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성장 제품 확대와 고수익 사업 구조로 반도체 경쟁력 확보
HBM4와 커스텀 HBM 등 새로운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
첨단 AI 반도체 시장 선점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 서둘러야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삼성전자]
[뉴스투데이=전소영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는 현재 시장을 이끌고 있는 HBM(고(高)대역폭메모리)의 주도권을 경쟁업체에 빼앗긴 이후 좀처럼 반등하지 못한 채 '반도체 위기론(論)'에 휩싸여 있다.
게다가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매출 점유율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시장이 AI(인공지능) 반도체 중심으로 바뀌는 변혁기에 초기 대응을 실패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여 눈길을 끈다.
또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고 올해 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반드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HBM이 자리잡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 연간 실적은 매출 111조1000억원과 영업이익 1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 66조1930억원과 영업이익 23조4673억원을 낸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매출은 높지만 영업이익은 뒤쳐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처럼 두 회사 간 실적이 대비되는 데에는 HBM 경쟁력이 주 요인으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HBM 주요 고객사 엔비디아에 업계 최초로 HBM3E 8단과 12단 제품을 양산·공급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D램 매출 내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기 40%까지 올라갔다.
반면 삼성전자는 HBM 퀄리티(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현재까지 엔비디아에 반도체를 납품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HBM이 AI 시장 급성장으로 업계 대세로 자리매김하면서 삼성전자의 D램 시장 판도를 뒤흔들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 D램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5.1% 증가한 매출 112억5000만달러(약 16조2225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D램 시장점유율은 41.1%에서 39.3%로 감소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규모는 104억6000만달러(약 15조833억원)로 전 분기 대비 16.9% 증가했다.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분기 34.4%에서 지난해 4분기 36.6%로 상승했다.
삼성전자가 D램 공급 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SK하이닉스와의 격차는 2.7% 포인트에 불과해 양사간 격차가 크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AI 중심의 시장 변화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적기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경영전략의 판단 오류를 인정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초기 대응이 다소 미흡해 메모리 부문 수익성 개선이 지연됐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날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HBM 중심으로 성장성·수익성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차세대 기술과 제품 역량을 늘려 반도체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高)성장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고수익 사업 구조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전 부회장은 “빠르면 2분기, 늦으면 하반기부터 삼성전자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올해 HBM 출하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으로 늘리고 HBM4와 커스텀 HBM 등 새로운 신시장에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계획대로 개발·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같은 날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4 12단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제공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GTC(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 2025' 기조연설에서 내년 출시가 예정된 HBM4 최초 적용 차세대 AI 칩 ‘루빈’을 선보였다.
젠슨 황 발표 후 SK하이닉스가 발 빠르게 HBM4 샘플 공급 소식을 알리며 양사간 끈끈한 협력 관계를 드러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 경쟁력과 생산 경험을 기반으로 애초 계획보다 앞당겨 HBM4 12단 샘플을 출하해 고객사와 인증 절차를 시작한다"라며 "양산 준비도 올해 하반기 내로 마무리해 차세대 AI 메모리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HBM 경쟁력 강화를 약속한 당일 SK하이닉스도 HBM4 시장에서 한발 앞서나가는 형국을 보여 삼성전자로서는 또다른 과제를 떠안았다.
업계의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올해는 주력 제품이 HBM3E에서 HBM4로 넘어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HBM4나 커스텀 HBM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라면서 “이번 발표는 SK하이닉스가 HBM4에서도 좀 더 앞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HBM4에서도 HBM3E와 같이 공급 지연 이슈가 반복되면 양사간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라며 “삼성전자는 HBM4 공급을 늘리고 여기에 커스텀 HBM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경쟁업체와의 격차를 좁힐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만약 삼성전자가 HBM 사업을 일정대로 추진하지 않으면 차세대 첨단 기술 경쟁력 회복은 더욱 지체될 수밖에 없다"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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