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마 오른 은행 가산금리...정치권은 ‘법 개정’ 만지작

유한일 기자 입력 : 2024.11.07 08:24 ㅣ 수정 : 2024.11.07 08:24

기준금리 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요지부동
가산금리는 비공개...은행 이익만 증가세
예대금리차 확대에 당국도 “우려스럽다”
야당, 가산금리 공시 등 입법 추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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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은행의 창구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권 대출금리는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가산금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은행들이 이익과 직결된 가산금리를 높게 설정해 실수요자의 이자 부담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입법으로 가산금리 산정 항목을 손질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는데, 은행권의 반발이 예상된다.

 

7일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 9월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상품의 평균 가산금리는 3.02%로 전월보다 0.02%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올 1월(2.76%)과 비교해 0.26%p 오른 수치다. 

 

대출금리는 시장의 기준이 되는 준거(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한 뒤 우대금리를 차감해 산정된다. 이 때 가산금리는 은행의 △인건비와 전산처리 비용 등 업무원가 △보증기관 출연료·교육세 등 법적 비용 △위험 프리미엄 △목표 이익률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가산금리는 사실상 은행 이자이익의 핵심 기반이다. 조달비용인 준거금리는 원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산금리를 얼마나 얹느냐에 따라 마진도 좌우된다. 다만 은행권은 차주에 최종 적용되는 가산금리 수치만 제공할 뿐 구체적인 산정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각 은행의 신용평가 노하우 등 영업 비밀에 해당한다는 이유다. 

 

최근 은행 가산금리가 다시 도마에 오른 건 대출금리 상승 여파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인하했는데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만 떨어지고 대출금리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은행이 고객에 내주는 이자는 줄어들고, 걷어 들이는 이자만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은행이 신규 취급한 대출의 예대금리차(대출금리-예금금리 차이·예대마진)는 1.22%p로 5월(1.23%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6월(1.20%p)과 7월(1.14%p), 8월(1.13%p)까지 하락세를 이어가다 큰 폭 반등했다. 가계대출로 범위를 좁히면 예대금리차는 지난 8월 0.73%p에서 9월 0.83%p로 0.10%p 확대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월 임원회의서 “은행 예대금리차는 연초보다는 낮은 수준이나 최근 몇 달 동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 주체가 금리 부담 경감 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도 은행의 대출금리를 문제 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발표한 ‘5대 국민 민생 입법’에 민병덕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을 포함했다. 이 법은 가산금리 산정 시 차주에 부당 전가되고 있는 법적비용 제외 및 세부항목 공시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이 가산금리에서 빼겠다고 제시한 법적비용은 교육세와 출연금, 예금보험료 등이다. 

 

이는 사실상 가산금리 축소와 원가 공개를 법으로 강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은행권 가산금리 산정 문제를 조준한 정치권의 입법 움직임은 처음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175석을 가진 거대 야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만큼 법 개정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변수는 시장의 반발이다. 은행권은 가산금리 산정 내역 공개 압박이 가해질 때마다 과도한 경영 자율성 침해이며 시장 자율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특히 일각에서는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경우 우대금리가 대폭 축소되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우려도 제기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출금리가 상승한 건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인한 것이고, 당국 정책에 동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있다는 걸 정치권에서도 반영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만약 모든 은행의 가산금리 산정 내용과 근거가 공개(공시)되면 경쟁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 고객 부담이 늘어날 걱정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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