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下)
[기사요약]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평가 방법 - 산출물 접근법과 투입물 접근법으로 구분, 주로 투입물 접근법 활용
2019년 무급 가사노동가치는 490.9조 원, 명목GDP 대비 25.5% 수준
무급 가사노동가치의 성별 구성비, 남자의 평가액 비중은 증가하고 여자는 계속 감소
가사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높아졌지만, 실제 공평 분담 비중은 낮아..
사회적으로 가사노동가치 인식하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 조성하면 삶의 질과 사회 시스템의 효율성 높이는 데 도움
과거 가부장적 전통이 강한 우리 사회에서 가사노동은 당연히 여성이 할 일로 여겨졌고, 그에 대한 경제적 가치도 인정받지 못했었다. 세상이 바뀌어 오늘날에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사노동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라 남녀 모두 함께 분담해야 하는 일로 인식이 바뀌었다. 그렇지만 아직도 사회 일각에서는 가사노동에 대해 가부장적 시각을 지니고 있고, 특히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폄하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가사노동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특히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우리나라 가사노동의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통계청이 2018년에 발표한 ‘가계생산 위성계정 개발 결과’에 따르면, 무급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산출물 접근법’과 ‘투입물 접근법’으로 구분된다.
•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 산출물 접근법과 투입물 접근법으로 평가
산출물 접근법은 가정에서 생산된 서비스의 양을 직접 측정해 총산출물을 구한다. 이 접근법은 국민계정의 작성 방법과 일관성을 가지지만, 가계의 산출물에 대한 물리적 양을 측정하기 위한 자료수집이 어렵다.
투입물 접근법은 각 무급생산활동에 투입된 시간에 적절한 임금률을 곱해서 구한다. 이 접근법은 생활시간조사에서 조사한 시간자료를 이용하기 때문에 생활시간조사만 실시하면 자료수집이 쉬워진다.
투입물 접근법에는 기회비용법과 시장대체비용법이 있다.
‘기회비용법(opportunity cost method)’은 직업노동에 참여할 때 받을 수 있는 잠재적 소득으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한다. 그런데 이 방법은 고소득자의 소득까지 반영되어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가 과대평가될 수 있다.
‘시장대체비용법(market replacement cost method)’은 무급 가사노동에 소비된 시간을 노동시장에서 유사한 활동에 종사하는 개인의 시간당 임금으로 평가한다.
이때 주부가 수행한 가사노동을 종류별로 분류한 다음에 해당 직종의 임금을 적용할 수도 있고(전문가대체법), 아니면 모든 가사노동을 하나의 직업으로 간주해 평가할 수도 있다(종합대체법).
UN의 가계생산 작성지침은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할 때 산출물 접근법보다 투입물 접근법을, 투입물 접근법 중에서는 시장대체비용법을 권고하고 있다.
• 2019년 우리나라 가사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490.9조원 수준
통계청은 ‘가계생산 위성계정’의 작성을 통해 경제활동에서 중요한 부문을 차지하는 무급 가사노동의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위성계정은 국민계정의 중심체계와 정합성은 있지만 통합되기 어려운 특정 분야를 다루기 위해 작성되는 부속 계정이다.
가계생산 위성계정은 국민계정체계의 생산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가계 내에서 생산하거나 소비하는 가사 및 개인서비스와 자원봉사를 작성대상으로 한다. 그리고 생활시간조사,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가계동향조사 등의 자료를 이용해 5년마다 작성되고 있다.
< 무급 가사노동가치와 명목GDP 대비 비율의 추이 >
통계청이 2021년에 발표한 ‘2019년 가계생산 위성계정’을 보면, 부가가치 기준으로 2019년 가계생산은 516.9조원이었다. 가계생산 중 우리의 관심사인 무급 가사노동가치는 490.9조원으로 분석되었다.
무급 가사노동가치는 1999년 144.3조원에서 2019년 490.9조원까지 계속 늘어났다. 명목GDP 대비 무급 가사노동가치 비율은 1999년 24.4%에서 2004년 22.1%로 하락했지만, 이후 2009년 22.4%, 2014년 23.1%, 2019년 25.5%까지 상승했다.
1인당 무급 가사노동가치도 1999년에는 309.6만원에 불과했으나 2019년에는 949.4만원으로 3.1배 상승했다.
< 1인당 무급 가사노동가치의 추이 >
흥미로운 사실은 전체 무급 가사노동가치에서 성별 구성비 추이를 보면, 남자의 평가액 비중은 1999년 20.1%에서 2019년 27.5%로 증가하고, 여자는 1999년 79.9%에서 2019년 72.5%로 계속 감소한다는 점이다.
이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의 증가로 남자의 가사노동 비중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남자의 무급 가사노동시간은 2004년 45분에서 2019년 64분으로 증가하고, 여자는 2004년 226분에서 2019년 205분으로 감소했다.
가사노동은 그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중요성을 고려할 때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이지만, 아직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의 ‘2022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2012년 45.3%에서 2022년 64.7%까지 높아졌지만, 실제로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는 경우는 2022년 20.5%에 불과하다.
즉, 주변에 10명 중 6명은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지만, 현실은 2명 정도만 가사를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회적으로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식하고, 이를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사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위한 사회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일 뿐만 아니라 사회 시스템 전반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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