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가계부채의 경제학 (中)
[기사요약]
가계신용, 자금순환,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에서 제공되는 가계부채 통계는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대표적 통계
가계신용은 일반가계만을 대상으로 해..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으로 구성, 가계부채 규모 파악에 유용
자금순환통계의 가계부채, 가계 및 민간비영리단체의 부채로 가계신용보다 포괄범위 넓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구할 때는 가계신용이 아니라 자금순환통계의 가계 및 민간비영리단체의 부채 사용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부채, 금융부채와 임대보증금으로 구성.. 주로 가구 특성에 초점 맞춘 가계부채 관련 미시적 정보 제공
수년간 한국경제의 걸림돌을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가계부채 문제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계의 소득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못한 가운데 금리 수준은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그리고 가계부채를 어떤 용도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몸에 좋은 약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해로운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이 글에서는 가계부채의 경제학적 의미와 가계부채의 두 얼굴을 살펴보고, 가계부채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통계들과 그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와 실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기관 등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가계부채 관련 통계는 가계신용, 자금순환, 가계금융복지조사 등 3가지를 들 수 있다.
• 가계부채 관련 대표적 통계는 가계신용, 자금순환, 가계금융복지조사 등
언론에서 ‘가계부채 1880조 돌파’ 등과 같이 가계부채 규모를 이야기할 때 주로 사용되는 것은 ‘가계신용’이다.
그런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93.5%로 세계 상위권 수준”과 같이 말할 때 사용된 가계부채는 ‘자금순환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가계부채’이다.
또한 “가구당 평균 부채는 9186만원” 등과 같은 기사에서 부채는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가계부채’이다.
이들 통계는 가계부채의 주체와 포괄범위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활용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 가계신용은 일반가계 대상으로 한 대표적 가계부채로 분기마다 발표
가계부채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통계는 한국은행에서 작성해 발표하는 가계신용이다. 이 통계는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서 받은 자료를 가지고 분기별로 작성해 발표하는데 가계부문에 대한 신용공급 상황과 규모를 파악할 때 유용하다.
가계신용은 일반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거나 외상으로 물품을 구입한 대금 등을 합한 것이다. 즉, 가계신용은 일반가계만을 대상으로 하고,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으로 구성된다. 이때 일반가계가 사채시장에서 조달한 빚은 포함되지 않는다.
가계신용에서 가계대출은 일반가계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대출을 말한다. 금융기관은 예금은행, 비은행예금취급기관(상호저축은행, 상호금융, 신용협동조합 등) 및 기타금융기관(보험회사, 여신전문기관, 공적금융기관, 기타금융중개회사 등)이다.
판매신용은 상품의 판매자나 서비스 제공자가 제공하는 신용거래, 즉 외상거래이다. 이러한 신용은 신용카드회사, 할부금융회사 등 여신전문기관이나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의 판매회사가 제공한다.
•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부채는 자금순환통계에서 분기별로 제공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통계는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경제부문 간 금융거래와 금융자산·부채 현황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이 통계는 분기별로 발표되는데 경제부문별 자금 과부족 현황, 자금의 운용 및 조달 행태와 더불어 생산, 소비, 투자 등 실물거래와의 관계를 파악할 때 유용하다. 자금순환통계는 금융거래표와 금융자산·부채잔액표로 구성되어 있다.
금융거래표는 일정 기간 중 각 경제부문의 금융자산‧부채 취득 및 처분액(flow)을 기록한 것이다. 금융자산·부채잔액표는 일정 시점에서 각 경제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부채의 잔액(stock)을 기록한 것이다.
가계신용통계와 자금순환통계의 가계부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첫째, 두 통계의 포괄범위가 다르다. 가계신용통계에서 ‘가계’는 일반가계이다. 그러나 자금순환통계의 ‘가계 및 비영리단체’에서 가계는 일반가계뿐만 아니라 소규모 개인사업자를 포함한다. 그리고 비영리단체는 종교단체, 노동조합 등과 같이 가계에 봉사하는 민간비영리단체이다.
둘째, 가계신용은 원화대출금과 판매신용만을 포함하지만, 자금순환통계의 가계부채는 외화대출금, 정부융자, 파생금융상품 등을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별 비교를 위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구할 때는 가계신용이 아니라 자금순환통계의 가계부채를 사용한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과 비영리단체의 부채도 가계부채에 해당한다. 왜냐하면 개인사업자 대출의 경우 사업 목적으로 대출을 받아도 상환 부담의 주체는 가계이기 때문이다.
•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제공되는 가구부채는 1년마다 발표
가계금융복지조사는 통계청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전국 약 2만 가구를 대상으로 1년 단위로 조사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는 주로 가구 특성별 자산과 부채의 규모 및 분포 등과 더불어 미시적 재무 건전성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여기서 가구는 1인 또는 2인 이상이 모여 주거와 지출 등 생계를 같이 하는 생활 단위이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부채는 주로 가구 특성에 초점을 맞춘 미시적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가구의 평균 부채 규모, 부채보유 가구 비율 등을 비롯해 가구의 특성별 다양한 부채 관련 정보를 알려준다.
이때 가구 특성은 가구소득 5분위, 가구주 연령, 가구주 종사상 지위, 그리고 자가, 전세, 월세 등과 같은 입주 형태 등이다.
이밖에 금융부채를 보유한 가구를 대상으로 원리금 상환이 생계에 주는 부담 정도와 보유 부채 상환 가능성 등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인식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있다.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부채는 금융부채와 임대보증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금융부채는 주택, 부동산, 예금 및 적금 등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 마이너스 통장을 포함한 신용대출, 현금서비스 등과 같은 신용카드 관련 대출, 그리고 외상 및 할부 등으로 구성된다.
임대보증금은 거주 주택의 일부를 임대할 때 발생하는 ‘거주 주택 임대보증금’과 거주 주택 이외 주택이나 건물, 토지 등을 임대할 때 발생하는 ‘거주 주택 이외 임대보증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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