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의 눈] 가계부채의 경제학 (上)
[기사요약]
가계부채는 가계가 어떤 용도로 지출할 때 기존 수입이나 저축 등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미래소득을 담보로 제삼자에게 빌려 쓴 빚
가계가 미래 수입 담보로 적절한 차입 통해 생애에 걸친 소비 하는 것, 경제학적 관점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어..
가계부채는 몸에 좋은 약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해로운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아..
가계부채의 증가, 단기적으로 소비확대 및 투자증가 등을 통해 경기활성화나 경제성장에 도움
가계부채가 누적될수록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의 불안정성 키워 경제전반에 부정적 영향
수년간 한국경제의 걸림돌을 이야기할 때 늘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가계부채 문제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계의 소득 여건이 크게 나아지지 못한 가운데 금리 수준은 이전보다 높아지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가 한국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그리고 가계부채를 어떤 용도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몸에 좋은 약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해로운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이 글에서는 가계부채의 경제학적 의미와 가계부채의 두 얼굴을 살펴보고, 가계부채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공식통계들과 그 차이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규모와 실태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범식 서울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최근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불거진 것이라기보다는 오래전부터 누적되어왔다.
• 가계부채는 미래소득을 담보로 가계가 제삼자에게 빌려 쓴 빚
필자는 개인적으로 한국경제의 걸림돌로 저출산·고령화,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 미흡, 과다한 사교육비, 중산층 약화 등 몇 가지를 드는데 그중 하나가 가계부채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부채(household debt)는 소비 주체인 가계가 어떤 용도로 지출할 때 기존 수입이나 저축 등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워 미래소득을 담보로 제삼자에게 빌려 쓰는 빚이다.
한국경제에서 가계부채가 크게 늘게 된 환경적 요인은 1980∼1990년대에 금융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계의 유동성 제약이 완화된 가운데 2000년대 들어 금리가 이전보다 크게 낮아지면서 차입비용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계가 미래 수입을 담보로 적절한 차입을 통해 생애에 걸친 소비를 하는 것은 경제학적 관점에서 합리적 선택이나 의사결정으로 볼 수 있다.
1954년에 이탈리아계 미국인 경제학자 모딜리아니(Modilgliani)와 블룸버그(Brumberg)가 제시한 생애주기가설(life-cycle hypothesis)에 따르면, 소비는 현재 소득이 아닌 미래 소득 흐름의 현재가치에 의존한다.
그래서 소득이 최적 소비보다 작은 생애주기 초반에는 그 차이를 부채로 해결한다. 즉, 소비보다 소득이 적은 생애 초년에는 부채를 지고, 중년이 되어 소득이 늘어나면서 부채를 갚고 저축도 하게 된다. 또한, 소득이 없거나 줄어든 노년에는 그동안 모아둔 저축을 사용한다.
< 생애주기가설 >
• 가계부채는 잘 활용하면 약, 잘못 쓰면 독이 되는 양날의 칼
가계부채는 야누스의 얼굴처럼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즉, 가계부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그리고 가계부채를 어떤 용도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가계부채는 몸에 좋은 약이 될 수도 있고, 오히려 해로운 독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먼저 긍정적 측면을 보면 다음과 같다. 가계부채는 가계의 경제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옷이나 자동차 등을 사고 싶은데 지금 당장은 살 돈이 없을 수 있다. 이때 나중에 돈이 들어온다면 가계부채의 한 형태인 판매신용, 즉 신용카드를 이용해 살 수 있다.
이처럼 소비목적의 가계차입은 직접적으로 총소비를 증대시키고, 자산구입 목적의 기계차입도 내구재 소비증대라는 형태를 통해 총소비를 증대시킨다. 즉, 가계부채의 증가는 총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
총소비의 증가는 직접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키고, 투자증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기여한다. 이외에도 가계부채는 가계와 자영업자들의 일시적인 유동성 악화를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가계부채의 부정적 측면은 그 수준이 과도할 때 발생한다. 가계부채 수준이 과도할 경우 가계가 이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계부채가 늘어날수록 가계의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결국에는 소비가 감소하게 되고, 마침내 국내총생산(GDP)을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즉, 과도한 가계부채는 가계의 재정 안정성을 위협하게 되고, 특히 가계부채의 상환능력이 낮은 저소득층에 더 큰 문제가 되어 경제 양극화도 심해질 수 있다.
아티프 미안(Atif Mian) 등(2017년)은 “세계 가계부채와 경기순환(Household Debt and Business Cycles Worldwide)”이라는 논문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증가는 중기적으로 GDP 성장률 하락, 실업률 상승 등을 초래한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2017)도 “가계부채가 소비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가계부채의 효과를 유량효과(flow effect)와 저량효과(stock effect)로 나누어 분석했다.
유량효과는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효과이고, 저량효과는 가계부채 수준에 따라 발생하는 효과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의 유량효과는 경제성장률과 소비증가율을 높이지만 저량효과가 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소비와 경제성장에 기여한 정도를 보면 긍정적인 유량효과의 기여분이 줄고, 부정적인 저량효과의 기여분은 확대되는 추세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결과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가계부채 증가가 단기적으로 소비확대 및 투자증가 등을 통해 경제성장이나 경기활성화에 도움을 주지만, 가계부채가 누적될수록, 그리고 적정수준을 넘어 과도할 때는 중장기적으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우면서 경제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최봉 산업경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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