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정의선 회장 '4년간 31조원' 통 큰 투자해 트럼프 관세 폭탄 '돌파구'

금교영 기자 입력 : 2025.03.26 05:00 ㅣ 수정 : 2025.03.26 07:12

美 현지 투자·생산 확대로 '관세 폭풍' 피하고 미국 진출 강화 기회
조지아주 'HMGMA' 준공으로 美 자동차 연간 생산량 120만대 목표
연간 270만톤 규모 전기로 제철소 건설...물류비 절감과 안정적 공급체계
자율주행·로봇·AI·AAM 등 미래 신기술 갖춘 미국 기업과 협력 기반 갖춰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정의선(왼쪽 두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번째) 미국 대통령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21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득의양양한 모습이다.  그가 줄기차게 외친 '메이드 인 아메리카' 노력이 또 다시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듯 현대자동차그룹이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 총액 210억 달러(약 31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현대는 대단한 회사"라고 치켜세우며 "자동차와 철강을 생산하는 현대는 결과적으로 관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화답했다.  백악관도 트럼프 핵심 지지층인 제조업 노동자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줄 현대차의 신규 투자에 "트럼프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부흥 노력의 성과"라고 자찬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전 세계를 상대로 으름장을 놓는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는 야심찬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현대차 역시 미국 내 투자를 통해 얻는 것이 많다.  미국 현지 투자와 생산 확대로 관세를 내지 않게 된 점은 물론 미국 혁신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기 때문이다.

 

■ 현대차, 트럼프 관세 정책 효과 대표 업체...트럼프 “현대차 진정 위대한 기업”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재한 발표 행사에 참여해 "향후 4년간 (미국 내) 210억 달러 신규 투자를 추가로 발표해 기쁘다”며 “이는 우리가 미국에 진출한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투자”라고 밝혔다.

 

이는 도널트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내놓은 대규모 투자 계획이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인이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대미(對美) 투자 발표를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는 취임 이후 파격적인 관세 정책으로 글로벌 기업의 대미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주관했다. 

 

이 자리에는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미 연방 하원의장, 스티브 스칼리스(루이지애나)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미 정계 고위 인사들이 함께 했다.

 

그동안 현대차는 트럼프 관세 정책 효과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자주 언급돼왔다. 백악관은 지난 20일에도 “현대차는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거론한 바 있다. 

 

실제 현대차는 이달 말 미국 조지아주(州)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 준공식을 앞두고 있다. 

image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21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정 회장은 이날 투자를 발표하면서 “이번 주 조지아주에 80억 달러(약 11조7464억원) 규모 새 공장을 개장하게 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이로써 미국 내 (현대차) 차 생산량이 연간 10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대차 그룹의 투자 계획에 트럼프 대통령 역시 “현대차는 진정 위대한 기업”이라며 화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100만대 이상 자동차를 생산하게 돼 결과적으로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이는 관세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분명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수직계열화 구축…부문별 투자 규모는

 

현대차그룹의 이번 대미 투자 금액은 △자동차 생산 분야 86억달러(약 12조6273억원)  △부품·물류·철강 분야 61억달러(약 8조9566억원)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 63억달러(약 9조2496억원)로 나눠 투입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도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실현해 미국 내 공급망을 완성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이 약속의 핵심은 철강과 부품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미국 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해 60억 달러(약 8조8092억원)를 투자하는 것”이라면서 루이지애나주에 신설될 제철소에 대해 비중있게 다뤘다. 

 

그는 “루이지애나주에 새 시설을 설립해 미국 내 1300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미국 내에 보다 안정적이고 자립적인 자동차 공급망 토대가 될 현대제철의 수십억 달러 투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연간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는 탄소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로 고품질 자동차강판 공급을 현지화해 관세 등 불확실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신규 제철소는 지리적으로도 현대차 앨라배마주 공장과 기아 조지아주 공장 그리고 신규로 가동되는 HMGMA와도 인접해 물류비 절감과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신규 제철소는 오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며 견고한 철강 수요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 철강 분야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풀이했다.

 

image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조감도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또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 현지생산 120만대 체제 구축에 힘을 쏟는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2004년 가동을 시작한 현대차 앨라배마공장(36만대)과 2010년 기아 조지아공장(34만대), 올해 HMGMA(30만대)를 완공하며 미국에서 현재 100만대 규모 생산능력을 갖췄다. 이는 지난해 미국 판매량 170만대의 약 60%에 이르는 규모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은 오는 26일 준공할 예정인 HMGMA 생산능력을 20만대 추가해 미국 내 120만대 생산 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이후 HMGMA 생산능력을 최대 50만대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기존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의 생산 설비 현대화·효율화 등에 보완 투자를 진행해 고품질의 신차를 계속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질 방침이다. 이러한 현지 생산량 확대는 결국 무관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이기도 하다. 

 

image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생산 현장 [사진=현대차그룹] 

 

미국 내 생산 확대에 따른 고용 창출 또한 투자 성과로 꼽혔다. 특히 정회장은 HMGMA 설립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남 덕분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정 회장은 “조지아주 사나바에 투자해 8500개가 넘는 미국 내 일자리를 창출하기로 한 결정은 2019년 서울에서 가진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시작됐다”라며 “이후 2020년 스위스 다보스에서도 새로운 공장에 대해 이야기한 바 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제 이 혁신적 프로젝트 완성을 자랑스럽게 기념하는 이 순간은 트럼프 대통령 2기 임기 시작과 맞물려 더욱 특별해졌다”라고 말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고맙다”라고 호응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분야에서 자율주행, 로봇,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미래 신기술과 관련한 미국 유수 기업과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현대차그룹 미국 현지 법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슈퍼널, 모셔널 등의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미래 기술 관련 유망 스타트업 발굴과 선제적 투자에도 나서기로 했다. 

 

원자력, 재생에너지 분야에도 투자한 현대건설은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함께 올해 말 미국 미시간주에 소형원전모듈(SMR) 착공을 추진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텍사스주 태양광발전소 사업권을 인수하고 2027년 상반기 상업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정 회장은 그룹 차원에서 30억 달러(약 4조4046억원) 상당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구입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미국 에너지 산업 지원 및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 미국, 현대차그룹 최대 시장…관세 벗어나 미래 경쟁력 강화 기틀 마련

 

현대차그룹의 통 큰 미국 투자는 결국 시장의 중요성을 본 결정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관세전쟁을 펼치며 '관세를 피하고 싶으면 대미 설비 투자를 늘리라'라고 요구했다. 특히 미국이 다음달 2일 '상호관세'를 예고한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큰 기업 입장에서는 대미 투자를 통한 관세 대응에 나서는 것이 효율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발표하면서 “미국은 현대차그룹의 최대 해외 투자 국가이자 사업 국가이며 미래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국가”라고 치켜세웠다.

 

실제 미국은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량 703만3000대 가운데 24.3%(170만8293대)가 판매됐을 만큼 큰 시장이다. 

 

그러나 판매량 중 약 60%는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해 트럼프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큰 타격이 예상돼왔다. 그러나 이번 투자로 현지 생산을 늘려 관세 우려를 덜어내게 됐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에 “현대차그룹의 미국 대규모 투자는 국내외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위축되지 않고 적극적인 도전과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인류를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라며 “과감한 투자와 핵심 기술 내재화, 국내외 톱티어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 등을 통해 미래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번 대미 투자와 별개로 올해 국내에서도 총 24조3000억원에 달하는 역대급 투자를 단행한다.

 

이는 이전 국내 최대 투자 금액이었던 지난해 20조4000억원보다 19% 이상 늘어난 규모로 연구개발(R&D)과 경상 투자, 전략투자 등에 쓰일 예정이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