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Pick] '각종 규제·C커머스 공습'에 휘청이는 홈플러스…유통업계 위기로 번지나
쿠팡 약진·C커머스 직진출로 어려움 가중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실적 악화에 한몫
"유통법·최저임금 제도 등 전면 재검토 필요"

[뉴스투데이=남지유 기자]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유통업계 지형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각종 규제에 C커머스의 공습까지 거세지며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중단됐던 일반 상거래채권 지급이 지난 6일부터 재개됐다. 회사 측은 “현재 가용 현금 잔고가 3090억원이며 3월 동안에만 영업활동을 통해 유입되는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됨에 따라 총 가용자금이 6000억원을 상회하므로 일반상거래 채권을 지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며 “이날부터 일반 상거래 채권에 대한 지급을 재개했으며 순차적으로 전액 변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매출 기준 국내 대형마트 2위다. 한 때 8조 원대의 매출을 유지했으나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이후 회계연도 기준 △2021년 6조4807억 원 △2022년 6조6006억 원 △2023년 6조9315억 원 등 6조원대에서 머물러 있다. 영업이익도 회계연도 기준 2021년부터는 1335억 원 적자로 전환한 뒤 2022년 -2602억 원, 2023년 -1994억 원 등 3년 연속 내리 적자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 악화가 홈플러스를 비롯한 대형마트 업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현실이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통업계 지형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 비중은 2020년 17.9%에서 11.9%까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온라인 비중은 46.5%에서 50.6%로 증가했다.
특히 쿠팡은 로켓배송을 앞세워 질주하고 있다. 2019년 7조 원대였던 쿠팡의 매출은 지난해 매출 41조2901억 원까지 6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지난해 쿠팡 매출은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전체 대형 마트 판매액(37조1779억 원)을 넘어섰다.
각종 규제들도 대형마트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대형마트는 지난 2012년 전통시장 활성화 등을 이유로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영향으로 월 2회 공휴일 의무 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새벽배송 제한) 등의 규제를 받고 있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시행으로 인한 홈플러스의 매출 감소액은 약 1조 원에 달한다.
홈플러스 측은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대형마트에 대한 각종 유통규제로 인해 온라인 사업자와의 경쟁구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불공평해진 상황에서 소비트렌드마저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롯데마트와 이마트 등 다른 마트업체들도 유통산업발전법 영향과 이커머스의 약진으로 성장세가 둔화됐다”면서 “임금 등 판관비도 계속 오르면서 대형마트 업황 자체가 하향 산업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C커머스의 약진도 위협 요소다. C커머스는 초저가를 무기로 내세워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지난해 국내 합산 결제추정금액은 4조2899억원으로 전년도인 2조3228억원 대비 8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커머스는 국내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지난해 한국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해 통합물류센터를 구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테무도 최근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오픈마켓을 시작하며 한국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강화로 C커머스가 올해 한국 시장에 눈을 돌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대표적 노동집약산업으로 인건비 비중이 높은 마트업계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도 실적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최저임금은 지난 2018년과 2019년도에 2년간 약 30% 인상되며 노동시장에 큰 충격을 안긴 바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제조업체들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에서 최저임금의 변화를 찾아야 하는데, 선거를 의식해 근로자를 먼저 강조하다보니 최저임금이 급격히 올랐다”면서 “최저임금이 인상되더라도 일자리를 잃으면 아무 소용이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인건비 상승으로 우리나라 제조 기업이 어려워지면서, 초저가를 내세운 C커머스가 득세하고 우리나라 유통 산업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라며 “유통산업을 회복시킬 수 있는 대책을 찾기 위해선 유통산업발전법뿐 아니라 최저임금 등 다른 제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는 홈플러스 사태가 마트업계를 넘어 유통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교수는 “홈플러스의 회생 가능성은 상당히 불확실한 면이 있다”며 “앞으로 C커머스의 공습이 더욱 거세질 전망인 가운데 다른 유통업체들도 쿠팡의 자체 물류센터나 회원제 등과 겨룰만한 획기적인 시스템 변화가 없는 한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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