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대체거래소인가"…불안 호소 개미들 '왜?'

염보라 기자 입력 : 2025.03.05 08:29 ㅣ 수정 : 2025.03.06 06:50

'고빈도 단타' 매매 증가 우려 커
거래 종목 확대 속도 조절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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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4일 오전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개장식을 개최하고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시장 운영을 시작했다. 사진 왼쪽부터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이순호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국회 정무위원회 윤한홍 위원장,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 김병환 금융위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 윤창현 코스콤 대표. [사진=넥스트레이드]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기관이나 외국인만 좋을 뿐 개미(개인투자자)는 그냥 죽으라는 것 아닌가요."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가 4일 출범한 가운데 한 개인투자자는 롯데쇼핑의 종목토론방에서 이같이 호소했다.

 

대체거래소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의 고빈도 단타 매매를 활성화시켜 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롯데쇼핑은 현재 넥스트레이드에서 거래가 가능한 10개 종목 중 하나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전일 오전 9시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개장식을 개최하고 오전 10시부터 본격적인 시장 운영을 시작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13년 ATS 제도 도입 이후 12년 만에 해외처럼 ‘복수 주식 거래시장 시대’를 열게 됐다.

 

넥스트레이드 출범으로 가장 달라진 건 거래시간이다. 기존 한국거래소 정규 거래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총 6시간 30분이었지만, 넥스트레이드는 프리·애프터마켓을 더해 오전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총 12시간 거래가 가능하다. 직장인도 출퇴근 시간에 쫒기지 않고 여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한국거래소와의 경쟁에 따른 수수료 인하도 긍정적인 변화로 거론된다. 넥스트레이드의 매매 체결 수수료는 한국거래소 대비 20~40%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도 이에 맞춰 비교적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 중인 상황이다.

 

이처럼 다양한 기대효과가 존재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환호 대신 불평을 쏟아내고 있다. 종합해 보면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의 고빈도 매매 증가다.

 

키움증권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를 이용하고 있다는 한 투자자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의 공식 카페에 올린 글에서 "대체거래소는 시간외 거래에서도 정규장과 같이 가격변동폭을 ±30%로 유지하고 있다"며 "한국 주식시장을 '단타의 천국'으로 만들 작정이냐"고 비판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대체거래소 출범으로) 거래 수수료가 낮아지고 경쟁에 의해 서비스가 좋아진다는 표면적인 장점은 있지만, 그게 실질적으로 운영됐을 때 고빈도 단타 매매가 횡행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확률이 지금보다 조금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존재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증권가도 고빈도 매매의 증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조민규·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27일 보고서에서 "선진국 사례를 확인해 보면 대체거래소 활성화는 지연 차익거래 확대를 초래했고, 이는 고빈도 매매 발달로 이어졌다"면서 "대체거래소의 저렴한 거래 수수료, 물량조성자에게 유리한 수수료 구조는 차익거래 기회 확대의 촉진제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조민규·노동길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2006년 15%였던 미국 주식시장 내 고빈도 매매 비중은 대체거래소 활성화와 함께 빠르게 증가해 2008년 3분기 31%를 기록했으며, 2011년 50%를 상회한 이후 현재까지 50% 이상을 유지 중이다. 유럽 역시 대체거래소 출범 후 차익거래 기회가 확산되며 고빈도 매매 비중이 2020년 기준 20∼40%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정의정 대표는 "정상적인 고빈도 매매인지 시세 조정을 목적으로 한 고빈도 매매인지를 일일이 구분하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며 "대체거래소가 악용되는 걸 어떻게 막을 것인지 금융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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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넥스트레이드, 그래프=뉴스투데이]

 

일각에서는 거래 종목 확대 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시스템 오류나 이로 인한 착오 주문 등으로 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부작용을 점검하면서 거래 종목수를 신중하게 늘릴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넥스트레이드는 10개 종목(△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 △LG유플러스 △S-OIL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을 시작으로 거래 종목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3월 말 총 800개를 목표로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충분히 검토 후 (넥스트레이드를) 출범했을 것이기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거래 종목 확대 속도가 굉장히 빠른 것은 맞고, 개인투자자들이 충분히 우려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증권가에선 테스트 기간이 짧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대체거래소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 전 나왔지만 지난해 하반기 자동주문전송(SOR) 시스템을 도입한 시점부터 거래를 시작하기까지 테스트 기간이 다소 짧았던 측면이 있다"며 "현재로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넥스트레이드는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운영상황 점검을 통해 개장 후 초기 시장의 안정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이사는 4일 넥스트레이드 개장식에 참석해 "넥스트레이드가 우리 자본시장의 요청에 맞춰 보다 기민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안정적인 거래 시스템 안착을 통해 우리 자본시장의 효율성 및 거래 편의성 제고 등 우리 자본시장 밸류업과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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