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셀코리아 막아라"…ATS·공매도, 외국인 유인책될까
7개월째 엑소더스…총 27.5조 순매도
'트럼프 관세' 영향…삼전만 23.2조 팔아
증권가 "공매도 재개, 外人수급 긍정적"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이달 4일 대체거래소 출범, 31일 공매도 재개가 차례로 시행되는 가운데 외국인투자자들이 '셀코리아' 행보를 멈추고 순매수세로 전환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7개월째 '엑소더스'(대탈출)를 진행 중인데, 이는 외국인 순매도 기록 역대 3위에 해당한다.
4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외국인은 2월 한 달 간 국내증시에서 총 4조12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시장에서 3조7026억원어치를, 코스닥시장에서 4211억원어치를 각각 팔아치웠다. 코넥스시장에서도 1700만원어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이로써 외국인 순매도세는 7개월 동안 이어졌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 2조8557억원 순매도로 포지션을 바꾼 이후 △9월 7조6643억원 △10월 4조6642억원 △11월 4조4887억원 △12월 2조3244억원 △올해 1월 1조4444억원 △2월 4조1237억원 등 매도 우위를 지속했다.
이는 △2007년 6월∼2008년 4월(11개월) △2002년 2∼9월(8개월)에 이은 역대 3번째 기록이다. 7개월 동안 팔아치운 국내 주식만 총 27조5655억원 규모에 달한다.
한국거래소가 고질적인 국내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지난해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공개하고, 각 자산운용사가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앞다퉈 출시했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6월 1배에서 12월 '저평가' 구간인 0.84배까지 추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역시 PBR이 1.89배에서 1.52배로 주저앉았다.

외국인 엑소더스의 배경으로는 '트럼프 관세의 불확실성'이 언급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과정부터 연일 관세 엄포를 이어가고 있는데, 특히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산업을 관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증시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지난 7개월 간 외국인투자자들의 매도 공격은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자동차 '빅2' 현대차, 기아에 집중됐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통계를 보면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를 각각 23조2772억원과 9972억원어치 순매도했으며, 현대차와 기아를 각각 1조5805억원과 1조765억원어치 시장에 던졌다.
나아가 관세 불확실성에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점은 국내 증시 전반의 하방압력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시 투자심리를 나타내는 'CNN비즈니스공포탐욕지수'(CNN Fear&Greed)는 지난 25일(현지시간) 23을 기록하며 '극단적 공포'(Extreme Fear) 구간으로 진입한 상태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해당 지표는 몇 가지 기술적 요인을 조합해 산출하는 만큼 외국인의 국내 수급과 상관관계는 높지 않지만 지표가 극단적 공포 구간에 있는 동안에는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해졌던 경험이 존재한다"며 "최근 계속되는 외국인의 수급 이탈은 투심 악화에 따라 더욱 장기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 출범과 오는 31일 예정된 공매도 재개가 외국인 수급 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0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증시 인프라 개선을 위한 열린 토론'에서 "공매도 재개, 대체거래소 출범 등 제도들이 우리 자본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된다면 글로벌 투자자들에 대한 우리시장의 매력도가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특히 공매도의 외국인 수급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이미 부정적인 요인들이 (국내 증시에) 충분히 반영돼 있고, 경기 및 실적 회복에 더해 환율 안정화 흐름이 예상돼 외국인 수급 개선을 기대한다"며 "외국인 자금 이탈의 원인 중 하나인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는 것도 외국인 수급에 긍정적"이라고 짚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자체가 외국인 수급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주식시장의 가격 형성 효율성을 제고해 저평가된 주식의 매력도를 부각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공매도 재개로 국내 주식시장의 숙원 사업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한국은 시장 접근성 제한 등을 이유로 신흥국 지수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MSCI 지수는 전세계 기관투자자들이 운용하는 펀드의 벤치마크 지수로 활용되기 때문에 편입 시 추가적인 글로벌 자금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2022년 분석에서 최대 360억달러(약 52조6284억원)의 자금 유입을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의 추산은 이보다 많은 547억달러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가 곧바로 선진국 지수 편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편입 기대감이 높아짐에 따른 긍정적인 수급 개선 효과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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