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8.31 07:44 ㅣ 수정 : 2024.08.31 07:44
금융당국 인가로 지방→시중은행 전환 성공 강원 시작으로 3년간 신규 점포 14개 개점 전통은행-인뱅 강점 결합으로 전국구 공략 경쟁사 대비 작은 체급과 건전성은 걸림돌 우량자산 확보해 수익·건전성 관리 필요성
대구 수성구에 위치한 iM뱅크 본점 전경. [사진=iM뱅크]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지난 5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한 iM뱅크(구 DGB대구은행)가 영업망 확대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구 진출 준비 때부터 수립한 전략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면서 고객 접점 넓히기에 분주하다. 다만 여전히 경쟁 은행들과의 체급 차이가 확연한 만큼, 단기간 내 유의미한 경영 지표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iM뱅크는 지난 5월 16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시중은행 인가를 받고 시중은행으로 전환해 영업 중이다. 1967년 대구은행이 국내 최초 지방은행으로 출범한 이후 57년 만에 시중은행으로 바뀐 것이며 국내에 새 시중은행이 등장한 건 1992년 옛 평화은행 설립 이후 32년 만이다.
iM뱅크가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만큼 기존 거점 지역인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으로 영업망을 넓혀갈 수 있다. 우선 거론되는 건 강원과 충청 등 향토 은행이 없는 지역을 우선 공략하는 전략이다. 실제 iM뱅크는 지난달 강원 원주에 첫 거점 점포를 개점하면서 전국 대상 영업을 본격화했다.
iM뱅크가 제시한 목표는 향후 3년 내 전국 곳곳에 점포 14개를 신설하는 것이다. 인구·경제 규모를 고려했을 때 수도권 영업 강화 필요성 역시 커지고 있는 만큼 서울·경기 지역에도 적극적인 신규 점포 개점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번째 신규 점포 후보지로는 경기 동탄 등이 언급되고 있다.
iM뱅크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 추가 점포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인데 확정된 건 없다”며 “기존에 영업하던 대구·경북 지역이 아닌 새로운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물 임차 등에 여러 부분에 대한 검토가 더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iM뱅크의 시중은행 정착 작업은 ‘뉴 하이브리드 뱅크(New Hybrid Bank)’ 전략 하에 전개되고 있다. 이는 시중은행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수립한 전략으로, 영업 노하우를 가진 전통 은행과 디지털·비대면 경쟁력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의 강점을 골고루 섞어 개인·기업 고객에게 접근한다는 내용이다.
기업금융의 경우 기업영역전문역(PRM) 제도를 전면에 내세웠다. 은행업 베테랑으로 꼽히는 퇴직 지점장들을 채용해 기업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이 경우 기업금융 시장에서 지방은행의 강점으로 꼽혀온 ‘관계형 금융’ 극대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iM뱅크 설명이다.
개인을 대상으로 한 소매금융(리테일)은 모바일·인터넷뱅킹 강화로 접근한다. 이는 최근 은행권 여·수신 취급 실적에서 비대면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흐름을 고려해 설계된 전략이다. 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등 주요 가계대출 상품을 100% 비대면으로 취급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모델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iM뱅크가 시중은행으로 전환한지 3개월이 넘은 가운데 아직 폭발적인 성장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뉴 하이브리 뱅크’ 전략의 점진적 효과를 기대하는 시선도 있지만, 현재 은행권 지형을 봤을 때 단기간 내 재무적 성과가 크게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도 공존한다.
왼쪽부터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본점 전경. [사진=각사]
일단 은행권에서 가장 우려스럽게 보는 건 iM뱅크와 경쟁 은행들과의 체급 차이다. 올 2분기 기준 iM뱅크의 총자산은 82조원으로 KB국민은행(552조원)과 신한은행(661조원), 하나은행(623조원), 우리은행(469조원) 등 경쟁 시중은행 대비 크게 뒤처진다. 자연스럽게 고객 수나 여·수신 잔액, 순이익 등의 지표에서도 iM뱅크가 밀리는 상황이다.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성장성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올 2분기 말 기준 iM뱅크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0.76%로 지난해 말(0.65%)보다 0.11%포인트(p) 상승했다. NPL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회수가 어려워진 부실채권이다. 총여신에서 NPL 비중이 높을수록 금융사 자산 건전성은 나쁘다고 평가된다.
iM뱅크 여신 구성 중 여전히 대구·경북 비중이 높은 가운데, 지역 경기 침체로 기업들의 업황이 나빠진 게 자산 건전성 악화로 직결됐다는 분석이다. 올 2분기 말 기준 iM뱅크 원화대출금 중 기업이 차지하는 건 60.9% 수준이며 기업 부문 연체율은 0.82%를 기록했다.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0.66%)과 비교해 0.16%p 오른 수치다.
은행권에선 iM뱅크가 전국 영업을 통한 우량 자산 확보로 수익·건전성 관리에 나설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 한정된 개인·기업 차주들을 두고 대형 시중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차별화 및 실효성도 요구된다는 평가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은행 산업 디지털화로 물리적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걸 고려하면 리테일 쪽 전략은 기대해도 좋을 것 같아 보인다”면서도 “iM뱅크도 시중은행 전략을 짤 때 기존 시중은행의 대출 자산을 뺏어온다기 보다는 새로운 경로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잡았을 텐데, 가파른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방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