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무기] 산림청 주력 헬기 ‘KA-32’ 한계 많아…국산 헬기 활용 확대하고 수송기용 산불 진화체계 도입 필요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4.02 14:15 ㅣ 수정 : 2025.04.02 14:32

러시아제 헬기 대체용으로 수리온 산림 헬기 도입하고 C-130·C-390 기종에 ‘MAFFS’ 탑재 검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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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진화 임무를 수행 중인 수리온 산림 헬기. [사진=KAI]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경상권 일대를 뒤덮은 산불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산림청 헬기의 진화능력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주력 기종인 러시아제 ‘KA-32’의 도태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국산 헬기 활용을 확대하고 공군 수송기에 산불 진화체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연합뉴스는 이번 산불 진화에 5000ℓ의 풍부한 담수 용량을 보유한 대형 헬기인 CH-47 ‘치누크(Chinook)’의 활동상을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산림 당국의 평가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생해 약 213시간 만에 진화된 이번 산불 사태에 치누크의 공이 컸다는 얘기다.

 

미국 보잉이 제작해 1962년부터 생산해온 치누크는 대형 로터(프로펠러) 2개를 앞뒤로 나란히 장착한 ‘탠덤 로터’(tandem rotor) 방식의 대형 수송용 헬기로 한국 육군이 32대, 공군이 10대를 운용 중이고 주한미군도 보유하고 있다.

 

CH-47 ‘치누크’는 AH-64 ‘아파치’, UH-60 ‘블랙호크’와 함께 미국 육군의 3대 헬기로 불리며, 등장한 지 오래됐음에도 워낙 잘 만들어 지금도 개량형이 계속 생산되고 있다. 

 

완전무장한 병력 33명이 탑승할 수 있으며, 의무 후송 시에는 최대 들것 24개를 탑재할 수 있다. 3중 후크장치를 보유해 무거운 화물이나 다수의 화물을 외부로 견인할 수 있으며, 특히 후크 3개에 155㎜ 견인포를 결합해 무려 260㎞/h로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치누크는 군사작전에 운용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송용 헬기로 재투입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산불 진화에 효율적이지 않아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번에 이렇게 언론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산림청이 보유하고 있는 헬기의 진화능력에 한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는 총 50대이다. 이중 담수 용량이 5000ℓ 이상인 대형은 7대에 불과하고, 주력 기종은 담수 용량이 1000∼5000ℓ의 중형으로 32대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11대는 담수 용량이 1000ℓ 미만이다. 주력 기종 중 3대는 야간 진화까지 가능한 수리온 산림 헬기이고, 나머지 29대는 러시아제 ‘KA-32’이다. 

 

KA-32는 실질적인 담수 용량이 2500ℓ로 수리온 산림 헬기의 2000ℓ와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야간 진화는 불가능하다. 게다가 러시아가 전쟁 중이라서 정비에 필요한 부품 조달도 어려워 현재 부품 돌려막기로 버티고 있으며, 20년 이상 운용한 기종이 20대나 된다. 

 

따라서 산림청은 KA-32를 조만간 도태시키고 이를 대체할 헬기를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헬기로는 이번 산불 진화에서 치누크와 함께 활약한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의 파생형인 수리온 산림 헬기가 거론된다. 

 

산림청은 2018년 수리온 산림 헬기 1대를 도입해 2020년과 2022년 안동·울진 산불 당시 야간 진화에 시범 투입했으며, 지난해 2대를 추가로 도입해 이번 산불 진화에 본격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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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임무를 수행 중인 수리온 산림 헬기. [사진=KAI]

 

특히 지난해 도입한 수리온 산림 헬기는 스마트 통합 항공전자 장비, 공중 충돌 방지 장비, 회전날개 결빙 방지장치, 최신 야간영상장비, 고성능 적외선 카메라 등을 탑재해 야간 및 악조건 속에서도 효과적으로 산불을 진화할 수 있다.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수리온 산림·소방 헬기 총 8대를 포함해 육군, 경찰, 해병대 등에서 운영 중인 수리온이 총 270여 회 투입돼 진화현장을 누볐다. 배면 물탱크가 장착된 산림·소방 헬기는 담수 용량이 2000ℓ이지만, 밤비버켓(물을 떠올려 배출할 수 있게 만든 대형 양동이)을 이용하는 수리온의 담수 용량은 1580ℓ 정도이다. 

 

수리온 제작사인 KAI 관계자는 “수리온 산림 헬기가 KA-32보다 1회 담수량은 조금 적어도 비행속도가 빨라서 단위 시간당 물 투하량은 더 많다”라면서, “현재 물탱크를 2500ℓ까지 확장 중이다”고 말했다. 물탱크까지 확장되면 야간 진화가 가능한 수리온이 KA-32보다 훨씬 유용하다는 얘기다.

 

한편,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내고 “C-130·C-390 등 공군 수송기에 ‘MAFFS’(Modular Airborne Fire Fighting System·모듈형 화재진압 시스템)를 연계한 산불 진화체계 도입 검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MAFFS는 미 산림청을 포함해 전 세계 14개국에서 운용 중인 시스템으로, 별도 기체 개조 없이 C-130 수송기 내부 화물칸에 장착할 수 있다. 약 11,000~13,000ℓ의 소화제를 5초 만에 투하해 폭 20m, 길이 400m 규모의 방화선을 형성할 수 있다.

 

게다가 공군은 브라질제 최신 대형 수송기인 C-390 도입을 추진 중이다. C-390은 최신 기종으로 C-130보다 더 넓은 내부 공간과 탑재 능력을 갖추고 있어 MAFFS를 장착·운영할 수 있으며, MAFFS가 C-390에 장착 가능하다는 기술적 인증도 확보된 상태라고 한다. 

 

유 의원은 “MAFFS는 C-130·C-390 등 공군 수송기에 손쉽게 탑재할 수 있다”며 “평시에는 수송기로서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산불 등 재난 발생 시에는 화재 진화 플랫폼으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어 전력 운용 효율성과 예산 절감 측면에서도 장점이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군은 1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C-130 수송기 활용 방안에 대한 질문에 “활용 방안을 검토했지만, 산불 진화 효과와 기체 보강 등 비용, 준비 소요기간 등 여러 면에서 당장 추진하는 것은 제한된다는 결론을 얻었다”라고 답했다. 당장은 어렵지만 추후 검토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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