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속 무기] 현대로템이 개발해 전력화된 ‘K600 장애물개척전차’…최초로 해외연합훈련에 투입돼 우수성 입증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5.02.22 12:18 ㅣ 수정 : 2025.02.22 13:46

우크라가 요청해 지원한 비살상 무기로 K1A1 전차 차체에 지뢰제거용 쟁기, 굴삭용 팔 등 장착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밴드
  • 페이스북
  • 트위터
  • 글자크게
  • 글자작게
image
현지연합훈련단 소속 ‘K600 장애물개척전차’가 복합장애물 지대를 개척하며 아군이 기동할 통로를 확보하고 있다. [사진=육군]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지난 10~20일 아랍에미리트(UAE) 알하므라 훈련장에서 진행된 한국과 UAE의 연합훈련이 성공리에 마무리됐다. 제8기동사단 장병들을 주축으로 K2 전차와 K9A1 자주포 등 육군 기계화부대 주요 전력 14대가 참여한 이번 해외연합훈련에는 ‘K600 장애물개척전차’가 최초로 투입됐다. 

 

훈련 2주차에 이뤄진 공격작전 야외기동훈련에서 한국군의 K2 전차와 UAE군의 르클레르 전차가 사막의 모래 위를 고속기동하며 가상의 적을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K600 장애물개척전차는 기동부대가 복합장애물 지대에 접근하자 선두에서 사막의 모래를 갈아엎으며 통로를 개척했다. 사막에서도 거침없이 작전 가능한 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입증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지뢰지대 극복 및 다양한 장애물 개척’이 주요 임무인 K600 장애물개척전차의 모습이 돋보였다. UAE군 훈련통제단장인 압둘라 하만 중령은 “K2 전차, K9A1 자주포, K10 탄약운반장갑차, K600 장애물개척전차 등 여러 한국군 장비들의 능력을 직접 볼 수 있었다”라며 “한국군과의 훈련은 매우 좋은 경험이자 큰 영광이었다”라고 말했다. 

 

K600 장애물개척전차는 K1A1 전차의 플랫폼에 지뢰제거용 쟁기, 굴삭용 팔 등을 장착해 지뢰 및 낙석 등 다양한 장애물을 개척할 수 있게 한 기동지원 전투공병차량(CEV·Combat Engineer Vehicle)으로 육군의 Army TIGER 무기체계이다. 지난 2022년 6월 10일 당시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이 ‘신규 무기체계 명명식’을 거행하면서 전차의 역동적인 모습을 빗대 ‘코뿔소’로 명명했다.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에 간곡히 요청해 2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무기체계이기도 하다. 비록 K600 장애물개척전차가 살상 무기는 아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필요할 경우 러시아군 방어선을 돌파할 때 사용이 가능하고 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상당한 상태여서 우리나라가 지원한 군수물자 가운데 가장 강력한 비살상무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에 육군은 미국이 개발한 공병용 장갑 불도저인 ‘M9 ACE’를 국내에서 면허 생산한 ‘KM9 ACE’(Armored Combat Earthmover)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약한 방호력과 작업자가 노출되는 위험 때문에 새로운 전투공병차량의 개발이 요구됐고, 이런 이유로 여러 나라에서 전차의 차체를 이용한 장애물개척전차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 영국은 챌린저 2 전차의 차체를 이용한 ‘트로전’을, 독일은 레오파르트 2 전차의 차체를 이용한 ‘코디악’을 운용 중이다. 우리나라도 이처럼 K1A1 전차의 차체를 이용해 ‘코뿔소’를 개발했다. 코뿔소는 2006년 소요가 제기됐고, 2014년 말에 사업이 착수돼 2016∼17년 개발시험평가와 운용시험평가를 거쳐 2018년 시제품이 나왔다. 2020년 12월 초도 양산물량이 육군에 인도됐고, 2023년까지 실전 배치를 완료했다. 

 

원래 용도는 장애물을 개척하기 위한 불도저 용도였지만, 불도저 삽날을 4.2m에 달하는 지뢰제거용 쟁기로 교체하면서 땅을 갈아엎어 묻혀있던 지뢰를 드러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인·대전차 지뢰를 제거할 수 있다. 지뢰와 흙을 동시에 파내 양쪽 옆으로 밀어내면서 약 3.8m 폭의 길을 만들며 전진한다. 또한, 쟁기 상단에는 자기감응식 지뢰를 무력화하는 장비가 설치돼 전차 전방으로 자기장을 방사해 자기감응식 지뢰를 폭발시켜 무력화한다.

 

차체 상단 오른쪽에는 별도의 굴삭용 팔이 달려 있는데, 이 팔에 버킷(굴삭용 삽)이나 브레이커(파쇄기)를 달아 참호, 방벽 등 각종 장애물을 매립 및 파괴할 수 있으며, 크레인처럼 사용해 무거운 장비나 물자를 인양·운반할 수 있다. 후방 양쪽에는 압축 공기로 꼬챙이형 말뚝을 지면에 박아넣는 통로표식장비도 있어 개척한 통로를 일정한 간격으로 표시해 후속하는 아군 기동전력이 안전한 길을 확인하고 전진하게 만든다.

 

이외에도 코뿔소에는 유사시를 대비해 차체에 K6 중기관총이 설치돼 있으며, 통로개척 도중에 적의 공격을 피할 수 있도록 연막차장 살포도 가능하다. 또 지뢰제거 작업 중에 대전차 지뢰가 폭발해도 인명 사고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방호력 구비가 관건이므로 코뿔소를 개발한 ‘현대로템’은 방호력 증강에 주안을 두었다고 한다.

 

현대로템은 17∼21일 UAE 수도 아부다비에서 개최된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국제방산전시회인 ‘IDEX 2025’에 참가해 고온의 극한 환경에서 운용 가능한 중동형 K2전차, 4세대 다목적 무인차량 HR-셰르파(SHERPA), 수상 운용이 가능한 30톤급 차륜형 장갑차 등과 함께 K600 장애물개척전차를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현대로템은 현재 전차로부터 최대 5㎞ 떨어진 안전지대에서 원격으로 조종할 수 있는 조종장치도 자체 연구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개발이 완료되면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아도 전차 운용이 가능해져 지뢰제거 작업 간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고 안전조치 시간도 단축돼 보다 안전하고 신속한 임무 수행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댓글 (0)

- 띄어 쓰기를 포함하여 250자 이내로 써주세요.

- 건전한 토론문화를 위해,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비방/허위/명예훼손/도배 등의 댓글은 표시가 제한됩니다.

0 /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