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용산구청 시니어 모델 양성과정 졸업 패션쇼(하)] 이유진 모델, "새로운 도전에 늦은 나이는 없죠, 시니어 모델로 두 번째 인생 살아요"
박진영 기자 입력 : 2024.08.04 16:35 ㅣ 수정 : 2024.09.17 01:51
용산구청, 시니어 모델 전문가 양성과정 졸업 기념 패션쇼 ‘화양연화’ 개최 이미재 의원, “자녀를 키우느라 바쁘게 살아온 시니어들, 새로운 인생 살아가시라” 장보인 교수, “파독간호사 등 국가 발전의 주역들이 새로운 꿈 찾는 일에 보람 느껴” 졸업패션쇼 관람객, “너무 젊은 무대에 ‘시니어’라는 단어가 오탈자 아닌가 생각해” 시니어 모델 졸업생, “달라진 모습을 부러워하는 주변의 변화 느낄 때 감동받아” 뮤지컬 배우 전하영, “오늘의 열정을 잃지 말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꿈 이루길”
우리나라의 높은 경제 수준과 의료 서비스 발달 등의 영향으로 노년의 삶을 가꾸며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자 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졌다. 지자체에서는 은퇴 후의 뉴라이프(새로운 인생)를 설계하고, 왕성한 사회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프로그램들도 속속 개발 중이다. 용산구청은 ‘뉴라이프, 시니어모델 전문가 양성과정’을 개발‧운영해 지역 어르신들의 일자리 창출과 삶의 질 향상에 발 벗고 나섰다. <뉴스투데이>는 시니어모델 전문가 양성과정 졸업패션쇼와 수료식을 단독 취재해 2회로 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박진영 기자] 지자체별로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이색 사업이 한창이다. 서울 용산구청은 올해 '시니어 모델 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하며 지역의 어르신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용산구청은 지난달 23일 오후 6시 서울 용산구 용산구청 소극장 '가람'에서 시니어 모델 전문가 양성과정 졸업패션쇼 '화양연화(花樣年華)'를 개최하고, 수료식에 참석한 졸업생 총 17명에게 졸업 증서를 수여했다. 이번 과정은 지난 4월 입학생 22명과 함께 시작했고, 전원이 수료했다.
이날 졸업패션쇼는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축사와 '홀리데이(바캉스 록 패션쇼)', '골든 차차(댄스)', '이브닝 파티(드레스 패션쇼)' 등의 졸업생 패션쇼, 뮤지컬 배우 전하영의 축하무대 등으로 진행됐다. 패션쇼 말미에는 졸업생들의 수료식이 진행돼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미재 용산구의회 의원은 <뉴스투데이>와의 현장 인터뷰에서 “용산구청에서 시니어를 위한 다양한 전문가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 행사는 용산구 시니어분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것을 선보이는 뜻깊은 무대”라고 말하면서 “자녀를 키우느라, 나라를 위해 일하느라 바쁘셨던 구민 분들이 새로운 삶, 제2의 삶을 살아가시라고 축하하러 이 자리에 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이미재 의원은 “시니어 모델 분들은 가족, 친지 앞에서 준비해 온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면서 “자리를 빛내고자 패션쇼에 함께 참석한 서울시 시니어 구립 합창단 김정희 회장 등 많은 관계자 분께도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패션쇼를 마친 소극장 로비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모여 한참 동안 감사와 격려의 말을 주고받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패션쇼를 관람한 A씨는 “용산에 이렇게 멋있는 분들이 있는지 몰랐다. 너무 젊다. ‘시니어’라고 일컫는 단어가 오탈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면서 “오늘 패션쇼는 많은 중장년 어르신들께 ‘좋은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현직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B씨는 “무대에 참가한 중장년분들이 멋있었다. 나이가 들어서도 적극적으로 (패션쇼에) 참여하는 자세가 좋아 보였다”면서 “현재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데, 모델 활동을 하면서 (신체적인) 자세도 좋아지고, 아랫배와 다리에도 힘이 생겼다. 시니어 모델은 취미 생활로 하기에 좋다”고 언급했다.
졸업패션쇼 현장에서는 뜨거운 열기에 시니어 모델 교육 과정 수료생, 졸업식 사회자, 축하 공연 참가자 등의 인터뷰가 줄을 이었다. 다음은 졸업패션쇼 현장에서 만난 멋진 주인공들의 인터뷰 내용.
■ 장보인 교수, “중장년이 된 국가 경제 성장의 주인공에게 사회의 책무 다해야”
졸업패션쇼에서 기자는 시니어 모델 양성 과정은 단순히 여가를 즐기는 행사가 아니라 그동안 남을 위해 헌신하며 자신의 꿈을 잊고 살아온 중장년들이 새로운 인생을 찾는 의미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졸업패션쇼의 사회를 맡은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 장보인 교수는 패션쇼가 열리기 전 워킹 무대에서 기자를 만나 “파독간호사부터 사회적으로 따뜻한 손길이 필요한 분들까지 다양한 계층의 시니어분들이 모델 양성 과정에 참여했다”면서 이날 행사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장보인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끌어 온 주역들이 지역사회 활동을 통해 새로운 꿈을 찾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K-시니어모델’ 과정을 개발했다”면서 “예산 조달부터 어려움이 많았지만 끝내는 첫 수료생을 배출했다. 앞으로 지자체들과 협력해 다양한 제안 사업을 운영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장보인 교수는 “졸업식을 시작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다. 자식을 키워서 무대에 올리는 느낌이다”면서 “열정만 가지고 오신 분들이 교육 과정을 통해서 모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의 실력을 갖춘 모습을 보면서 서로 믿고 의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패션쇼를 준비하기까지의 소감을 밝혔다.
■ 이유진 수료생, “마음이 바라는 꿈에 도전하면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설 수 있어요”
패션쇼에서 유독 밝은 모습으로 에너지를 불어넣는 모델이 있었다. 주인공은 바로 ‘이유진’. 그는 화려한 드레스와 트렌디한 기성복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한창 젊은 5060세대의 새로운 꿈을 응원했다.
이유진 수료생은 “그동안 프리랜서로 방송 일을 하면서 구직 활동도 함께 해왔다. 용산구청 구민배우 1기로 활동 중인데, 용산구 유튜브를 통해 시니어 모델 교육 과정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며 시니어 일자리 사업에 참석한 계기를 말했다.
이유진 수료생은 “모델 활동에 참여해 보니 일반 평생교육원에서 받는 교육보다 수준이 높았다”면서 “양질의 교육 덕분에 최근 광화문에서 열린 시니어모델 패션페스티벌(SMFF)에 참석할 수 있었다. 지원자 450명 중에서 33명이 무대에 서는 영광을 얻었는데, 용산구 일자리 사업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교육 참가 후 변화한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이유진 수료생은 “자세교정과 무대 매너, 컬러테파리, 스피치교육, 워킹 등 다양한 교육을 받으면서 모델 분야 취업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면서 “새로운 도전에 늦은 나이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달라진 모습을 부러워하는 주변의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살고 있는 동네에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유진 수료생은 “마음이 바라는 꿈에 도전하면 언젠가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많은 구민들이 2기, 3기 과정을 지원하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일자리 사업 참여를 독려했다.
■ 윤상철 수료생, “내 인생 롤 모델은 ‘김철두’, 더 많은 시니어모델 선발 대회 참가하고파”
여성 모델이 대부분인 시니어 모델 패션쇼에서 남성의 활약도 대단했다. 훨친한 키와 멋진 수염, 카리스마 가득한 눈빛으로 무대를 매료한 윤상철 수료생은 “시니어모델이지만 모델이 되리란 생각은 못했다. 실제로 도전한 것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면서 수료식 소감을 밝혔다.
윤상철 수료생은 “체계적인 교육이 시니어 모델로 성장하는데 많은 기회를 만들었다”면서 “최근 서울시가 지원하는 서울 시니어모델 패션페스티벌에 모델로 참석했다. 인생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 준 ‘슈퍼모델 아름회’와 아세아항공직업전문학교에 감사하는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슈퍼모델 아름회는 SBS 슈퍼모델 대회 수상자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만든 공동체로 지난 1995년 설립됐다. 현재 모델 김재범이 대표를 맡고 있고, 김효진, 이소라 등이 동참하고 있다.
시니어 모델 과정 수료생들은 이번 교육을 기회로 다양한 무대에서 시니어 모델로 활동할 계획을 하고 있다. 윤상철 수료생은 “시니어 모델 김철두가 인생의 롤모델이다. 모델로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MBN 오디션에 참가하고, ‘2024 머니투데이방송 골든에이지 시니어모델 선발대회’에도 도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 뮤지컬 배우 전하영, “진지한 모습의 시니어 모델 통해 신선한 에너지와 열정 느껴”
시니어 모델들의 열정에 보답하는 프로 배우의 방문도 눈길을 끌었다. 맑은 목소리로 깊은 감정을 표현하는 미모의 뮤지컬 배우 전하영이 이날 워킹 무대에 올라 축하 공연을 진행했다.
이날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니어 패션 모델들의 눈시울을 적신 전하영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의 퍼포먼스였다. 행사에 진지하게 임하는 시니어 분들을 보면서 신선한 에너지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행사에 참석한 소감을 밝혔다.
전하영은 “패션쇼의 주인공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지내다가 무대에 올랐다. 시니어 모델들의 열정이 시너지 역할을 해서 패션쇼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면서 “오늘의 열정을 잊지 말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루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의 근황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전하영은 “대학로에서 뮤지컬 ‘접변’을 공연하고 있다. 접변은 중국에서 처음 들여온 한국 최초의 뮤지컬로 오늘 함께한 ‘화양연화’의 이미지가 녹아난다.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 중국의 매력을 알 수 있는 뮤지컬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