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입력 : 2024.04.23 08:20 ㅣ 수정 : 2024.04.23 08:20
케이·카카오·토스뱅크 연체율 평균 0.92% 기록 부실채권 비중도 계속 확대...건전성 지표 악화 고금리에 중·저신용 중심 상환 능력 약화 평가 금리 오르는데 긴축 완화 지연...불확실성 확대 충당금 쌓고 신용평가 고도화로 잠재부실 대비
[뉴스투데이=유한일 기자] 최근 자산 건전성이 빠르게 악화된 인터넷전문은행이 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긴장하고 있다. 연체율 상승과 부실채권 증가 등 그동안 누적된 고금리 충격이 심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손실 흡수 능력 확충과 신용평가 고도화 등을 통해 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연체율 평균은 0.92%로 전년동기(0.69%) 대비 0.23%포인트(p) 상승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는 0.85%에서 0.96%로, 토스뱅크는 0.72%에서 1.32%로 각각 올랐다. 카카오뱅크는 0.49%로 동일했다.
또 지난해 12월 말 기준 토스뱅크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21%로 전년동기(0.53%) 대비 2배 넘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의 NPL 비율도 0.36%에서 0.43%로 올랐다. 케이뱅크의 경우 2022년 12월 말 0.95%까지 올랐으나 지난해 12월 말 0.86%로 개선됐다.
은행은 대출(여신)을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눠 관리한다. 이 중 ‘고정’ 이하에 해당하는 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부실채권으로 분류된다. 대출 자산 중 NPL 비중이 늘어난다는 건 은행의 자산 건전성이 악화되는 신호로 읽힌다.
같은 1금융권에 있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연체율 평균 및 NPL 비율 평균이 각각 0.28%, 0.27%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인터넷전문은행 업계의 자산 건전성 지표 악화는 뚜렷하다.
이 같은 현상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 대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포용금융 일환으로 신용대출 중 일정 비중 이상을 중·저신용자에 내줘야 하는데, 시장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이들의 상환 능력이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저신용자는 코리아크레딧뷰로(KCB) 기준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가 해당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연체율과 NPL 비율이 가장 높은 토스뱅크의 경우 신용대출 잔액에서 중·저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3월 말 42.1%를 기록했다. 이후 6월 말 38.5%, 9월 말 34.5%, 12월 말 31.5% 등 점진적으로 낮아지긴 했으나 케이·카카오뱅크 대비로는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문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위협하는 고금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예상보다 높은 물가 수준에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 인하를 미루고, 자연스럽게 한국은행의 긴축 완화 시점도 순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차주들의 이자 부담도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케이·카카오·토스뱅크가 올 2월 신용점수 701~800점 차주를 대상으로 취급한 신용대출 금리 평균은 연 8.03%로 지난해 12월(연 7.51%) 대비 0.52%p 상승했다. 신용점수 전 구간에서 실행된 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연 6.34%에서 연 6.37%로 0.03p 올랐다.
금융당국은 올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의 중·저신용자 비중 산정 기준을 ‘말잔(분기 말 잔액)’에서 ‘평잔(평균 잔액)’으로 바꾸고 30%로 일원화했다. 업계에선 급격한 중·저신용자 규모 확대 부담은 덜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지만, 그동안 누적된 자산 건전성 악화를 관리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로 잠재 손실에 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 평균은 233.54%로 집계됐다. 이는 총 대손충당금 잔액을 부실채권(NPL)으로 나눈 비율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대출 성장도 자산 건전성 개선에 효과를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신용대출에 쏠려있던 여신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통한 ‘건전한 중·저신용자’ 발굴 노력 역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한 관계자는 “고금리 시장 환경이 지속되면서 소상공인 및 중·저신용자 등 금융 취약계층의 부실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만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등 지표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추고 있어 잘 관리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