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폭탄 충격파…국내증시 '제약' 웃고 '전자' 울었다
LG전자·LG디스플레이·삼성SDI 등 신저가 속출
제일약품·삼성바이오로직스·유한양행 등 '강세'
자동차·해운도 '관세 영향권'…엔터 '무풍지대' 주목

[뉴스투데이=염보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세계에 '관세폭탄'을 투하한 3일 업종별 주가는 극명하게 갈렸다.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에서 '52주 신저가' 종목이 속출한 가운데, 제약 업종은 관세 영향권에서 일단 벗어나며 상승 곡선을 그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국발(發) 관세전쟁이 현실화된 3일 코스피시장에서 최대 약세 업종은 전기·전자(-2.25%)였다.
LG전자(5.81%)와 LG전자우(4.10%), LG디스플레이(3.85%), 두산퓨얼셀(2.46%), SK아이이테크놀로지(4.43%), LG에너지솔루션(4.26%), 엘앤에프(1.88%), 삼성SDI(1.77%) 등이 전장 대비 하락하며 신저가를 기록했다.
삼성전기(8.50%)와 LG이노텍(6.44%), 성문전자(5.32%) 등 역시 신저가만 아니었을 뿐 관세폭탄의 충격파를 피하진 못했다.
시가총액 1·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전장 대비 각각 2.04%, 1.67% 하락했다. 외국인투자자들이 각각 3000억원 넘게 순매도하며 주가를 끌어내렸다.
반면 최대 강세 업종은 제약(4.03%)으로 나타났다. 제일약품(6.73%)과 삼성바이오로직스(6.00%), SK바이오팜(5.22%), 대웅제약(4.94%), 유한양행(3.37%), 파마리서치바이오(3.08%), 한미약품(2.67%), 셀트리온(2.24%) 등이 일제히 불기둥을 올렸다.
두 업종의 주가 희비를 가른 건 '관세 영향권' 여부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시간으로 3일 새벽 5시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관세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상호관세 대상에는 한국(26%)을 비롯해 베트남(46%), 태국(37%), 인도(27%) 등 아시아 주요국이 대거 포함됐다. 한국 제조기업의 해외 생산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들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태국 등에서 스마트폰과 가전, TV 제품 등을 만들어 일부 물량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삼성전기 등도 베트남에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신저가로 마감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배터리 기업의 경우 이미 미국 현지 생산거점이 있어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났지만, '배터리 소재 관세 부과→전기차 가격 상승→배터리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는 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반면 제약업종의 경우 관세 면제 품목에 의약품이 포함됐다는 사실에 매수세가 몰렸다. 추후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더라도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증권가의 진단도 주가 상승을 뒷받침했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의약품에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국내 제약·바이오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며 "오히려 한국(25%)의 관세율이 EU나 스위스보다 낮거나 비슷해 국내 기업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쏘아올린 관세폭탄은 제약과 전기·전자 외 다양한 업종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자동차업종에서는 KR모터스(3.72%)와 기아(1.41%), 현대차(1.27%) 등 종목이 전장 대비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코오롱모빌리티그룹(4.65%)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상호관세는 피했지만, 이날부터 수입 자동차 관세가 따로 부과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 자동차 생산 대수는 413만 대이며, 이중 대미 수출 대수는 143만 대로 전체 생산의 35% 비중을 차지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25% 관세 적용 시 한국 자동차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약 63억5778만달러(3일 환율 기준 9조2346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KB증권은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 대수가 6.3% 줄어 연간 이익이 각각 3조4000억원, 2조3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해운업종도 녹록지 않았다. HMM(3.89%)과 대한해운(2.98%), 흥아해운(2.62%), 팬오션(1.77%) 등이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상호관세로 인해 교역이 둔화하면 해상 운임이 하락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진단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반면 일찍이 '관세 무풍지대'로 주목을 받은 엔터업종은 이날 상승곡선을 그렸다. 디어유(6.92%)와 YG플러스(2.92%), 하이브(1.94%) 등이 큰 폭으로 뛰었다.
한편 증권가는 관세폭탄 충격파에 대해 다소 엇갈린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관세 발표 전까지 시장은 10~20% 수준 관세가 상한선으로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들고나온 관세표는 시장 예상을 뒤엎으며 충격을 줬다"며 "다만 비현실적인 관세율에 오히려 협상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증시 전반적으로 개장 직후 저점을 형성한 뒤 반등했는데, 트럼프의 상호관세 체제 선포를 계기로 단기적인 트럼프 관세 정책의 단기 정점은 확인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이달 2일 해소될 것으로 기대됐던 불확실성은 9일(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 관세 시행일)까지 연장됐다"면서도 "현재 시장이 반응하는 우려보단 점차 협상이 진행되며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상호관세 발표 내용은 시장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국내 주식시장이 단기적으로 추가 조정 리스크에 노출될 여지가 커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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