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뉴스투데이=금교영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28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주총)에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이사회 장악 시도를 막고 핵심 안건을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통과시켜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지난 임시 주총때와 마찬가지로 고려아연 호주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를 통한 상호주 관계를 다시 형성했다. 이는 25.42%의 지분을 가진 영풍의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한 조치인 셈이다.
최 회장의 고려아연과 영풍·MBK연합 양측은 영풍 의결권 행사 여부를 두고 가처분 소송과 기습 배당, 장외 매수 등 치열한 수 싸움을 이어갔다.
또한 주총장 안팎에서는 고려아연 노조 등이 잇따라 시위를 벌이며 MBK를 거세게 비판했다.
고려아연 노조원들이 주주총회장 앞에서 영풍과 MBK를 비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금교영 기자]
■ 영풍 의결권 제한 두고 역공에 역공…고려아연, 주총 6분전 뒤집어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날 오전 9시 개최될 예정이었던 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총은 2시간30분 지연된 오전 11시30분에서야 시작됐다.
시작부터 양측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며 주총 파행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주총장은 어수선했다. 이날 주요 쟁점은 영풍 의결권 제한 여부였다.
전날 법원은 영풍이 제기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기각했다. 고려아연이 SMH를 통해 영풍 지분 10%를 확보해 상호주 관계를 만드는 방식으로 영풍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영풍은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주식 배당을 통해 SMH의 영풍 지분율을 10% 아래로 끌어내려 상호주 관계를 해소했다. 이는 1주당 0.04주 주식 배당을 결의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은 장외매수를 통해 영풍 지분을 추가 매수해 지분율을 10.03%로 끌어올려 결국 영풍 의결권을 제한시키는데 성공했다. 주총 시작을 단 6분 남겨둔 상태였다.
MBK측은 “고려아연이 내부거래를 통해 인위적으로 상호주 외관을 다시 작출하기 위해 주총 개회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라며 비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상대가 제출한 엑셀 데이터가 원본 데이터와 달라 검사인 참관하에 확인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이뤄지느라 늦어졌다”라고 반박했다.
예정보다 뒤늦게 이뤄진 주총 개회 선언과 함께 영풍·MBK측 법률 대리인은 “SMH가 보유한 영풍 지분율이 10%를 초과했다고 하는데 언제, 어떤 경위로 취득했냐”라며 주총이 늦게 시작된 만큼 취득 시기를 집중 추궁했다.
이에 고려아연 법률 대리인은 “주식 취득 관련 잔고증명서 발급시간은 8시 54분 39초"라며 "당초 주총 시작 시점인 9시 이전이기 떄문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고 본다”라고 대응했다.
고려아연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열렸다. [사진=금교영 기자]
■ 이사 수 상한 19인 등 핵심 안건 통과… 영풍·MBK측 이사 4명뿐
영풍 지분 25.42%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이날 주총은 최 회장 측에 유리한 상황에서 표 대결이 진행됐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율은 영풍·MBK 연합이 40.97%, 우호지분을 포함한 최 회장 측이 34.35%로 영풍·MBK 연합이 앞선다. 그러나 의결권 제한 카드로 반전을 맞았다.
최 회장 측이 상정한 주총 핵심 안건이었던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것은 출석 의결권의 71.11%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 안건은 영풍·MBK의 이사회 장악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고려아연 이사회는 이사 수 상한을 두고 있지 않아 영풍·MBK 측은 이번 주총에서 17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해 이사회를 단번에 장악하려 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은 이사 수 상한 안건 통과에 이어 추천한 이사 후보 5명이 모두 선임되며 이사회 주도권도 지켜냈다.
이달 이사 임기가 끝나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권순범 법무법인 솔 대표변호사, 김보영 한양대 교수 등 3명이 재선임됐고 제임스 앤드루 머피 올리버 와이먼 선임 고문, 정다미 명지대 경영대학장 등 2명이 신규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영풍·MBK 연합은 강성두 영풍 사장, 김광일 MBK 부회장, 권광석 우리금융캐피탈 고문 등 3명이 신규 선임되는데 그쳤다. 현재 이사회에 속한 장형진 영풍 고문을 포함해 4명이 영풍·MBK 측 이사다.
제51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 영풍·MBK, 법적 대응 예고…경영권 분쟁은 진행형
최 회장 측은 주총에서 일단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먼저 이날 주총 승패를 가른 영풍의 의결권 제한을 두고 법적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영풍·MBK 연합은 이날 주총 직후 입장문을 내고 “영풍의 의결권 제한으로 왜곡된 정기 주총 결과에 대해 즉시 항고와 효력정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겠다”라며 “법원에서 왜곡된 주주 의사를 바로 잡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영풍·MBK 연합은 향후 임시 주총 등을 통해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계속 진입시켜 장악을 시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시 주총과 정기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승기를 잡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의결권 제한이 앞으로 어려워졌다는 점도 변수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측의 순환출자를 활용한 공격을 막기 위해 지난 8일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526만2450주를 신규 유한회사 와이피씨에 현물 출자했다.이를 통해 상호주 관계를 끊어내고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