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2 뷰] 트럼프 2기 'ETF 홀릭'…자산운용사, 올해도 뜨거운 경쟁
ETF 180조 안팎 규모, 200조 시장 넘본다
운용계, 트럼프정책 수혜주 찾기 '삼매경'
TR ETF 금지령 순위 변수, 7월부터 '과세'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올해도 점유율 순위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ETF 시장 규모는 170조를 이미 돌파한 데 이어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200조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 맞춰 자산운용사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칠 ‘미국 우선주의’ 기대감에 관련 정책 수혜 업종들을 담은 ETF를 홍보하며 개인투자자 잡기에 나섰다.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 운용사들은 미국 ETF 시장 발길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과열 경쟁으로 인한 보수 인하 경쟁, 계열사 물량 몰아주기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어 실질적인 내실 다지기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은 176조8955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자산운용이 점유율 38.36%로 1위를 달리고 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5.80%로 2위를 차지했다. 두 운용사 간 격차는 2.56%포인트 내외다.
이어 KB자산운용이 7.68%로 3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이 7.58%로 4위에 머물렀다. 두 회사 점유율 격차 역시 0.1%포인트에 불과하다. 지난해말 한때 한국투자신탁운용이 3위를 차지하는 등 순위 격차가 미미해 엎치락뒤치락하는 등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시장에서는 올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화하면서 트럼프의 정책 기조에 따라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2025년 ETF 시장 규모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금리 인하 효과 등에 맞물려 200조원을 조기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트럼프 2기 시대 인공지능(AI)·제조업·조선해운·방산 등을 담은 ETF를 집중 공략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조선·방산 관련 ETF 수익률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기대감에 크게 올랐다. 국내 조선 관련 ETF 4종 중 순자산총액이 가장 큰 신한자산운용의 'SOL 조선TOP3플러스'는 트럼프 취임 첫날인 21일 3.59% 뛰었다.
이외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조선TOP10(27.87%),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친환경조선해운액티브(23.18%), NH-Amundi자산운용의 HANARO Fn조선해운(21.50%)이 같은날 하루에만 3~4% 올랐다. 이들 모두 최근 1개월간 20% 이상 크게 상승했다.
이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한국 조선업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기대가 한층 커진 데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투자심리가 긍정적으로 움직였다는 평가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트럼프 취임 시 LNG 운반선 발주 확대에 따른 수주 기대감이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 관련 ETF도 상승세를 탔다. 국내 방산업체에 집중 투자하는 PLUS K방산, SOL K방산도 트럼프 취임 하루 전 크게 오르며 최근 1개월 수익률 각각 23.54%와 25.84%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국에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고,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중심의 중동 갈등 등 전세계적인 지정학적 충돌이 지속되면서 방산에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맞춰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제조업 르네상스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들을 모아놓은 ETF를 새로 출시하거나 유망한 상품을 새롭게 조명하는 식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1일 'ACE 미국중심중소형제조업 ETF'를 내놨다. 미국 기업 중 미국 내 매출이 75% 이상인 중소형 제조산업 40개 종목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한화자산운용은 '한화MAGA2.0목표전환형' 펀드를 출시했다. 트럼프 신정부 수혜가 예상되는 해외 주식에 40%, 듀레이션(투자자금의 평균회수기간) 2년 이내 미국 단기 국채에 60% 수준의 채권혼합형 펀드로, 8영업일만에 펀드 설정액 500억원을 돌파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은 기존에 있던 상품을 재조명하며 투자자를 유인한 뒤 향후 신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나 홀로 호황’에 AI 등 주식 ETF로 자금이 들어오고 일본·유럽 등 나머지 국가에 대해서는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며 “한국 ETF의 경우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2023년 초 이후 최대 규모로 외국인이 순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배당금을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토탈리턴(TR)형 상장지수펀드(ETF)가 오는 7월부터 사라지게 되면서 해당 상품군 출시에 힘을 쏟아 온 자산운용사들의 파장도 예상된다.
TR ETF는 분배금을 투자자에게 지급하지 않고 자동으로 재투자하는 상품이다. 분배금을 재투자하기에 복리 효과로 최종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 해당 ETF를 매도하기 전까지 배당소득세를 내지 않아 과세이연 효과도 누릴 수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TR ETF는 현재 14조3520억원까지 규모가 확대됐다. 이 중 해외주식형 상품은 6조2950억원으로 전체 중 43.9%에 달한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해외 TR ETF의 순자산총액 중 삼성자산운용이 87%가량을 차지한다. 즉 국내 최대 규모 TR형 해외 ETF인 'KODEX 미국S&P500 TR'과 두 번째로 규모가 큰 'KODEX 미국나스닥100 TR'을 운용하고 있어서 재빠르게 운용 전환 계획을 짜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하튼 올해도 ETF 시장을 잡기 위한 운용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ETF 판매 열풍이 커지면서 운용사간 경쟁이 심화할 것”이라며 “트럼프 정책 수혜주 찾기에 나서며 신규 출시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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