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론-③] 증권가 혼란 가중, 시스템 구축·고객 이탈 우려

황수분 기자 입력 : 2024.11.04 08:25 ㅣ 수정 : 2024.11.05 07:03

국회 금투세 가닥 못 잡아, 증권업계도 반대 목소리
TF·시스템 구축비용 만만치 않아, 난감한 상황 처해
하반기 실적 악재로도 이어질 우려, 브로커리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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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카드를 꺼내든지 10개월여가 됐고 금투세 시행까지 이제 2개월여 남았다. 국회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정책 불확실성만 커진다. 올해 최대 관심사인 금투세 시행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투자자는 물론 금투업계도 답답함을 호소한다. 내년 초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다시 불붙고 있는 금투세 논란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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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지난 1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사진편집=뉴스투데이]

 

[뉴스투데이=황수분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두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정치권 혼선으로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했다. 증권업계도 자본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이유로 금투세 도입에 반대해 왔는데 그 시행 일정이 임박해지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특히 증권사들은 금투세 원천징수 시스템 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왔다. 금투세는 투자 이익금을 원천징수하는 방식이어서 증권사가 기본적인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치권이 금투세 폐지 여부를 두고 정쟁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증권사의 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 있다. 

 

증권사 입장에선 이러한 징수 방법은 부담이다. 연말 손익통산에 따른 확정신고 절차로 인해 담당 직원의 업무 부담이 증가할 뿐 아니라, 매년 시스템 운영비도 추가 발생한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우 편의성 문제로 인한 고객 이탈 리스크도 따른다. 

 

증권업계는 금투세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상황에서 시행 여부마저 불확실해 태스크포스(TF) 구성과 전산 시스템 구축 준비 등 대응 태세로 분주할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4일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말 금융투자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대 증권사가 금투세 시행 관련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에 들인 비용은 422억6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적게는 시스템 구축 용역없이 컨설팅만 실시해도 14억이 넘었고, 많게는 두차례 걸쳐 사업을 추진하는데 계약된 총비용이 85억9000만원이었다.

 

당시 이 의원은 금투세 제도 도입이 한 차례 유예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과세 요건 정의’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다 보니, 증권사별로 거액을 들여 자체적인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 용역을 진행시켜 왔다고 밝혔다.

 

실제 증권업계는 사업이 완료된 건 10곳 중 3곳인데 이후 몇차례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시스템 재설계 및 재구축이 필요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증권사는 금투세가 시행에 대비해 세금 계산 등 최소한의 전산 시스템 구축을 마련 중이지만 적극적인 비용투입 및 결정이 쉽지 않다고 호소한다. 금투세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가 폐지되면 매몰비용이 커지고 준비없이 금투세 시행을 맡다간 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예정대로 내년 1월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기본적인 시스템 구축을 갖춰야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셈이다. 

 

그간 증권업계도 금투세 반대 의사를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적으로 전달해 왔다. 앞서 지난 7월 이복현 금융감독원을 만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금투세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바 있다. 

 

이날 금투세 도입과 관련해 증권사 CEO들의 반대 목소리가 쏟아졌다. 증권사 CEO들은 이 자리에서 금투세 관련 원천징수 방식 등에 대한 기술적인 어려움 등을 직접적으로 토로했다. 

 

금투세는 5000만원 이상의 금융투자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이다. 시행되면 5000만원을 초과하는 매매차익에 22%(최대 2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2020년 도입이 추진됐다가 그해 말 여야가 2년 유예키로 합의해 2023년 도입하기로 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2년 추가 유예됐다.

 

금투세는 증권사가 투자자별 원천징수 세액을 집계해 국세청에 신고·납부를 하면 투자자는 이후 직접 세무서에 확정 신고해 더 낸 세금을 환급받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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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이 두달도 채 남지 않았지만 여전히 가닥을 잡지 못했다. [이미지=freepik]

 

지난 9월 10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에서 김성환 대표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금투세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금투세 관련 전담조직도 꾸린 상태다. 한국투자증권은 금투세에 대비하고자 세금 담당 부서 직원을 중심으로 5~6명으로 구성한 금투세 TFT(태스크포스팀)를 만들었다.

 

금투세 유예 소식에 이 조직 운영을 중단했다가, 최근 금투세 시행 결정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TF팀을 가동해 대비에 나섰다. 금투세 도입 논란이 4년에 걸쳐 장기화되면서 불필요한 증권사들의 재정 부담은 물론 중소형사의 위축설까지 나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에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들도 수월하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금투세 폐지 여부가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는 어려우나, 야당도 무조건 반대만 하기엔 어려운 입장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들 하반기 실적에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 국내 증시로 몰리는 투자자금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이는 거래대금 축소로 이어져 증권사들 브로커리지(리테일) 수익이 줄어들게 된다. 

 

현재 국내 증시는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코스피 7.3%와 코스닥 9.1% 떨어졌다. 여기에 금투세 논란 등으로 이미 거래대금이 급감한 상태다. 실제로 3분기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8조11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176억원)보다 21.3%나 감소했다.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도체 등 시가총액 상위 업종들의 실적 모멘텀 둔화가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미국 대선과 중동 전쟁 확전 가능성 등 대외 변수만 부각되면서 변동성 확대 우려도 커진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투세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증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며 “금투세를 시행하면 국내 증시에서 고액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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