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자영업자’ 은행 대출 연체율 최고치…돌파구 찾을까
은행 연체율, 2018년 11월 0.60% 이후 최고치
전문가 “중기·자영업자 신규 연체율 모니터링 필요”
금융당국, ‘건전성 관리·취약차주 보호’ 동시 주문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신규 연체 증가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던 은행권 대출 연체율이 6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체율 상승은 특히 중소법인과 개인사업자 대출에서 두드러졌다. 결국 빚으로 버티는 곳들이 늘고 있는 건데, 금융권을 향한 금융당국의 정책이 모순적이라는 해석도 나오며 시장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은행 연체율은 0.53%로 전월 말 0.47%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달 0.43% 대비 0.10%p 올르면서 연체율은 지난 2018년 11월 0.60%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은행 신규 연체가 3000억원 증가하고 상·매각 등 정리 규모가 1000억원 감소하면서 연체율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0.78%로 전월 말 대비 0.11%p,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23%p 올랐다. 이 가운데 중소법인 연체율은 0.84%로 전월 말 대비 0.13%p, 같은 기간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70%로 0.09%p 올랐다.
반면 대기업대출 연체율이 0.05%로 전월 말 대비 유사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상반기까지 연체율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하는 가운데, 법인 중소기업 차주의 연체율 상승 속도가 둔화돼야 은행 건전성 우려도 해소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에 민감한 법인중기 및 자영업자의 신규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이 부분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업종 연체채권 잔액은 8월 말 12.3조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감률이고, 이 중 기업 연체 잔액은 전년 대비 +41% 증감률로 추산된다”며 “법인 중소기업 연체 잔액이 지난해 같은 달 보다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내수부진 현상이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것”이라며 “고금리 지속과 수요 부진 등으로 소상공인 폐업은 증가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건전성 관리와 취약차주 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하는 금융권의 고민은 깊어진다.
통상 금융권은 새롭게 발생하는 연체 증가에 대해, 적극적인 상·매각으로 대응한다. 부실 자산의 빠른 증가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만큼, 부실 자산 상·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금융당국도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은행권에 적극적인 연체채권 매각을 주문해왔다.
금감원은 지난 18일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을 발표하면서 상·매각 등 적극적인 연체채권 정리와 충분한 대손충당금 적립 등을 통한 자산 건전성 관리 강화를 당부했다.
이와 동시에 금융당국은 취약차주를 위한 따뜻한 금융의 역할도 은행에 주문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취약차주를 보호하기 위한 개인채무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각 금융회사들이 지켜야 할 업무 기준을 규정한 표준안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채권양도 시, 채무자 보호 차원에서 연체채권의 관행적 매각을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상·매각을 줄이면, 이달처럼 연체 증가율은 바로 상승하게 된다.
업계에선 이러한 정부 입장이 최근의 오락가락 금리 정책과 비슷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를 요구하는 동시에 금리 인상을 채찍질 하는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금융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과 취약차주 보호는 상반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책 방향에 맞춰야 할지 고민이 깊다”며 “정답은 없지만 앞으로의 대응은 금융사별 노하우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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