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소상공인·중소기업 ‘취약차주 연체율’ 경고등…‘건전성 관리’ 시급

김세정 기자 입력 : 2024.09.23 08:26 ㅣ 수정 : 2024.09.23 08:26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 중심 신규 연체 증가
한계기업 대출금액 지난해 151조4000억원
“은행권 대출 연체율 상승세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듯”
“은행 건전성 강화해 뱅크런 같은 금융 불안 방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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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가계대출은 말할 것도 없고, 개인사업자대출과 기업대출 연체율 등이 줄줄이 상승세다. 최근 자료를 보면 7월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이 0.5%에 육박했다. 특히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신규 연체가 늘어난 상황이라 은행과 차주 모두의 자산 건전성 확보가 시급하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7%로 전월 말 0.42% 대비 0.05%p 상승했다.

 

7월 중 신규 연체 발생액은 2조7000억원으로 전월 2조3000억원 대비 4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연체채권 정리 규모는 1조5000억원으로 전월 4조4000억원 대비 2조9000억원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문별로 보면,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폭이 가계대출보다 높았다.

 

7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0.53%로 전월 말 0.46% 대비 0.07% 상승했으며 이 가운데 중소법인 연체율이 0.71%로 전월 대비 0.13%p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38%로 전월 말 0.36% 보다 0.02% 상승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규 연체율이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향후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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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주요 은행들의 대출 연체율은 부문별로 일제히 상승했다. 특히 가계보다는 기업이, 기업 중에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체율을 기록했다. 4월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은 0.32%로 집계됐다. 사진=연합뉴스

 

연체율이 오른 원인으로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인한 경기 악화를 들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부터 3.50%로 금리 동결을 이어왔지만, 2020년 3월 0%대였던 초저금리가 현재 기준 3%대로 금리가 상승하면서 연체율 규모도 커졌다.

 

대출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가계와 기업 등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증가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실행 당시에는 까다로운 은행 심사 과정을 통과했던 기업이 경기가 침체되면서 한계기업으로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정책금융 지원이 확대되고, 기업대출 보증 규모가 급증한 것도 연체율 상승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기업대출 보증은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대출해 줄 때, 보증기관이 해당 대출금의 최대 100%까지 보증을 서주는 제도다.

 

금융기관은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중소기업은 자금을 확보할 기회를 얻게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차주가 돈을 갚지 않아도 보증기관에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출을 내주는 데 비교적 부담이 덜하다. 보증이 확대될수록 기업대출 규모도 늘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규모는 61조8000억원으로 5년 전 16조3000억원에 비해 35.8% 늘었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 규모는 지난해 기준 44조6000억원으로 5년 전 20조5000억원에 비해 두 배가 넘는다.

 

요즘처럼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은행권은 기업대출에서 영업 활로를 찾기도 하는데,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나빠지고 있어 은행들의 과열 경쟁에 경기 불황까지 장기화될 경우 한계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

 

지난해 시중은행이 버는 돈으로 이자도 내기 힘든 ‘한계기업’에 대출해 준 금액이 151조원을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계기업은 영업 이익을 이자 비용으로 나눈 값인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미만인 기업을 의미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의 한계기업 대출금액은 지난해 151조4000억원이다. 2022년 130조5000억원보다 20조9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한계기업 대출금액은 전체 대출금액의 32.8%에 달한다.

 

대내외 경기 여건 악화로 이자조차 내기 힘들어진 기업은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경영분석(속보)’에 따르면, 외부 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의 40.1%가 한계기업이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3년 이후 최대치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특히 주요 은행들의 성장축인 법인 중소기업에서 연체 증가 속도가 유지되고 있다”며 “은행업종의 연체율 상승 추세가 2025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 상황이 당장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만큼, 선제적인 자산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은행의 건전성을 강화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같은 금융 불안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며 “연체율 증가로 인한 잠재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은행이 연체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고, 취약차주의 대출만기를 연장해주거나 금리를 인하해주는 것도 채무 조정이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서 교수는 “자체적인 생존능력이 없는 한계기업에 대한 정부 보증이나 추가 대출은 우리 경제 전체를 봤을 때 생산적이지 않다”며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정부와 은행권이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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