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기자 입력 : 2024.09.20 08:25 ㅣ 수정 : 2024.09.20 08:25
미 연준, ‘빅컷’ 단행…4년 반 만에 ‘긴축→완화’ 한국은행 10월 금리 인하 기대감 상승 이달 30일, 한국은행 총재·은행장 간담회 ‘가계부채’ 논의
[뉴스투데이=김세정 기자] 미국이 마침내 통화정책을 ‘전환’했다. 코로나19 이후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꾸준히 올려왔던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것이다. 유럽연합(EU)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추가 금리 인하도 속속 예고된 가운데,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이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지 향방이 주목된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 연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p 낮췄다.
연준은 또 함께 발표한 새 점도표(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 중간값을 종전의 5.10%에서 4.40%로 낮춰, 연내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도 예고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감염병 대유행 당시였던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4년 반 만에 전 세계 경제와 금융을 좌우하는 미국의 통화정책 기조가 긴축에서 완화로 돌아선 것이다.
이미 금리 인하에 나선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연달아 추가 인하에 돌입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해 10대 선진국 중앙은행 중 6곳이 통화정책 완화를 시작했다. 지난주 ECB는 예금 금리를 연 3.75%에서 3.50%로 0.25%p 내렸고, 3회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한 캐나다도 다음 달 0.25%p 추가 인하를 예고했다.
미 연준의 빅컷으로 세계 경제 흐름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면서 당장 한국은행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시장의 관심사다. 한국은행은 다음 달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시장의 공통적인 전망이다. 다만 금리 인하 시기에 대한 생각은 차이가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19일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통화정책의 전환이 시작돼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국내 경기와 물가 및 금융안정 여건에 집중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은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빅컷을 단행한 만큼 한국은행도 10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내 내수 상황이 좋지 않고, 우리보다 가계부채 부담이 높은 캐나다 등도 이미 금리를 내렸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도 “11월 인하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본다”며 “지난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10월에 당장 인하할 수 있다는 톤으로 의견을 낸 금통위원은 많아야 2명”이라고 설명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70조8천388억원으로, 8월 말(568조6천616억원)보다 2조1천772억원 늘었다.
주담대 신규 취급액은 이달 9일까지 3조645억원으로 하루 평균 3405억원에 이른다. 8월 4012억원보다 15% 적지만 7월 3861억원, 6월 3617억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오는 30일 열리는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가계부채 등 거시경제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